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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록

현경준 단편소설

오후 다섯째 시간, 작문 시간이다. 남순이는 아침 조간에서 본 기사에서 문득 생각을 얻은 제목을 또렷하게 칠판에 써놓았다. ‘어머니’ 그러고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오늘은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지어라. 누구든지 거짓말을 쓰면 못써. 작문이란 언제든지 말하는 거지만 거짓말을 쓰면 못 쓰는 거다. 있는 그대루 보구 듣구, 생각한 그대루 솔직하게, 알기 쉽게, 말하면 정직하게 쓰란 말이다. 어머니는 가장 우리들을 생각해주시는 이기 땜에 이런 제목을 내걸었으니까, 글씨두 주의해서 잘 써야 한다." 아이들은 한동안 웅성거리며 떠들어대더니 제각기 연필 끝에 침을 바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공책 책장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또 어떤 놈은 벌써 쓰기 시작하는 놈도..
오후 다섯째 시간, 작문 시간이다.
남순이는 아침 조간에서 본 기사에서 문득 생각을 얻은 제목을 또렷하게 칠판에 써놓았다.
‘어머니’
그러고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오늘은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지어라. 누구든지 거짓말을 쓰면 못써. 작문이란 언제든지 말하는 거지만 거짓말을 쓰면 못 쓰는 거다. 있는 그대루 보구 듣구, 생각한 그대루 솔직하게, 알기 쉽게, 말하면 정직하게 쓰란 말이다. 어머니는 가장 우리들을 생각해주시는 이기 땜에 이런 제목을 내걸었으니까, 글씨두 주의해서 잘 써야 한다."
아이들은 한동안 웅성거리며 떠들어대더니 제각기 연필 끝에 침을 바르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공책 책장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또 어떤 놈은 벌써 쓰기 시작하는 놈도 있다.
운동장에서 4학년생의 체조가 바로 시작되어서 담임 선생의 구령 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온다.
현경준
(玄卿駿)
1909년 2월 29일 ~ ?
함경북도 명천(明川) 출생. 아호는 금남(錦南). 필명은 김향운(金鄕雲).
간도의 공립백봉국민우급학교(公立白鳳國民優給學校)를 졸업했다.
주로 만주지방에 거주했는데 1920년 말에는 시베리아 유랑과 일본 유학을 하였다.
1934년≪조선일보≫에 장편소설 <마음의 태양>을 발표,, 1935년≪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격랑 激浪>이 당선되었다.
초기의 작품들은 김정한(金廷漢)과 더불어 경향적 소설을 주로 창작하였다.
<젊은 꿈의 한 토막>(신인문학, 1935.3.)·<명일의 태양>(신인문학, 1935.4.∼6.)·<귀향 歸鄕>(조선중앙일보, 1935.7.18.∼30.)·<탁류 濁流>(조선중앙일보, 1935.9.17.)·<그늘진 봄>(조선중앙일보, 1936.5.15.∼22.) 등이 초기 작품이다.
단편 <별>(1937)은 일제 하에 올바른 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사 ‘최명우’의 삶을 형상화하여 다가올 미래가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생첩」(1938), 「퇴조」(1939), 「유맹」(1940) 등에서는 계급적인 대립이 점차 약화되면서 현실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다. 「사생첩」은 만주로 이민해 간 농민가족이 수탈당하고 죽음을 맞는 것을 묘사하고 있으며, 「유맹」은 아편중독자의 수용소 마을을 배경으로 명우와 규선 두 조선 청년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943년 소설집 『마음의 금선(琴線)』을 간행하였다.
광복 직후에 북한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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