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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비애

노자영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34 3 0 42 2019-04-16
영원의 비애(悲哀) 가도가도 언제던지 황무한 광야의 길가던 길 멈추어 지며 허벙지벙 쓸어지니 영원한 비애의 검은 눈물은 그의 눈에서 용솟음친다. 이것이 어떤 젊은 시인의 애타는 푸념이었다. 어느때 인생의 영원한 쾌락이 있으며, 어느때 사람에게 무구한 만족이 있다고 하였을까마는,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갈수록 인생은 덧없는 것이라고 점점 깊게 느껴진다. 아, 영원의 비애! 누구인들 이 비애를 느끼지 않으며, 이 비애 밑에서 눈물 흘리지 않겠는가? 한송이 꽃이 뜰위에 필때나, 한 잎의 단풍이 산허리에 질때나, 영원한 불만을 가슴에 안고 덧없는 인생을 서러워 한자가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그 몇 억만 사람이었으며, 지금부터 오는 세상까지 장차 그 몇 억만 사람이..

소망

채만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14 2 0 37 2019-04-18
소망(少妄) 남아거든 모름지기 말복날 동복을 떨쳐 입고서 종로 네거리 한복판에가 버티고 서서 볼지니…… 외상진 싸전가게 앞을 활보해 볼지니…… 아이, 저녁이구 뭣이구 하두 맘이 뒤숭숭해서 밥 생각두 없구…… 괜찮아요, 시방 더우 같은 건 약관걸. 응. 글쎄, 그애 아버지 말이우. 대체 어떡하면 좋아! 생각허면 고만. 냉면? 싫여, 나는 아직 아무것두 먹구 싶잖어. 그만두구서 뭣 과일집(果實汁)이나 시언하게 한 대접 타 주. 언니는 저녁 잡섰수? 이 집 저녁허구는 괘 일렀구려. 아저씨는 왕진 나가섰나 보지? 인력거가 없구, 들어오면서 들여다보니깐 진찰실에도 안 기실 제는…… 옳아, 영락없어. 그 아저씨가 진찰실에두 왕진두 안 나가시구서, 언니허구 마주 안..

시골 노파

계용묵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89 2 0 20 2019-04-18
시골 노파(老婆) 그러다가 모습을 몰라보고 혹시 지나쳐 버리지는 않을까,거의 20년 동안이나 못 뵈온 덕순 어머니라, 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가면서도 나는 그게 자못 근심스러웠다. 그러나 급기야 차가 와 닿고 노도처럼 복도가 메여 쏟아져 나오는 그 인파 속에서도 조고마한 체구에 유난히 크다란 보퉁이를 이고 재바르게도 아장아장 걸어나오는 한 사람의 노파를 보았을 때,나는 그것이 덕순 어머니일 것을 대뜸 짐작해 냈다. 어디를 가서 단 하룻밤을 자더라도 마치 10년이나 살 것처럼 이것저것 살림살이 일습을 마련해서 보퉁이를 크다랗게 만들어 가지고야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에 시골 있을 때 얻어 들었던 기억이 그 노파의 머리 위의 보퉁이를 보는 순간, 문득 새로웠던 것이다. 출찰구..

봉창산필

김상용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85 2 0 41 2019-04-13
봉창산필(蓬窓散筆) 그대는 내 마음의 친구외다. 내 속을 통털어 말씀드릴 知己[지기]외다. 나는 이때껏 그대를 찾았었나이다. 산에게 찾고 물에서 찾고 들과 모험 속에서 찾았었나이다. 그러다가 그리운 그대를 마침내 이곳에서 만났나이다. 내 가슴이 희열에 뜀이 또한 무리가 아닐 것이외다. 그대는 내 마음의 거울, 내 감정의 공명체입니다. 그대는 나를 이해하실 뿐 아니라, 나를 동정하십니다. 내 설음이 있을 때 나는 그대를 붙들고 울것이외다. 내 울분이 있을 때, 나는 그대와 함께 뛰고 무료할 때 그와 함께 들가를 배회하리이다. 그대를 대할 때에 나는 천진한 어린이로 돌아가나이다. 그대에게 드리는 모든 말씀은 반성을 거부합니다. 그대에게 드리는 글은 적나라한 내 심정의..

소독부

백신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10 2 0 3 2019-04-18
이 마을 이름은 모두 돈들뺑이라고 이른다. 신작로에서 바라보면 넓은 들 가운데 백여 호 되는 초가집이 따닥따닥 들러붙어 있는데 특별히 눈에 뜨이는 것은 마을 앞에 있는 샘터에 구부러지고 비꼬아져서 제법 멋들어지게 서있는 향나무 몇 폭이다. 마을에서 신작로길로 나오려면 이 멋들어진 향나무가 서 있는 샘터를 왼편으로 끼고 돌아 나오게 되는데 요즘은 일기가 제법 따뜻해진 봄철이라 향나무 잎사귀들이 유달리 푸른빛이 진해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이 샘이 아니면 먹을 물이라고는 한 모금 솟아나는 집이 없으므로 언제나 이 샘터에는 사람이 빈틈이 없고 더구나 요즈음은 경루보다 더 옥신각신 복잡하다. 이 샘터에 나오는 사람은 거의 모두 여인들인데 요즈음같이 따뜻한 봄철에는 붉고, 푸..

소년록

현경준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68 3 0 25 2019-04-18
오후 다섯째 시간, 작문 시간이다. 남순이는 아침 조간에서 본 기사에서 문득 생각을 얻은 제목을 또렷하게 칠판에 써놓았다. ‘어머니’ 그러고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오늘은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지어라. 누구든지 거짓말을 쓰면 못써. 작문이란 언제든지 말하는 거지만 거짓말을 쓰면 못 쓰는 거다. 있는 그대루 보구 듣구, 생각한 그대루 솔직하게, 알기 쉽게, 말하면 정직하게 쓰란 말이다. 어머니는 가장 우리들을 생각해주시는 이기 땜에 이런 제목을 내걸었으니까, 글씨두 주의해서 잘 써야 한다." 아이들은 한동안 웅성거리며 떠들어대더니 제각기 연필 끝에 침을 바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공책 책장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또..

순정의 호동왕자

윤백남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45 3 0 25 2019-04-18
순정의 호동왕자(好童王子) 고구려 대무신왕 十五[십오]년. 가을 해가 서편 벌판으로 뉘엿 뉘엿 넘어가려 한다. 바야흐로 하늘을 찌를 듯한 고구려의 세력이 한토(漢土)의 낙랑(樂浪)까지도 집어 삼켜서 어제까지도 낙랑의 서울이던 땅이 오늘의 고구려의 一[일]읍으로 되었다. 그로써 읍의 교외 멀리 패수를 굽어 보는 아담한 재릉에 한 개 새로운 무덤이 서 있었다. 고귀한 사람의 무덤인 듯, 그 앞에 아로새긴 돌이며 무덤의 높이가 보통 평민의 무덤은 아니였다. 그리고 이 근처의 무덤이 모두 한풍(漢風)을 띄운데 반하여 이 무덤만은 고구려풍이다. 황혼의 해를 등으로 받고 고요히 누워 있는 이 무덤 위로 깃을 찾아 가는 몇마리의 까마귀가 울며 지나간다. 황혼의 교외. ..

아부용

김동인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60 3 0 5 2019-04-18
아부용(阿芙蓉) 아편전쟁(阿片戰爭)은 세계전사상에서 최악의 전쟁이다. 호랑(虎狼) 영국 백 년의 동아 침략과 착취의 계기는 실로 이 아편전쟁에서 발단된 것이며 지나와 지나인에게 아편 구입과 사용을 강요한 영국의 전인류적인 죄악은 홍콩(香港) 약탈에서 배가된 것이다. 영국인 그 자신들도 아편전쟁을 가지고 영구히 지워 버릴 수 없는 오점을 영국사상에 새겨 놓은 것이라고 한탄하였다. 이 동아 침략의 아성 홍콩이 작년 십이월 이십오일 용맹과감한 황군(皇軍)에게 괴멸된 것을 기회로 본지는 거장 동인(東仁)의 붓을 빌어 이 세계 최대의 죄악사를 독자 제씨 앞에 전개시키려 하는 것이다.

아씨와 안잠이

윤기정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69 3 0 24 2019-04-18
아씨와 안잠이 "여보게 게 있나? 세숫물 좀 떠오게." 여태까지 세상모르고 자거나 그렇지 않으면 깨서라도 그저 이불 속에 드러누워 있을 줄만 안 주인아씨의 포달부리는 듯한 암상스런 음성이 안방에서 벼락같이 일어나 고요하던 이 집의 아침공기를 뒤흔들어 놓았다. "내! 밥퍼요." 새로 들어온 지 한달 쯤밖에 안 되는 노상 앳된 안잠재기가 밥 푸던 주걱을 옹솥 안에다 그루박채 멈칫하고서 고개를 살짝 들어 부엌 창살을 향하고 소리를 지른다. "떠오고 나선 못 푸나 어서 떠와 잔소리 말고." 먼저보다도 더 한층 독살이 난 째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지간히 약이 오른 모양이다. "내 곧 떠 들여가요." 젊은 안잠재기는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바로 옹솥 옆에 걸린 그리 크..

악부자

백신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62 3 0 3 2019-04-18
악부자 하나 남았던 그의 어머니마저 죽어버리자 그대로 먹고 살만하던 살림이 구멍 뚫린 독 속에 부은 물같이 솔솔솔 어느 구멍을 막아야 될지 분별할 틈도 없이 모조리 빠져 달아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어찌된 심판인지 경춘(敬春)이라는 뚜렷한 본 이름이 있으면서도 ‘택부자’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왕 별명을 가지는 판이면 같은 값에 ‘꼴조동이’, ‘생멸치’, ‘뺑보’라는 등 그리 아름답지 못하고 빈상(貧相)인 별명보다는 귀에도 거슬리지 않게 들리고 점잖스럽고 그 위에 복스러운 부자라는 두자까지 붙어 ‘택부자’라고 별명을 가지는 편이 그리 해롭지는 않을 것이건만 웬일인지 불리우는 그 자체인 경춘이는 몹시 듣기 싫어하였다. 동리에서 그래도 학교나 꽤 다니던 젊..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kr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