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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일생

채만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87 2 0 25 2019-04-01
내일 모레가 추석 ── 열사흘달이 천심 높다랗게 솟아 있다. 일 년 열두달 그중 달이 좋다는 추석달이다. 거진 다 둥그렀고 거울같이 맑다. 밤은 이윽히 깊어 울던 벌레도 잠자고 괴괴하고…… 촉촉한 이슬기를 머금고 달빛만 빈 뜰에 가득 괴어 꿈속이고 싶은 황홀한 밤이었다. 새댁 진주는 우물에 두레박을 드리운 채 자아올릴 생각을 잊고 서서 하도 좋은 달밤에 잠깐 정신이 팔린다. 무엇인지 저절로 마음이 흥그러워지려고 하고 이런 좋은 달밤을 두어두고 이내 도로 들어가기가 아까운 것 같았다. 언제까지고 내처 이대로 있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또 혼자서 이렇게는 더 아까운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아까운 것이 가만히 또 재미가 있기도 하였다. 한 어리고 처녀답게 순진스런 감성일 것..

무하선생방랑기

김상용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24 2 0 48 2019-04-01
우리에게 [남으로 창을 내겠소]라는 시로 많이 알려진 김상용의 무하선생방랑기(無何先生放浪記) 우리에게는 한때 마음놓고 울지도 웃지도 못하던, 申丹齋[신단재]선생이 말씀한 ‘任情歌哭亦難爲[임정가곡역난위]’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슴에 넘치는 비통에 우리는 벙어리(狂夫[광부])가 아니 될 길이 없었다. 無何[무하]는 이렇던 한 시절의 소산이었으니 그는 곧 者[자]의 모습이자, 독자제언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는 미쳐, 혹은 거짓 미친 체로 天外隻驅[천외척구], 가엾은 나귀 하나를 벗삼아, 방랑의 길을 떠났던 것이다. 그의 광태와, 狂行[광행]과 광언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君子[군자] 다만 그의 광증 속에 그의 告[고]하려던 울분과 비애를 읽어주시면, 필자의 소망..

조선근대소설고

김동인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35 2 0 26 2019-04-01
조선의 과거의 소설은 어떠하였는지 문헌이 없으니 참고할 바가 없다. 현재에 남아 있는 것은 승려들의 손으로 된 몇 가지의 역사담과 奇談[기담] 외에 「춘향전」, 「심청전」 등이 있으되 모두 그 이야기의 주지를 전할 뿐 正本[정본]은 구할 수가 없다. 그런지라 조선의 소설은 ‘역사’라는 것을 온전히 가지지 못하고 발생하였다. 李人稙[이인직]의 「귀의 성」 초판이 어느 연도에 출판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나의 아버지가 경영하던 大同書舘[대동서관]이라 하는 册肆[책사]에 그 책이 있던 기억이 남아 있으니 적어도 지금부터 20여 년 전에 발행된 것이 사실이다. 당시의 많은 소설 가운데 아직껏 그 이름이나마 나의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은 「鬢上雪[빈상설]」과 「鴛鴦圖[원앙도]」..

조선문학의 기원

안확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46 2 0 63 2019-04-01
세계에서 조선이란 땅은 천연적으로 유별나게 생긴 판도(版圖)이다. 옛날부터 성지(聖地)란 일컬음이 자자했으며 세계의 방위로는 제일로 꼽는 첫머리 동방(東方)이요, 기후로는 화창한 양기(陽氣)가 덕택을 펼치는 낙원이며, 그 가운데 자옥한 물색(物色)은 천공(天功)을 뺏었으니, 여기저기서 피어나는 무궁화는 자연미를 화장하였다. 수림(樹林) 가운데는 동물조차 희한(稀罕)하여 흰깁과 누른털의 봉황과 기묘한 짐승이 무위화(無爲化)로 길들이니, 우주간의 둘도 없는 성지는 참말로 이 조선의 본토라 할 것이다. 아아, 거룩한 성지여, 대견스런 낙원이여, 이 강토가 생길 때는 그 누구를 위하여 드러났더냐. 성지(聖地)가 나타나는 애초에는 부러운 탐욕을 내어 이 땅을 점탈(占奪)코자 들썽..

조선문학의 변천

안확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30 2 0 71 2019-04-01
조선문학사를 수탐하여 봄에는 먼저 그의 재료를 수합함에 있을 것이다. 짐작컨대, 고래 인사의 심전(心田)에서 피어난 미적 감정이 단순치 아니할 것은 짐작하여도 알 것이요, 그를 기록하여 물려오는 문적(文籍)도 또한 형형색색으로 그 수가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렇게 허다 복잡한 재료를 모두 사득(査得)하여야 비로소 왕고문학(往古文學)의 진상을 꿰뚤어 얻을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오늘날에 앉아서 고래의 문적을 구하기는 대단히 곤란한사정이다. 고사에 대한 재료 취집이 용이치 못함은 오직 문학사(文學史)뿐 아니라 일반 사적(事蹟)이 모두 그러하다. 그러하되 그중에도 문학사 재료가 맹랑하게 사실(査實)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이는 무슨 연유냐 하면, 첫째 고래 문학..

청도기행

백신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57 2 0 26 2019-03-29
나는 어릴때 북극(北極)의 오로라의 빛을 동경(憧憬)하여 외롭고 끝없는 방랑자(放浪兒)가 되어보고 싶어했었다. 낯설은 이국(異國)의 거리를 외로이 걸어가며 언어(言語)조차 한 마디 붙여 볼 수 없이 가다가 피로하면 희미한 가등(街燈)아래서 잘 곳을 찾아 방황하고, 발끝 향(向)하는 대로 어디든지 흐르고 또 흘러가리라고 늘 꿈꾸었던 것이다. 방랑자(放浪兒)! 방랑자(放浪兒)! 이 얼마나 나에게 매혹적(魅惑的) 어구(語句)이었던가. 따뜻한 어머니 곁에 누워 방랑자(放浪兒)의 가지가지의 애상(哀傷)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며 가만히 눈물 짓기도 한두 번이 아니었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 이러한 감상(感傷)을 함으로써 남보다 다른, 아니 평범(平凡)한 소녀(少女)가 아니다 라고 자부(自..

차의 육체와 정신

이병각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54 2 0 77 2019-03-28
나는 茶[차]마시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내가 날마다 빼지 않고 마시는 茶[차]엔 아무런 傳統[전통]이 없다. 우리의 할아버지나 아버지는 毒[독]한 葉茶[엽차]의 톡 쏘는 香氣[향기]를 좋아하였고 구수한 숭늉물을 마시기는 하였으나 싸근한 커피맛은 몰랐다. 그들은 지금 그들의 아들과 손자들이 핥고 있는 커피잔에 입을 대여보지도 못하였으며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하였을 게다. 나는 어렸을 때나 요사이도 아버지의 담배 피우시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무엇이든지 그의 뜻과 맞지 않을 때는 담뱃대로 재떨이를 두드렸고 孤獨[고독]할 때나 무엇을 생각할 때는 반듯이 담배를 태우더라.

현대 조선소설의 이념

김남천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65 2 0 44 2019-03-29
이 문장은 우리 문단의 최대의 관심사요 또 가장 많이 논의되어오는 문학 위기의 구출 방법과 그것과의 관련 밑에 토론되는 장편 소설의 문제에 대한 나의 의견의 일단을 말해보려는 것인데, 일반론이나 원칙론을 떠나서 ──더욱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걸음 나아가서 ── 창조의 비밀과 제작의 실제에 즉하여 비교적 구체적인 부면에서 하나의 방향을 찾아보고자 하는 것이 중심적인 의도이다. 이즈음 내가 각 신문 잡지를 통하여 이 문제에 대한 제씨(諸氏)의 의견을 얻어 들은 것이 결코 한둘이 아니어서 여기에 하나하나 그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그것을 범연한 대로 두 가지로 다 갈라서보면 편리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하나는 주로 에스프리나 지성이나 사상이나 이런걸 제시하여..

농민과 시

오장환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62 2 0 52 2019-03-29
농민시의 성립! 이것은 물론 우리 인류가 원시사회에서 농경 생활로 정착하였을 때부터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논을 갈고 밭을 이루며,씨 뿌리고 가꾸는 것을 전업으로 하는 일정한 층이 생기었을 때 이들의 시 감정을 표현하기에 절대 조건인 언어조차 벌써 그들의 것은 아니었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있었으며,말씀이 곧 하느님이었다," (요한복음 1장) 여기에 이 말을 끌어올 필요도 없이 우리 인류사회에 계급제도가 확립되었을 때,그때부터 언어는 벌써 근로자의 복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배계급의 지배를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주의의 재인식

임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565 2 0 78 2019-03-29
수년에 긍하는 문학적 혼돈의 과정을 지나 최근의 논책들이 재출발의 방향을 탐색하기 비롯하였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아직 혼돈의 전부를 파악함에 있어 소소(少少)한 견해의 차이가 있다든지, 또는 방향의 설정에 있어 완전한 일치를 발견할 수 없다든지, 혹은 부분적인 과오가 따른다든지,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이 혼돈으로부터의 재출발에 있어 피할 수 없는 일시적 희생이란 것을 각오치 않으면 아니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독단을 피하여 토론 가운데 노선을 찾으려 하는 것이요, 그렇기 때문에 논의는 피차의 과학적 신중과 높은 협동의 정신을 요구하는 것이다. 누구를 물론하고 개개의 언구나 상대자의 부분적 약점에 구애되지 말고 그가 근본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를 들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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