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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단총평

박용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00 2 0 14 2019-04-13
여류시단총평(女流詩壇總評) 이런 총평식 글을 쓰는 사람이면 흔히는 조선문학이란 얼마나 빈약한 것이고, 조선 말이란 살아가는지 죽어가는지로 모를 형편이고, 여류시단이란 대체 어디있는것이냐 부터 캐들어가는 버릇이지마는, 그것은 다만 평소 가슴에 맺힌 불평의 터짐이라고 할것이오, 나는 목전의 목적으로 보아, 모든 구름을 잠깐 걷어버리고 광명에 찬 앞날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조선의현대여자로서 조선말로 쓰는 시에 대해서 몇마디 비평을 써볼까한다. 본시 비평이라 하는 것이 좋은 문학을 읽는 가운데서 얻은 마음의 경험― 자긔의 질거운 문학적경험을 출발점으로 해서 그 경험을 기술해보기도 하고 그 문학자의 정신의 본질을 밝혀보려고도 하는것이 떳떳한 길이오, 그 비평가에게 있어서 보람도..

현대시와 비유

고석규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53 2 0 81 2019-04-16
현대시와 비유 언제나 <방법의 직인>은 눈을 감고 있다. 언어라는 살창 속에는 무명의 그는 불을 때우고 있는 것이다. 스쳐가 버린 꽃이며 나무며 인정이며 하는 것들이 환히 달아오는 살새김에 전율하는 그는 이 고운 꽃이며 고운 나무며 고운 인정을 되살게 하고져 열심히 그의「상상」을 아낀다. 꽃나무, 인정하면은 미지의 꽃 모습과 나무 그림자와 인정의 훈심이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있을수록 퍼져가는 무덕진 꽃과 나무와 인정의 느낌으로 변하고야 마는 것이다. 「직인」은 마침내 달아오는 이들 꽃과 나무와 인정이 그가 부르는 꽃과 나무와 인정으로서는 아주 채울 수 없는 나무와 인정이라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헤아릴 수 없는 마당가에 머물러 사는「직인의 꽃」과..

현대소설의 귀추

임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74 2 0 42 2019-04-16
현대소설(現代小說)의 귀추(歸趨) 40편이 넘는 작품 가운데서 나는 李泰俊[이태준]씨의 「農軍[농군]」에 이르러 비로소 감동을 가지고 읽을 수가 있었다. 또한 그것뿐으로 다시 예술을 대하는 듯한 감흥을 깨닫지 못한채 全[전]작품을 읽었다. 거의 문단의 기성과 신진이 총동원된 이달 창작에서 내가 얻은 바의 커다란 적막과 조그만 즐거움을 체험한 경로의 피력이 이달 창작의 비평이 될 줄은 나역시 의외의 일이다. 「農軍[농군]」은 泰俊[태준]이 처녀작을 쓸 때부터 가지고 나왔던 어느 세계가 이 작품에 와서 하나의 절정에 도달하였다는 감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것은 泰俊[태준]의 全[전]작품을 일관한 기본색조요, 連綿[연면]된 전통이리라. 허나 이것을 사상이라고까지 말..

영원의 비애

노자영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42 3 0 42 2019-04-16
영원의 비애(悲哀) 가도가도 언제던지 황무한 광야의 길가던 길 멈추어 지며 허벙지벙 쓸어지니 영원한 비애의 검은 눈물은 그의 눈에서 용솟음친다. 이것이 어떤 젊은 시인의 애타는 푸념이었다. 어느때 인생의 영원한 쾌락이 있으며, 어느때 사람에게 무구한 만족이 있다고 하였을까마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갈수록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점점 깊게 느껴진다. 아, 영원의 비애! 누구인들 이 비애를 느끼지 않으며, 이 비애 밑에서 눈물 흘리지 않겠는가? 한송이 꽃이 뜰위에 필때나, 한 잎의 단풍이 산허리에 질때나, 영원한 불만을 가슴에 안고 덧없는 인생을 서러워 한자가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그 몇 억만 사람이었으며, 지금부터 오는 세상까지 장차 그 몇 억만 사람이..

소망

채만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18 2 0 37 2019-04-18
소망(少妄) 남아거든 모름지기 말복날 동복을 떨쳐 입고서 종로 네거리 한복판에가 버티고 서서 볼지니…… 외상진 싸전가게 앞을 활보해 볼지니…… 아이, 저녁이구 뭣이구 하두 맘이 뒤숭숭해서 밥 생각두 없구…… 괜찮아요, 시방 더우 같은 건 약관걸. 응. 글쎄, 그애 아버지 말이우. 대체 어떡하면 좋아! 생각허면 고만. 냉면? 싫여, 나는 아직 아무것두 먹구 싶잖어. 그만두구서 뭣 과일집(果實汁)이나 시언하게 한 대접 타 주. 언니는 저녁 잡섰수? 이 집 저녁허구는 괘 일렀구려. 아저씨는 왕진 나가섰나 보지? 인력거가 없구, 들어오면서 들여다보니깐 진찰실에도 안 기실 제는…… 옳아, 영락없어. 그 아저씨가 진찰실에두 왕진두 안 나가시구서, 언니허구 마주 안..

시골 노파

계용묵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96 2 0 20 2019-04-18
시골 노파(老婆) 그러다가 모습을 몰라보고 혹시 지나쳐 버리지는 않을까,거의 20년 동안이나 못 뵈온 덕순 어머니라, 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가면서도 나는 그게 자못 근심스러웠다. 그러나 급기야 차가 와 닿고 노도처럼 복도가 메여 쏟아져 나오는 그 인파 속에서도 조고마한 체구에 유난히 크다란 보퉁이를 이고 재바르게도 아장아장 걸어나오는 한 사람의 노파를 보았을 때,나는 그것이 덕순 어머니일 것을 대뜸 짐작해 냈다. 어디를 가서 단 하룻밤을 자더라도 마치 10년이나 살 것처럼 이것저것 살림살이 일습을 마련해서 보퉁이를 크다랗게 만들어 가지고야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에 시골 있을 때 얻어 들었던 기억이 그 노파의 머리 위의 보퉁이를 보는 순간, 문득 새로웠던 것이다. 출찰구..

봉창산필

김상용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92 2 0 41 2019-04-13
봉창산필(蓬窓散筆) 그대는 내 마음의 친구외다. 내 속을 통털어 말씀드릴 知己[지기]외다. 나는 이때껏 그대를 찾았었나이다. 산에게 찾고 물에서 찾고 들과 모험 속에서 찾았었나이다. 그러다가 그리운 그대를 마침내 이곳에서 만났나이다. 내 가슴이 희열에 뜀이 또한 무리가 아닐 것이외다. 그대는 내 마음의 거울, 내 감정의 공명체입니다. 그대는 나를 이해하실 뿐 아니라, 나를 동정하십니다. 내 설음이 있을 때 나는 그대를 붙들고 울것이외다. 내 울분이 있을 때, 나는 그대와 함께 뛰고 무료할 때 그와 함께 들가를 배회하리이다. 그대를 대할 때에 나는 천진한 어린이로 돌아가나이다. 그대에게 드리는 모든 말씀은 반성을 거부합니다. 그대에게 드리는 글은 적나라한 내 심정의..

소독부

백신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15 2 0 3 2019-04-18
이 마을 이름은 모두 돈들뺑이라고 이른다. 신작로에서 바라보면 넓은 들 가운데 백여 호 되는 초가집이 따닥따닥 들러붙어 있는데 특별히 눈에 뜨이는 것은 마을 앞에 있는 샘터에 구부러지고 비꼬아져서 제법 멋들어지게 서있는 향나무 몇 폭이다. 마을에서 신작로길로 나오려면 이 멋들어진 향나무가 서 있는 샘터를 왼편으로 끼고 돌아 나오게 되는데 요즘은 일기가 제법 따뜻해진 봄철이라 향나무 잎사귀들이 유달리 푸른빛이 진해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이 샘이 아니면 먹을 물이라고는 한 모금 솟아나는 집이 없으므로 언제나 이 샘터에는 사람이 빈틈이 없고 더구나 요즈음은 경루보다 더 옥신각신 복잡하다. 이 샘터에 나오는 사람은 거의 모두 여인들인데 요즈음같이 따뜻한 봄철에는 붉고, 푸..

소년록

현경준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74 3 0 25 2019-04-18
오후 다섯째 시간, 작문 시간이다. 남순이는 아침 조간에서 본 기사에서 문득 생각을 얻은 제목을 또렷하게 칠판에 써놓았다. ‘어머니’ 그러고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오늘은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지어라. 누구든지 거짓말을 쓰면 못써. 작문이란 언제든지 말하는 거지만 거짓말을 쓰면 못 쓰는 거다. 있는 그대루 보구 듣구, 생각한 그대루 솔직하게, 알기 쉽게, 말하면 정직하게 쓰란 말이다. 어머니는 가장 우리들을 생각해주시는 이기 땜에 이런 제목을 내걸었으니까, 글씨두 주의해서 잘 써야 한다." 아이들은 한동안 웅성거리며 떠들어대더니 제각기 연필 끝에 침을 바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공책 책장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또..

순정의 호동왕자

윤백남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51 3 0 25 2019-04-18
순정의 호동왕자(好童王子) 고구려 대무신왕 十五[십오]년. 가을 해가 서편 벌판으로 뉘엿 뉘엿 넘어가려 한다. 바야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고구려의 세력이 한토(漢土)의 낙랑(樂浪)까지도 집어 삼켜서 어제까지도 낙랑의 서울이던 땅이 오늘의 고구려의 一[일]읍으로 되었다. 그로써 읍의 교외 멀리 패수를 굽어 보는 아담한 재릉에 한 개 새로운 무덤이 서 있었다. 고귀한 사람의 무덤인 듯, 그 앞에 아로새긴 돌이며 무덤의 높이가 보통 평민의 무덤은 아니였다. 그리고 이 근처의 무덤이 모두 한풍(漢風)을 띄운데 반하여 이 무덤만은 고구려풍이다. 황혼의 해를 등으로 받고 고요히 누워 있는 이 무덤 위로 깃을 찾아 가는 몇마리의 까마귀가 울며 지나간다. 황혼의 교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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