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 토지 | 1,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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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0
삽화(揷話)
직경 한 자 둘레나 뻥하니 시꺼먼 구멍을 뚫어놓고는 그야말로 속수무책, 검댕 묻은 손을 마주잡고 앉아서, 어찌하잔 말이 나지 않는다. 웬만큼 아무렇게나 막는 시늉을 하자니 번연히 그 언저리가 한 번만 디디면 또 꺼질 것, 손을 더 대자니, 적어도 구들을 한 골은 다 헐어야 끝장이 날 모양이고, 그러니 그렇다고 이렇게 뜯어젖힌 채 내버려 두고 말 수는 차마 없는 노릇, 쩝쩝 다시어지느니 입맛뿐이다.
재작년 오월, 안양 양지말(安養陽智村)이라는 동네다 이백칠십 원에 오두막집 한 채를 샀었다. 기어들고 기어나고 하는 다섯 간짜리 납작한 초가집이었다. 터는 남의 터요. 서울서는 집 한 칸에도 항용 오륙백 원 육칠백 원 하는 세상인데, 그런 서울과 고작 육십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