전체 513

허물어진 화원

안석영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08 2 0 32 2019-03-27
책 속으로 해가 중천에 머물자 그 빛이 찬란하였다. 멀리서 푸른 보리밭이 물결치고 있었다. 숲 바로 아래의 잡초가 우거진 곳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른다. 풀밭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너른 개울가에 이르게 되는데, 거기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낚싯대를 한가로히 물에 담그고 있는 김영철 씨가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그의 아들인 명호 군이 낚싯대를 들고 웅크리고 앉아 있다. 아직 일곱 살의 어린 나이지만 그의 아버지를 축소시킨 것처럼 두 모습이 판에 박은 듯하였다. 아이의 머리에 얹힌 소학생 모자가 뒤로 젖혀지자 쓸쓸한 눈빛까지도 아버지를 빼닮은 듯하였다.

절처봉생

차상찬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80 2 0 38 2019-03-27
절처봉생(絶處逢生) 숙종대왕 (肅宗大王) 즉위 하신 후 십여년에 경상도 안동부원면 운학동(慶尙道安東府院面雲鶴洞)에 한 사람이 있으되 송은 정(鄭)이오 이름은 박옥(彴玉)이다. 나이 사십에 이르되 슬하에 일점 혈육 없이 부인 유씨로 더불어 자탄 왈 지금껏 자식이 없음은 선영행화 절로 끊어질 터이오니 인자된 도리에 불효 막심 하다 하고 주야로 슬퍼하더니 하늘로부터 한 선관이 백학을 타고 부인 전에 일개 옥동(玉童)을 주고 완연히 올라 가거늘 놀래어 깨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부인이 마음에 기꺼이 여기어 가군을 청하여 몽사(夢事)를 의논 하더니 과연 그날부터 태기 있어 십삭 만에 순산 생남하니 공중으로 한 선녀가 내려와 옥병(玉瓶)으로서 향수를 기우려 옥동을 씻겨 누인후..

모르는 여인

이광수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60 2 0 26 2019-03-27
나는 팔십이 가까우신 조부님과 일곱 살 밖에 안 되는 누이동생 하나를 떠난지 반년만에 찾아서 서울에서 내려갔다. 내가 지난해, 즉 노일 전쟁이 터져서, 내 고향인 〇〇에서 노일 양군의 첫 접전이 있은 것은 봄이어니와, 그 여름에 조부님 앞에서 배우던 맹자를 「과거도 없는 세상에 이것은 배워서 무엇하오?」하고 집어던지고 서울 길을 떠날 때에는 집에는 늙은 서조모 한 분이 계셨으나, 내가 서울 올라가 있는 동안에 그 허리 꼬부라진 서조모 마저 돌아가시고, 조부님은 어린 손녀인 내 누이동생 하나를 데리고 전 집을 지닐 수 없어서 팔아가지고 조부님의 외가 되는 동리에서 고개 하나 새에 둔 외따른 조그마한 집, 이 이상 더 작을 수는 없다 하리만큼 조그마한 집을 사서 옮아와 계셨다..

연극의 기원과 희랍극의 고찰

김정진 | 토지 | 1,000원 구매
0 0 556 2 0 102 2019-03-27
희랍극의 기원인 '디오니소스'신 외 제례시(祭例時)로부터 창시되었다하면, 조선에도 고대 즉 단군 시대로부터 천(天)을 제(祭)하고 그 제례에 다수한 군중이 회집하여 형형색색의 가면을 쓰고 각종의 유희와 여흥을 행하던 사실이 역사에 전하는 것을 보면 조선극의 창시가 도리어 희랍극의 기원이 기(幾)세기 이전이었던 것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극의 발전상태는 어떠한가? 희랍극의 계통을 수(受)한 구미(歐米)에서는 연극의 발달이 절정에까지 달하였고 조선에는 중고에 극의 형식을 무던히 형성하였든 '산희(山戲)' 즉 속칭 산두장패(山頭匠牌)와 '야희(野戲)'(현(現)에 호남 지방에서 혹간 하는 들놀이) 등의 극적 유희까지 그 종적이 묘연하게 되어 조선극의 고적(古蹟)은 장차 가..

천희당시화(天喜堂詩話)

신채호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42 2 0 73 2019-03-27
호두장군(虎頭將軍) 최영(崔瑩) 씨가 누차 중국·일본 등 외구(外寇)를 모조리 죽여 물리치고 그 백전백승의 남은 위엄을 베풀어 대병(大兵)으로 요양(遼陽)·심양(瀋陽)에 쳐들어가 고구려 옛땅을 회복하려고 하다가 시운(時運)이 불행하여 큰뜻을 이루지 못하고 도리어 죽음을 당하였으니, 지금까지 장군의 일을 말하는 이가 강개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지난번에 한 친구가 장군의 시(詩) 2수를 써서 보내주었는데, 그 말이 장결(莊潔)하고 그 어조가 격렬하고 그 뜻이 웅혼(雄渾)하여 족히 장군의 인격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 첫째 수는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夜光明月)이 밤인들 어두우랴. 님 향한 일편단심 가실 줄이 있으랴. 그 둘..

근대영미문학의 개관

최서해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84 2 0 74 2019-03-27
문학은 민중 생활의 반영이다. 소박한 민중에는 소박한 문학이 있고 화사한 민중에는 화사한 문학이 있다. 이것은 지나간 역사도 증명하는 바이거니와 현재 각 민중의 문학을 보더라도 속일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시 찬 눈과 쓰라린 바람이 뿌리고 스치는 끝없는 황야에서 실낱 같은 생을 위하여 이 무서운 자연의 위력과 싸우고 있는 북구의 민중에는 운명의 신에 대한 공포의 念[념]과 사색적인 우울한 기분과 인간적 현실苦[고]에 염세적 사상을 품으면서도 강직 웅건한 색채가 에워싸고 있다. 그러나 일 년 삼백 육십 일 향그러운 백화가 산야에 난만하고 아름다운 새소리가 냇물 소리와 같이 골을 울리는 남구의 민중은 그렇지 않다. 저들의 사상은 우수달밤 화향에 취한 듯이 공상적이며 저들의..

1954년의 한국시

박인환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42 2 0 57 2019-03-27
저널리즘과의 작별과 시의 우위적인 독립을 위하여 『시작』지는 계간의 형식으로 1954년에 걸쳐 본호를 합해 3집을 발간했다. 제1집 ‘주장(主張)’란에 본지는 어디까지나 시인들의 지도적인 역량과 의욕과 작업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며 순수한 공동체로서 조직되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이것은 성실한 시의 잡지로서의 정당한 주장이라는 것을 나는 수긍하는 바이다. 따라서 제1집과 제2집에 발표된 시는 현재 한국에서 활약하고 작품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전 시인의 반수에 가까운 26명이며, 이는 즉 금년도에 있어서의 한국시의 경향과 수준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 문화, 문학

임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35 2 0 71 2019-03-27
역사가 意識[의식]되는 것은 단순히 과거에의 回顧[회고]때문이 아니다. 보다도 우리가 항상 과거된 중의 한 부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란 언제나 과거의 연장이란 의미에서이다. 그러나 또한 인간이란 어느 때나 과거를 의식하고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과거가 긴박한 심정에서 자각을 요청함에는 항상 하나의 특이한 情況[정황]이 필요하다. 다름이 아니라 미래와 현재를 과거와 더불어 一貫[일관]하게 이해하지 아니할 수 없는 절박한 필요가 역사에의 의식을 환기한다. 어째 이런 일관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느냐? 현재란 것이 재래의 상식을 가지고는 이해할 수 없이 되고, 또한 재래의 상식을 기준으로 하여 형성되어 왔던 그 현재의 의식이란 것이 그대로는 미래란 것을 ..

전후삼한고

신채호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54 2 0 65 2019-03-27
조선 최고의 사적(史籍)을 『신지(神誌)』라 한다. 신지(神誌)를 혹은 인명이라 하며 혹은 서명이라 하나, 졸견으로는 신지는 본래 고대의 관명, 삼한사(三韓史)의 신지(臣智) 곧 ‘신치’니, 역대 ‘신치’의 ‘신수두’ 제일(祭日)의 치어(致語)를 모은 것이 있었던가 하니, 그 전서(全書)가 남아 있으면 혹 조선의 호머 시편이 될는지도 모를 것이나, 불행히 신지의 것이라고는, 참 것인지 거짓 것인지도 모를 진단구변도(震壇九[局[국]]變圖)란 이름이 『대동운해(大東韻海)』에 보이며, ‘비사(秘詞)’10구가 『고려사』에 보이며, 그밖에는 유락된 1, 2구가 전할 뿐이요, 고구려의 국초의 『유기(留記)』 100권이니, 이문진(李文眞)의 『신집(新集)』5권이니, 백제 고흥(高興)의..

김유정 단편소설 10

김유정 | 토지 | 3,000원 구매
0 0 522 17 0 54 2019-03-21
김유정의 주옥같은 단편소설 김유정의 대표작인 《동백꽃》과 《봄봄》, 데뷔작인 《소낙비》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은 대부분 농촌을 무대로 한 것인데 《금 따는 콩밭》은 노다지를 찾으려고 콩밭을 파헤치는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그린 것이고, 《봄봄》은 머슴인 데릴사위와 장인 사이의 희극적인 갈등을 소박하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치로 그린 그의 대표적인 농촌소설이다. 동백꽃 봄봄 금따는 콩밭 노다지 만무방 땡볕 산골 산골나그네 봄과 따라지 총각과 맹꽁이 ..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kr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