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516

아부용

김동인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63 3 0 5 2019-04-18
아부용(阿芙蓉) 아편전쟁(阿片戰爭)은 세계전사상에서 최악의 전쟁이다. 호랑(虎狼) 영국 백 년의 동아 침략과 착취의 계기는 실로 이 아편전쟁에서 발단된 것이며 지나와 지나인에게 아편 구입과 사용을 강요한 영국의 전인류적인 죄악은 홍콩(香港) 약탈에서 배가된 것이다. 영국인 그 자신들도 아편전쟁을 가지고 영구히 지워 버릴 수 없는 오점을 영국사상에 새겨 놓은 것이라고 한탄하였다. 이 동아 침략의 아성 홍콩이 작년 십이월 이십오일 용맹과감한 황군(皇軍)에게 괴멸된 것을 기회로 본지는 거장 동인(東仁)의 붓을 빌어 이 세계 최대의 죄악사를 독자 제씨 앞에 전개시키려 하는 것이다.

아씨와 안잠이

윤기정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73 3 0 24 2019-04-18
아씨와 안잠이 "여보게 게 있나? 세숫물 좀 떠오게." 여태까지 세상모르고 자거나 그렇지 않으면 깨서라도 그저 이불 속에 드러누워 있을 줄만 안 주인아씨의 포달부리는 듯한 암상스런 음성이 안방에서 벼락같이 일어나 고요하던 이 집의 아침공기를 뒤흔들어 놓았다. "내! 밥퍼요." 새로 들어온 지 한달 쯤밖에 안 되는 노상 앳된 안잠재기가 밥 푸던 주걱을 옹솥 안에다 그루박채 멈칫하고서 고개를 살짝 들어 부엌 창살을 향하고 소리를 지른다. "떠오고 나선 못 푸나 어서 떠와 잔소리 말고." 먼저보다도 더 한층 독살이 난 째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어지간히 약이 오른 모양이다. "내 곧 떠 들여가요." 젊은 안잠재기는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바로 옹솥 옆에 걸린 그리 크..

악부자

백신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65 3 0 3 2019-04-18
악부자 하나 남았던 그의 어머니마저 죽어버리자 그대로 먹고 살만하던 살림이 구멍 뚫린 독 속에 부은 물같이 솔솔솔 어느 구멍을 막아야 될지 분별할 틈도 없이 모조리 빠져 달아나기 시작한 때부터이다. 어찌된 심판인지 경춘(敬春)이라는 뚜렷한 본 이름이 있으면서도 ‘택부자’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이왕 별명을 가지는 판이면 같은 값에 ‘꼴조동이’, ‘생멸치’, ‘뺑보’라는 등 그리 아름답지 못하고 빈상(貧相)인 별명보다는 귀에도 거슬리지 않게 들리고 점잖스럽고 그 위에 복스러운 부자라는 두자까지 붙어 ‘택부자’라고 별명을 가지는 편이 그리 해롭지는 않을 것이건만 웬일인지 불리우는 그 자체인 경춘이는 몹시 듣기 싫어하였다. 동리에서 그래도 학교나 꽤 다니던 젊..

안달소전

이무영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83 3 0 21 2019-04-18
안달소전(安達小傳) 권안달도 이 동네의 다른 열세 집과 같이 단양댁의 논 몇 마지기와 밭 몇 뙈기를 얻어부치어 권안달의 말을 본다면 그 덕으로 거미가 입에 줄을 못치고 있는 셈이다. 원래가 크지도 못한 키에다가 양쪽 어깨가 차악 내려앉고 그나마도 상반신에 비해서 하지가 짧은 편이라서 얼핏 보기에는 어딘지 생리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러니 자연 얼굴도 큰 편이 못되고 햇볕에 탄 황토색 살빛과 유난히 노란 수염이 그것도 이면치레로 몇 가닥 나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 무던히 옹졸한 인상을 준다. 만일 그의 눈이 가로 찢어지지만 않았더라도 그 왕방울 같은 두 눈이 초라한 체구와 옹졸한 얼굴이 주는 인상을 어느 정도까지는 보받침을 해주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두 눈..

알리바바와 도둑

방정환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01 3 0 26 2019-04-18
알리바바와 도둑 옛날 파사(페르시아) 나라 어느 동네에 두 형제가 있었는데 형의 이름은 카심이고, 동생의 이름은 알리바바였습니다. 두 형제는 자기 아버지가 돌아갈 때에 물려 준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을 나눠 가지고, 각각 떨어져 살다가, 다행히 형되는 카심은 돈 많은 색시에게 장가를 가서 큰 부자로 살게 되었는데, 동생 알리바바는 자기와 같이 돈 없는 가난한 집 색시에게 장가를 갔기 때문에 살림이 몹시 구차하여서, 날마다 날마다 깊은 산 속에 들어가 나무를 베어다 팔아서 겨우 살아가는 터이었습니다. 하루는 알리바바가 깊은 산 속을 찾아가서 하루 종일 나무를 베어서 당나귀 등에다 잔뜩 실어 가지고 아무도 없는 산길로 터벅터벅 걸어오려니까, 별안간 먼 곳에서 말굽 소리가 ..

얼어죽은 모나리자

채만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10 3 0 25 2019-04-18
농투성이(農民)의 딸자식이 별수가 있나! 얼굴이 반반한 게 불행이지. 올해는 윤달이 들어 철이 이르다면서 동지가 내일 모렌데, 대설 추위를 하느라고 며칠 드윽 춥더니, 날은 도로 풀려 푸근한 게 해동하는 봄 삼월 같다. 일기가 맑지가 못하고 연일 끄무레하니 흐린 채 이따금 비를 뿌리곤 하는 것까지 봄날하듯 한다. 오늘은 해는 떴는지 말았는지 어설프게 찌푸렸던 날이 낮때(午正)가 겨운 둥 마는 둥 하더니 그대로 더럭 저물어버린다. 언덕배기 발 가운데 외따로 토담집을 반 길만 되게 햇짚으로 울타리한 마당에서는 오목이네가 떡방아를 빻기에 정신이 없이 바쁘다. 콩 콩 콩 콩 단조롭기는 하되 졸리지 아니하고 같이서 마음이 급해지게 야무진 절구 소리가 또 어떻게 들으면 훨씬 ..

여수

정인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54 3 0 6 2019-04-18
여수(旅愁) 생각하니 김군이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두자 길이가 넘는 김군의 유고 뭉치를 내가 맡아 간직한지도 이미 한 해가 넘는 셈이다. 살릴 길 있으면 살려주어도 좋고 불살라버리거나 휴지통에 넣어도 아깝게 생각 안할 터이니 내 생각대로 처치하라고─그것이 김군의 뜻이었노라고 유고 뭉치를 내게 갖다 맡기며 김군의 유족들은 이렇게 전했었다. 그 유고 속에는 김군이 30평생을 정진하여온 문학적 성과가 모조리 들어 있었다. 장편 단편 합하여 창작만이 20여 편, 시가 400자 원고지로 삼사백 매, 그리고 일기, 수필, 감상 나부랭이는 부지기수였다. 나는 게으른 탓도 있으려니와 우선 그 굉장한 양에 압도되어서 감히 읽을 맘을 먹지 못하고 오늘 내일..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 토지 | 2,000원 구매
0 0 374 63 0 28 2019-04-10
沈鬱[침울]한 날이 저믈고 風雨[풍우]가 설레는 때 騷亂[소란]한 밤길을 다림이 美酒[미주]같이 내게 달거니, 그대 亦[역] 그러치 안흐뇨? 狂波[광파] 긴 濱州[빈주]에 깨어지는 곳 泡沫[포말]의 작난을 그대 사랑하느뇨? 褐色[갈색]의 머리털은 날리고 가쁜 바다 呼吸[호흡]에 내 숨결도 바빠 그대의 손잡고 구비치는 물결에 설진댄 喜悅[희열]은 이에 極[극]한다. 날 가고 해 지나갈스록 때로는 기쁘고 또 설어라 나의 두 뺨이 붉어질 땐 죽거나 사는 것도 난 몰라

부부

최서해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18 3 0 20 2019-04-10
부부(夫婦) 결혼하던 당년 여름이었읍니다. 다방골 어떤 학생 하숙에서 두어 달이나 지낸 두 내외는 동소문안 어떤 집 사랑채를 세로 얻어 가지고 이사를 하였 읍니다. 단 내외간 살림인데 가난까지 겸하여 놓으니 세간이라고는 잔약한 서방님의 어깨에 올려 놓아도 그리 겨웁지는 않을 만하였읍니다. 그런 세간이건마는 되지도 못한 체면을 보노라고 짐꾼을 불러서 지어 가지고 갔읍니다. 그집 사랑채는 말이 사랑채지 실상은 왼채집이나 다름없었읍니다. 방은 하나이나 간 반이 되고 벽장까지 있으니 그만하면 신혼지초에 신정이 미흡한 젊은 내외의 용슬(容膝)은 넉넉하였읍니다. 부엌은 말로 반 칸이지 사실로는 반의 반 칸이나 되겠으나 다행히 아씨의 몸집이 뚱뚱보가 아니니까 그것도 부족될 것..

빛 속에

김사량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90 3 0 85 2019-04-10
내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야마다 하루오는 실로 이상한 아이였다. 그는 다른 아이들 속에 휩쓸리지 못하고 언제나 그 주위에서 소심하게 어물거리고 있었다. 노상 얻어맞기도 하고 수모를 당했으나 저도 처녀 아이들이나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을 못살게 굴었다. 그리고 누가 자빠지기라도 하면 기다리고 있은 듯이 야야하고 떠들어댔다. 그는 사랑하려고 하지 않았으며 또 사랑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보기에 머리숱이 적은 편이고 키가 컸으며 눈은 약간 흰자위가 많아서 좀 기분이 나쁘다. 그는 이 지역에 사는 그 어느 아이보다 옷이 어지러웠으며 벌서 가을이 깊었는데도 아직 해어진 회색 옷을 입고 있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눈은 한층 더 음울하고 회의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kr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