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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경반절기

채만식 단편소설

상경반절기(上京半折記) 정거장의 잡담이 우선 가량도 없었다. 신문에도 종종 나고, 들음들음이 들으면 차가 늘 만원이 되어서 누구든 서울까지 두 시간을 꼬바기 서서 갔었네, 어느 날인가는 오십 명이라더냐 칠십 명이라더냐가 표는 사고서도 차에 다 오르지를 못해서 역엣 사람들과 시비가 났었더라네 하여, 막연히 그저 그런가 보다고는 짐작을 했어도 설마 이대도록이야 대단한 줄은 딱이 몰랐었다. 백 명이라니, 훨씬 이백 명도 더 되면 더 되었지 못되질 않아 보인다. 하여간 이십 평은 실한 대합실 안이 꽉 들어차고서도 넘쳐서 개찰구의 목책앞으로, 드나드는 정문 바깥으로 온통 빡빡하다. 철크덩철크덩, 차표 찍어내는 소리를 까아맣게 멀리 들으면서 맨 꽁무니에가 섰었는데 순식간에 수십 명이 뒤로 와서 붙는다. 그러..
상경반절기(上京半折記)

정거장의 잡담이 우선 가량도 없었다.
신문에도 종종 나고, 들음들음이 들으면 차가 늘 만원이 되어서 누구든 서울까지 두 시간을 꼬바기 서서 갔었네, 어느 날인가는 오십 명이라더냐 칠십 명이라더냐가 표는 사고서도 차에 다 오르지를 못해서 역엣 사람들과 시비가 났었더라네 하여, 막연히 그저 그런가 보다고는 짐작을 했어도 설마 이대도록이야 대단한 줄은 딱이 몰랐었다.
백 명이라니, 훨씬 이백 명도 더 되면 더 되었지 못되질 않아 보인다. 하여간 이십 평은 실한 대합실 안이 꽉 들어차고서도 넘쳐서 개찰구의 목책앞으로, 드나드는 정문 바깥으로 온통 빡빡하다.
철크덩철크덩, 차표 찍어내는 소리를 까아맣게 멀리 들으면서 맨 꽁무니에가 섰었는데 순식간에 수십 명이 뒤로 와서 붙는다. 그러고도 연해 헐떡거리면서 달려드느니 차 탈 사람들이다.
채만식(蔡萬植)

1902년 7월 21일 ~ 1950년 6월 11일
소설가, 극작가, 친일반민족행위자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
1902년 6월 17일 전북 옥구 출생.
1918년 중앙고보, 1922년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수학했다.
1929년 개벽사에 입사하여 『별건곤』, 『혜성』, 『제일선』 등의 편집을 맡았다.
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 잠시 근무.
1924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 「세 길로」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단편 「불효자식」(1925)과 중편 「과도기」(문학사상, 1973)가 초기작이다.
1933년 『조선일보』에 편 「인형의 집을 찾아서」를 연재.
1934년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1934)으로 독특한 풍자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대표작으로 「치숙」(1938), 「탁류」(1937~1938), 「태평천하」(1938) 등이 있다.
1950년 그곳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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