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516

농부전초

이무영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52 2 0 23 2019-04-07
"시궁창에서 용이 났다." "개천에서 용이 났다." 그의 집안과 그의 아버지를 아는 사람은 항용 이런 소리들을 한다. 여기의 개천이란 그의 집안과 그의 아버지 어머니를 말하는 것이요 용이란 그를 추느라고 하는 소리인 것이다. 충청도 사람이면 덮어놓고 양반이라고들 하지만 충청도라고 다 양반은 아니다. 그들은 중인이었다. 더욱이 그의 아버지는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판무식꾼으로 여덟 살이라든가 열 살이라든가에 진 지게를 죽던 그 순간까지도 벗어보지 못한 채 쓰러져 버린 농군이었다. 어머니는 말할 것도 없다. 어머니 또한 시집오던 날부터 짓기 시작한 새벽 밥을 역시 죽던 며칠 전까지 지었었다. 집 가문이 없으니 개천이요 조상에도 국록 먹은 사람 하나 없고 하다못해 면서기 하..

경벌포의

윤백남 | 토지 | 1,000원 구매
0 0 597 2 0 24 2019-04-07
손생원(孫生員)은 난생 처음 어려운 길을 걷는 것이었다. 서울을 떠난지 이미 열흘이 지났건만 아직도 강원도(江原道)땅을 벗어 나지 못하였다. 뜨거운 염천이라 한 낮에 걷는 거리란 불과 몇 십리에 지나지 못하는데다가 나날이 기진역진 하여 가는 것이 현저히 나타나는 것이었다. 더구나 길이 험하고 자갈 많은 강원도 산 길은 그에게 여간 고생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노수가 아직도 남아 있는 동안에는 장돌림말을 만나면 사정을 간곡히 이야기하고 술값으로 얼마를 주기로 하고 얻어 탄 일도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엽전 한푼 남아 있지 않게 된 후로는 그것도 할 수 없어서 오로지 과객질을 하여 가며 길을 걸었다.

고절

계용묵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01 2 0 10 2019-04-07
이 봄을 접어들면서 우제는 아버지가 자기를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것을 알았다. 믿지는 않으면서도 그래도 전에 같으면 가다가 한 번씩이라도 가사에 관한 의논은 있을 것이 일체 없어진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좀더 자세히 말하면 자기라는 인간은 있으나 없으나 마찬가지로 여긴다는 말도 되는 것이라, 아니 이렇게까지 자기를 천단해 버린 아버지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울꼬 생각할 때 우제의 마음은 앞뒤가 꼭 막힌 듯이 답답했다. 아버지가 자기를 이심으로 밉게 보아서 그런다면 반감이나 생길 것이, 그렇다면 마음이나 오히려 편안할는지도 모를 것인데, 사랑은 하면서도 아니 사랑하길래 큰 소리 한마디 없이 아들이 없는 줄 아자꾸나 하고 인제는 아예 의논을 말려는 것인 줄은 아..

구룡산

허민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00 2 0 26 2019-04-07
"탕" 연달아 "탕" 봄날 아지랑이처럼 토우(土雨)가 왼 산골을 덮었다. 이곳 절기는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어 들면 의례히 이러하다. 바람도 분다. 전팔(田八)이는 게진게진한 눈으로 건너편 호랑이골에서 난 총소리를 듣고 흥미스러운 듯 잠시 연기를 찾았다. "탕" 산이 곧 무너지는 듯 와르르하고 그 여음은 머언 비알이산 마루로 사라졌다. "놈! 이번엔 하나 꺼꾸러뜨렸나?" 그는 잣나무(栢) 끝에 바람 따라 흐늘거리며 장대에 맨 낫으로 높이 달린 잣송이를 호리다가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는 다시 "껏다리 바람에 잣 못 따겠네!" 했다.

소설의 운명

김남천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54 2 0 44 2019-04-03
소설(小說)의 운명(運命) 장편 소설(長篇小說)에 관한 형태적 장르사적 관심이 있어오기는 벌써 오래 전부터의 일이었다. 우리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소설 문학에 대한 새로운 반성과 음미가 요구될 때부터, 장편 소설을 역사적으로 형태적으로 생각해보려는 비교적 높은 습관이 있어왔으니까, 우리가 그것과 관련시켜서 의식적으로 생각해오기 이럭저럭 3,4년이 되지 않았는가 믿어진다. 그동안 논의를 통해서 얻은 결론이나 지식이 한두 가지가 아니고, 여러 사람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도 일치하지 않는 것도 많은 중에서 예컨대 장편 소설이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 문학형식이라는 문제만은 거의 확정적으로 의견의 일치를 본 것 같다. 그러니까 단촐한 각서식(覺書式)으로 초(草)하기 시작하는 적은..

수필론

임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49 2 0 69 2019-04-03
몇해 전 어느 文藝雜誌[문예잡지]의 좌담회에서 隨筆[수필]에 대한 이야기를 교환한 일이 있었다. 자세히 기억치는 못하나, 이야기의 초점은 아마 수필도 과연 다른 文學[문학], 이를테면 詩[시]나 小說[소설]과 같이 하나의 독립한‘장르’로서 취급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었던 듯싶다. 그때 이런 제목이 골라진 것은 수필이 차차 盛旺[성왕]해 감으로 문학하 는사람들이 이런 것을 쓰는 데다가 多分[다분]의 정력을 傾注[경주]해서 足[족]한지 아니한지 하는 문제가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그런데 당시로부터 벌써 5,6년의 세월이 지났고, 이지음 와서는 잡지에는 물론 신문에까지 수필이 여간 많이 실리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때에 비하면 수필의 성질이 꽤 변했고, 鷺..

미술강좌

권구현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80 2 0 55 2019-04-03
원래 회화의 구도라는 것은 그 내용만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 형식미에 있어서도 중요한 관찰 방법을 요하는 것이나 순록시대(馴鹿時代) 회화의 구도는 그 대체가 구도적 의도를 잃은 순간적, 충동적, 사실적 구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술한 것과 같은 점으로라든지 기타 여러 가지 점으로 보아서 작자의 주관적 활동을 허용할 수 있는 일면이 있습니다. 화면에서 폭로(曝露)한 형식미에 대한 그네들의 감각은 ‘병렬주의’와 ‘공극(空隙)의 공포’로 전자는 자의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후자는 화면의 공지가 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간극 없이 물상을 그리어 채운다는 것을 의미한 말입니다. 이와 같은 것은 형식미로 보아서는 초등정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 하겠지만 그네들이 화면 ..

한설야론

임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14 2 0 33 2019-04-03
한설야론(韓雪野論) 소설「過渡期[과도기]」를 쓸 때까지 雪野[설야]는 아직 자기의 세계를 갖지 않었었다. 자기의 세계란 것은 작가가 독창적 가치를 창조하는 유일의 원천이다. 그러므로 젊은 작가가 文學史[문학사] 위에다 제 이름을 기입하는 유일의 방법은 항상 새 세계를 발견하는데 있었다. 새로운 세계란 물론 기존의 문학 영역이 모르던 세계다. 이 새 세계가 발견되지 않으면 작가들은 낡은 세계의 糟粕[조박]으로 만족치 않을 수 없으며, 독창 대신에 모방이 문학의 주류가 되는 것이다. 雪野[설야]는「過渡期[과도기]」를 쓰기 전에도 물론 경향작가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아직도 당시의 많은 청년들과 더불어 몇해 전 曙海[서해]가 개척해 놓은 세계 가운데를 齷齪[악착..

문학의 세계

임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75 2 0 73 2019-03-29
문학의 세계란 작가의‘눈’을 통하여 독자 앞에 전개된 현실세계 그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세계 그곳에서와 같이 작품 가운데서 자기의 생활을 발견한다. 문학을 가르쳐 하나의 小宇宙[소우주]라 함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實在[실재]한 大宇宙[대우주] 가운데 일부러 作爲[작위]된 小宇宙[소우주]를 창조함은 또 하나의 다른 이유가 있다. 작자의‘눈’이 平板[평판]한 硝子[초자]가 아니라 하나의‘렌즈’인 점에 문학의 세계가 현실세계로부터 독립되는 의의가 있다. 실로 이‘렌즈인 눈’에서부터 문학은 시작되며, 또 문학은 한정된다. 그러므로 문학의 가치는 바로 이‘눈’의 우열에 의존한다. 결코 문학은 손(手[수])의 기술이 아니라 작가의 유일한‘눈’을 통하였다는 의미에서 비로..

여운형

여운형 | 토지 | 4,000원 구매
0 0 479 52 0 64 2019-03-29
[여운형! 그의 이름은 조선인의 귀에 언제나 쟁쟁히 남아 있을 것이다. 때는 1919년. 여운형은 당시 상해에 나가서 XX(독립)운동에 종사하다가 XX(독립)운동자를 대표하여 일본 정부와 직접 XX(담판)과 의견교환을 하기 위하여 동경까지 건너갔던 사람이다. 그래서 그때 조선인으로는 누구나 여운형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XX(담판)이 결렬되자 그는 다시 상해로 건너가서 이래 10년을 하루같이 XX(독립)운동에 종사하였다. 여운형은 1929년 7월 8일 상해에서 일본 영사관 경찰에게 체포되어 동 17일 조선으로 호송되어 와서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3년 징역의 형을 받고 이래 대전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다가 지난 7월 26일 가출옥이 되어 밖으로 나왔다. 형무소에서는 집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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