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 0 0 0 41 0 5년전 0

봉창산필

김상용 수필

봉창산필(蓬窓散筆) 그대는 내 마음의 친구외다. 내 속을 통털어 말씀드릴 知己[지기]외다. 나는 이때껏 그대를 찾았었나이다. 산에게 찾고 물에서 찾고 들과 모험 속에서 찾았었나이다. 그러다가 그리운 그대를 마침내 이곳에서 만났나이다. 내 가슴이 희열에 뜀이 또한 무리가 아닐 것이외다. 그대는 내 마음의 거울, 내 감정의 공명체입니다. 그대는 나를 이해하실 뿐 아니라, 나를 동정하십니다. 내 설음이 있을 때 나는 그대를 붙들고 울것이외다. 내 울분이 있을 때, 나는 그대와 함께 뛰고 무료할 때 그와 함께 들가를 배회하리이다. 그대를 대할 때에 나는 천진한 어린이로 돌아가나이다. 그대에게 드리는 모든 말씀은 반성을 거부합니다. 그대에게 드리는 글은 적나라한 내 심정의 표현이외다. 대인탁물에 내 느낀 그..
봉창산필(蓬窓散筆)

그대는 내 마음의 친구외다. 내 속을 통털어 말씀드릴 知己[지기]외다. 나는 이때껏 그대를 찾았었나이다. 산에게 찾고 물에서 찾고 들과 모험 속에서 찾았었나이다. 그러다가 그리운 그대를 마침내 이곳에서 만났나이다. 내 가슴이 희열에 뜀이 또한 무리가 아닐 것이외다.
그대는 내 마음의 거울, 내 감정의 공명체입니다. 그대는 나를 이해하실 뿐 아니라, 나를 동정하십니다. 내 설음이 있을 때 나는 그대를 붙들고 울것이외다. 내 울분이 있을 때, 나는 그대와 함께 뛰고 무료할 때 그와 함께 들가를 배회하리이다.
그대를 대할 때에 나는 천진한 어린이로 돌아가나이다. 그대에게 드리는 모든 말씀은 반성을 거부합니다. 그대에게 드리는 글은 적나라한 내 심정의 표현이외다. 대인탁물에 내 느낀 그대로를 아뢰리다. 애호, 감격, 증오, 번민, 분노 모든 것을 느낀 그대로 아뢰리다. 그러므로 그대에게 드리는 이 글에 장식과 수식이 있을 리 없읍니다. 수식이 왜 필요하며 두서가 어이 있으리까. 오직 내 참 마음을 거둬주소서.
김상용
1902년 8월 27일 ~ 1951년 6월 22일
시인, 영문학자, 교육자
1902년 경기도 연천에서 출생했다. 호는 월파(月波)
1917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입학, 1921년 보성(普成)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릿쿄[立敎]대학 영문과에 졸업 후 보성고등보통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포(E. A. Poe)의 「애너벨리」(『신생(新生)』 27, 1931.1), 키츠(J. Keats)의 「희람고옹부(希臘古甕賦)」(『신생』 31, 1931.5) 등의 외국문학을 번역·소개했다.
1933년부터 이화여자전문학교 영문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1938년 「남으로 창을 내겠오」를 수록한 시집 『망향(望鄕)』을 출판했다.
1939년 10월 '국민문학 건설과 내선일체 구현'을 목적으로 결성된 조선문인협회의 발기인, 1941년 9월에는 조선임전보국단의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1950년 수필집 『무하선생방랑기(無何先生放浪記)』를 간행했고, 코리아타임즈사의 초대 사장을 역임했다.
1951년 6월 22일 부산에서 식중독으로사망했다.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