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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노파

계용묵 단편소설

시골 노파(老婆) 그러다가 모습을 몰라보고 혹시 지나쳐 버리지는 않을까,거의 20년 동안이나 못 뵈온 덕순 어머니라, 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가면서도 나는 그게 자못 근심스러웠다. 그러나 급기야 차가 와 닿고 노도처럼 복도가 메여 쏟아져 나오는 그 인파 속에서도 조고마한 체구에 유난히 크다란 보퉁이를 이고 재바르게도 아장아장 걸어나오는 한 사람의 노파를 보았을 때,나는 그것이 덕순 어머니일 것을 대뜸 짐작해 냈다. 어디를 가서 단 하룻밤을 자더라도 마치 10년이나 살 것처럼 이것저것 살림살이 일습을 마련해서 보퉁이를 크다랗게 만들어 가지고야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에 시골 있을 때 얻어 들었던 기억이 그 노파의 머리 위의 보퉁이를 보는 순간, 문득 새로웠던 것이다. 출찰구를 다 나와 바로 내 옆으로 새려는 ..
시골 노파(老婆)

그러다가 모습을 몰라보고 혹시 지나쳐 버리지는 않을까,거의 20년 동안이나 못 뵈온 덕순 어머니라, 정거장으로 마중을 나가면서도 나는 그게 자못 근심스러웠다.
그러나 급기야 차가 와 닿고 노도처럼 복도가 메여 쏟아져 나오는 그 인파 속에서도 조고마한 체구에 유난히 크다란 보퉁이를 이고 재바르게도 아장아장 걸어나오는 한 사람의 노파를 보았을 때,나는 그것이 덕순 어머니일 것을 대뜸 짐작해 냈다. 어디를 가서 단 하룻밤을 자더라도 마치 10년이나 살 것처럼 이것저것 살림살이 일습을 마련해서 보퉁이를 크다랗게 만들어 가지고야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에 시골 있을 때 얻어 들었던 기억이 그 노파의 머리 위의 보퉁이를 보는 순간, 문득 새로웠던 것이다. 출찰구를 다 나와 바로 내 옆으로 새려는 것을 나는 어깨를 꾹 눌러 붙들었다.
"덕순 어머니시죠?"
"아아니! 네 네레 세켠댁 준호가?"
받는 대답이 틀림없는 덕순 어머니다.
계용묵(桂鎔默)
1904. 9. 8. ~ 1961년
본명은 하태용(河泰鏞). 본관은 수안(遂安). 평안북도 선천(宣川) 출생.
서당에서 수학하고 삼봉공립보통학교 졸업.
1921년 중동학교, 1922년휘문고등보통학교, 일본 도요대학[東洋大學]에서 수학하고 조선일보사 등에서 근무하였다.
1945년정비석(鄭飛石)과 함께 잡지 『대조(大潮)』를 발행하였고, 1948년김억(金億)과 함께 출판사 수선사(首善社)를 창립.
1925년 5월『조선문단』 제8호에 단편 「상환(相換)」으로 등단했다.
이후「최서방」(1927)·「인두지주(人頭蜘蛛)」(1928)를 발표, 1935년『조선문단』 제4권 제3호에 「백치(白痴)아다다」를 발표하면서 황금기를 맞는다.
「장벽(障壁)」(1935)·「병풍에 그린 닭이」(1939)·「청춘도(靑春圖)」(1938)·「신기루(蜃氣樓)」(1940) 「별을 헨다」(1946)·「바람은 그냥 불고」(1947) 등을 발표하였다.
작품집으로 단편집 『병풍에 그린 닭이』·『백치아다다』·『별을 헨다』 외에 한 권의 수필집 『상아탑(象牙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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