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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이무영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74 6 0 10 2020-05-24
“얘들아, 오늘은 좀 어떨 것 같으냐?” 부엌에서 인기척이 나기만 하면 박 과부는 자리 속에서 이렇게 허공을 대고 물어보는 것이 이 봄 이래로 버릇처럼 되어 있다. 어떨 것 같으냐는 것은 물론 날이 좀 끄무레해졌느냐는 뜻이다. 다른 날도 아닌 바로 한식날 시작을 한 객쩍은 비가 이틀이나 줄기차게 쏟아진 이후로는 복이 내일 모레라는데 소나기 한 줄기 않던 것이다. 이러다가는 못자리판에서 이삭이 날 지경이다. 여느 해 같으면 지금 한창 이듬매기다, 피사리다, 매미충이 생겼느니 어쩌니 할 판인데 중답들도 아직 모를 내어볼 염량도 못하고 있다. 밭도 그대로 퍽 묵어자빠졌다. 오이다, 열무다, 목화다, 제철 찾아 심기는 했으나 워낙 내리쪼이기만 하니까 싹이 트다 말고 모..

작가의 말과 문장

안영모 | 토지 | 2,000원 구매
0 0 379 8 0 65 2020-05-02
책은 책 이상이다 책읽기가 고통스러운 것은 나는 책 없이는 살 수 없다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새 책을 사는 데 게을리하지 말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친구는 바로 책이다 ............................................................................. 틀어박혀 입을 다물고 침묵을 즐기며 밤마다 글을 쓸 수 있는 호텔방을 갖고 싶다. -프란츠 카프카- 베스트셀러? 그저 잘 팔렸으니까 베스트셀러겠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재니얼 부어스틴- 읽는 사람에게 생각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책들이 많다. 그렇게 된 까닭은 간단..

강경애 시와 수필

강경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526 36 0 40 2020-03-24
「인간문제」, 「지하촌」 으로 알려진 소설가 강경애의 시와 수필 염상섭 씨의 논설 「명일의 길」을 읽고 (1929년) 조선여성들의 밟을 길 (1930년) 양주동 군의 신춘평론 - 반박을 위한 반박 (1931년) 간도풍경 (1932년) 간도를 등지면서, 간도야 잘 있거라 (1932년) 꽃송이같은 첫 눈 (1932년) 커다란 문제 하나 (1933년) 간도의 봄 (1933년) 나의 유년 시절 (1933년) 원고 첫 낭독 (1933년) 여름 밤 농촌의 풍경 점점 (1933년) 이역의 달밤 (1933년) 송년사 (1933년) 간도 (1934년) 표모의 마음 (1934년) 두만강 예찬 (1934년) 고향의 창공 (1935년) 장혁주 선생에게 (..

세월이 가면

박인환 | 토지 | 2,000원 구매
0 0 471 68 0 45 2019-12-17
박인환 수필과 평론 나는 최근 불란서의 문학적 철학자 알랭의 이러한 한 구절을 외우고 있다. “욕망이라는 것은 애정의 하위에 있는 것이며 아마도 애정에 이르는 길은아니다…….”라는 것을. 나는 이 말을 무척 좋은 명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글의 서두에 서슴없이 올리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결혼을 할 때 그것이 연애결혼이나 또는 중매결혼의 경우에 있어서도 누구나 처음에는 애정을 품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에있어서 더욱 부부간에 있어서 애정의 ‘순수한 상태’는 오래 지속하기가힘이 들며 자칫하다가는 애정의 하위인 욕망으로 변하기 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무의식적인 욕망에서 결혼을 하였다면 그것은 현실이 아닌 우상에 대한 결혼이라..

목마와 숙녀

박인환 | 토지 | 2,000원 구매
0 0 504 79 0 45 2019-12-15
박인환 시집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내 서늘한 가슴에 있건만

현해탄

임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84 48 0 48 2019-11-23
현해탄(玄海灘) 네거리의 순이 세월 암흑의 정신 주리라 네 탐내는 모든 것을 나는 못 믿겠노라 옛 책 골프장 다시 네거리에서 낮 강가로 가자 들 가을 바람 벌레 안개 속 일년 하늘 최후의 염원 주유의 노래 적 지상의 시 너 하나 때문에 홍수 뒤 야행차 속 해협의 로맨티시즘 밤 갑판 위 해상에서 황무지 향수 내 청춘에 바치노라 지도 어린 태양이 말하되 고향을 지나며 다시 인젠 천공에 성좌가 있을 필요가 없다 월하의 대화 눈물의 해협 상륙 현해탄 구름은 나의 종복이다 새 옷을 갈아 입으며 행복은 어디 있었느냐? 바다의 찬가 후서

나도향 | 토지 | 1,000원 구매 | 200원 7일대여
0 0 364 10 0 10 2019-11-23
안협집이 부엌으로 물을 길어 가지고 들어오매 쇠죽을 쑤던 삼돌이란 머슴이 부지깽이로 불을 헤치면서, "어젯밤에는 어디 갔었습던교?" 하며, 불밤송이 같은 머리에 왜수건을 질끈 동여 뒤통수에 슬쩍 질러맨 머리를 번쩍 들어 안협집을 훑어본다. "남 어디 가고 안 가고 님자가 알아 무엇 할 게요?" 안협집은 별 꼴사나운 소리를 듣는다는 듯이 암상스러운 눈을 흘겨보며 톡 쏴버린다. 조금이라도 염량이 있는 사람 같으면 얼굴빛이라도 변하였을 것 같으나 본시 계집의 궁둥이라면 염치없이 추근추근 쫓아다니며 음흉한 술책을 부리는 삼십이나 가까이 된 노총각 삼돌이는 도리어 비웃는 듯한 웃음을 웃으면서, "그리 성낼 게야 무엇 있습나? 어젯밤 안쥔 심바람으로 님자 집을 갔었으니깐두..

안영모 | 토지 | 1,000원 구매
0 0 865 36 0 217 2019-11-13
몸(BODY) 여체의 신비 ..

안용복-해상의 쾌인-

차상찬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32 9 0 45 2019-10-16
해상(海上)의 쾌인(快人) 안용복(安龍福) 안용복(安龍福)은 숙종대왕(肅宗大王)때 사람이니 경상도 동래(慶尙道東萊)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원래 가난한 탓으로 공부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해변가에서 어려서부터 배타기에 종사하여 항해술이 능한 까닭에 일찌기 수영주군(水營舟軍)으로 뽑히어서 그곳에 복무하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일개 군졸(軍卒)의 천한 자리에 있었지마는 사람의 됨됨이가 대담하며 쾌활하고 적개심(敵愾心)이 강하여 자기의 의리에 틀리는 일이 있으면 비록 당장에 몸을 희생 할지라도 조금도 굴복하지 않고 어디까지든지 싸우며 또 말주변이 능하여 누구와 무슨 변론을 하게 된다면 대개 그를 설복시키고 그 밖에도 일본말(倭語[왜어])에 능통하므로 수영에서 왜놈들과 ..

슈크림

백신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46 18 0 8 2019-10-06
내가 어렸을 때 숙부(叔父) 한 분이 죽었다. 그때 숙모 되는 분은 아직 스물 자리를 한 젊은 여인이었고 그의 단 하나 혈육은 어린아이였었다. 나의 아버지는 맏형이었으므로 할아버지가 없는 까닭에 일가에 으뜸가는 어른이었었다. 그때 아버지는 개명꾼(開明軍)이라고 남들에게 존경도 받고, 비난도 받아오느니 만큼, 재래의 인습을 타파하기에 노력하였었다. 그러므로 숙부가 죽었어도 일체 소리를 내어 우는 것을 엄금하였으므로 누구 하나 감히 울음소리를 내지 못했었다. 더구나 제일 많이 울어야 할 숙모는 현숙한 부인이었으므로 젊은 여인이 제 남편을 죽이고 소리를 내어 울기가 방정맞고, 요물스러워 보일까 하여 조금도 소리를 내지 않았었다. 그러므로 그 초상은 울음소리 없는 초상이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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