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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의 귀추

임화 평론

현대소설(現代小說)의 귀추(歸趨) 40편이 넘는 작품 가운데서 나는 李泰俊[이태준]씨의 「農軍[농군]」에 이르러 비로소 감동을 가지고 읽을 수가 있었다. 또한 그것뿐으로 다시 예술을 대하는 듯한 감흥을 깨닫지 못한채 全[전]작품을 읽었다. 거의 문단의 기성과 신진이 총동원된 이달 창작에서 내가 얻은 바의 커다란 적막과 조그만 즐거움을 체험한 경로의 피력이 이달 창작의 비평이 될 줄은 나역시 의외의 일이다. 「農軍[농군]」은 泰俊[태준]이 처녀작을 쓸 때부터 가지고 나왔던 어느 세계가 이 작품에 와서 하나의 절정에 도달하였다는 감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것은 泰俊[태준]의 全[전]작품을 일관한 기본색조요, 連綿[연면]된 전통이리라. 허나 이것을 사상이라고까지 말하기엔 너무나 분위기에 가까운 것일지..
현대소설(現代小說)의 귀추(歸趨)

40편이 넘는 작품 가운데서 나는 李泰俊[이태준]씨의 「農軍[농군]」에 이르러 비로소 감동을 가지고 읽을 수가 있었다. 또한 그것뿐으로 다시 예술을 대하는 듯한 감흥을 깨닫지 못한채 全[전]작품을 읽었다.
거의 문단의 기성과 신진이 총동원된 이달 창작에서 내가 얻은 바의 커다란 적막과 조그만 즐거움을 체험한 경로의 피력이 이달 창작의 비평이 될 줄은 나역시 의외의 일이다. 「農軍[농군]」은 泰俊[태준]이 처녀작을 쓸 때부터 가지고 나왔던 어느 세계가 이 작품에 와서 하나의 절정에 도달하였다는 감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그것은 泰俊[태준]의 全[전]작품을 일관한 기본색조요, 連綿[연면]된 전통이리라. 허나 이것을 사상이라고까지 말하기엔 너무나 분위기에 가까운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분위기라고만 해두기엔 또한 기분은 뿌리깊고 그 뿌리가 박힌 토양은 광대하다.
얼마 전에 발표된 「寧越令監[영월영감]」에 표현된 悲哀[비애], 멀리는 「꽃나무는 심어 놓고」에 나타난 간얄핀 그러나 切切[절절]한 哀愁[애수].
이러한 감정이 유래하는 곳을 사람들은 돌아볼 틈을 가지고 있지 아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득 오래 잊었던 고향을 회상할 때 피어오르는 향수처럼 우리의 마음을 소년 때의 순수함으로 돌려 보내는 이 애수와 비애의 깊은 유래를 또한 아무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민열차가 북으로! 북으로! 달리는 찻간 속의 풍경은 그리 꽃다운 바가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이 雜然[잡연]한 풍경, 유쾌하지 않은 내음새 속에 우리는 먼 촌락의 團樂[단락]한 面影[면영]을 봄도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장면에서 시작하는 이 소설의 줄거리나 소재는 죽음도 신기하지 않고 특이하지도 않다. 그러나 놀라울 만치 진실하다. 진실이란 대체 어떤 것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의 진실인지 모르나, 그러나 좌우간 이 소설에 나타난 생활과 이야기와 감정과 사상은 절박할 만치 진실하다.
임화(林和)
1908년 10월 13일 ~ 1953년 8월 6일
시인·평론가·문학운동가.
본명은 임인식(林仁植). 서울 출생.
1921년 보성중학에 입학하였다가 1925년에 중퇴.
1926년부터 시와 평론을 발표하기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연극에도 뛰어들었다.
1928년에 박영희(朴英熙)와 만났으며, 윤기정(尹基鼎)과 가까이 하면서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에 가담.
1929년에는 「우리 옵바와 화로」·「네거리의 순이(順伊)」·「어머니」·「병감(病監)에서 죽은 녀석」·「우산받은 ‘요꼬하마’의 부두」 발표.
시집 『현해탄(玄海灘)』·『조선신문학사』 간행, 출판사 ‘학예사’ 운영,
1946년 2월에는 ‘조선문학가동맹’ 주최의 제1차 전국문학자대회를 성황리에 개최하였다.
1947년 11월에 월북하기 전까지는 박헌영(朴憲永)·이강국(李康國) 노선의 민전의 기획차장으로 활동.
월북 후에는 6·25까지 조·소문화협회 중앙위 부위원장으로 일하였다.
1953년 8월에 남로당 중심 인물들과 함께 북한정권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처형당하였다.
시집으로는 『현해탄』(1938)·『찬가(讚歌)』(1947)·『회상시집(回想詩集)』(1947)·『너 어느 곳에 있느냐』(1951) ,
평론집으로는 『문학의 논리』(194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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