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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가

이무영 단편소설

산가(山家) 피어오르는 듯한 이웃집 처녀에게 하염없는 짝사랑을 해오다가 마침내 젊은 것한테 애인을 빼앗기고 남산을 지향없이 헤매고 있던 한 늙은 호랑이가 한양성을 쌓는 바람에 공주 계룡산을 찾아가다가 때마침 나이 삼십이 넘도록 혼처를 구하지 못하고 비관하던 나머지 목을 매러 산에 올랐던 처녀를 만나서 손에 손을 잡고 멀리 계룡산으로 사랑의 보금자리를 찾아갔다는 ― 듣기에도 맹랑한 전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구혈산(九穴山) 밑 반신불수가 된 느티나무와 호랑이가 처녀와 잔치를 했다는 초례봉 사이로 아담스러운 동리가 하나 있다. 가물에 콩 나듯 감나무와 대추나무 사이로 뜸뜸히 한 채씩 집이 놓여지기는 했을망정 달걀껍데길 재켜놓은 것같이 산잔등이 둘러싸서 그지없이 아늑한 인상을 준다. 집이라고 여남은 채 ― ..
산가(山家)

피어오르는 듯한 이웃집 처녀에게 하염없는 짝사랑을 해오다가 마침내 젊은 것한테 애인을 빼앗기고 남산을 지향없이 헤매고 있던 한 늙은 호랑이가 한양성을 쌓는 바람에 공주 계룡산을 찾아가다가 때마침 나이 삼십이 넘도록 혼처를 구하지 못하고 비관하던 나머지 목을 매러 산에 올랐던 처녀를 만나서 손에 손을 잡고 멀리 계룡산으로 사랑의 보금자리를 찾아갔다는 ― 듣기에도 맹랑한 전설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구혈산(九穴山) 밑 반신불수가 된 느티나무와 호랑이가 처녀와 잔치를 했다는 초례봉 사이로 아담스러운 동리가 하나 있다.
가물에 콩 나듯 감나무와 대추나무 사이로 뜸뜸히 한 채씩 집이 놓여지기는 했을망정 달걀껍데길 재켜놓은 것같이 산잔등이 둘러싸서 그지없이 아늑한 인상을 준다. 집이라고 여남은 채 ― 그러나 실상은 도합 일곱 집이었다. 나머지 세 채는 집이 아니라 건넌마을 김 주사가 억지로 꾸리게 한 거름집이었다. 이 동리가 궁말이다.
이무영(李無影)
1908년 1월 14일 ~ 1960년 4월 21일
본명은 이갑룡(李甲龍), 아명은 이용구(李龍九), 필명은 이무영(李無影)·탄금대인(彈琴臺人)·이산(李山)
1908년 1월 14일 충청북도 음성군 출생.
1916년 4월 충청북도 중원군 사립 용명학교 입학. 1920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퇴.
1926년 6월 잡지 『조선문단』에 단편소설 「달순의 출가」로 등단하였다.
1927년 5월 『의지할 곳 없는 청춘』, 1928년 『폐허의 울음』을 발간.
경성부 삼선소학교 교원과 출판사와 잡지사에 근무.
1931년 『동아일보』 희곡 현상공모집에 「한낮에 꿈꾸는 사람들」로 당선되었다.
1935년 5월 동아일보사 학예부 기자가 되어 재직하다가 1939년 7월 퇴사.
경기도 시흥에서 농업에 종사하며 농민문학 창작에 열중하였다.
이무영의 대표작이자 농민소설의 명작으로 평가되는 「제1과 제1장」(1939), 「흙의 노예」(1940)를 발표하였다.
1960년 4월 21일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작품으로 「삼년」, 「세기의 딸」, 『무영농민문학선』, 『소설작법』, 「이순신」, 「B녀의 소묘」, 「노농」, 「팔각정이 있는 집」, 「농부전초」, 『해전소설집』, 「벽화」
「달순의 출가」, 「의지할 곳 없는 청춘」, 「폐허의 울음」, 「제1과 제1장」, 「흙의 노예」, 「향가」, 「용답(龍沓)」, 「역전(驛前)」, 「정열의 책」, 「세기의 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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