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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연

함세덕 | 토지 | 1,000원 구매
0 0 556 2 0 39 2019-05-07
해연(海燕)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인 팔미도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함세덕의 194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사면일대(四面一帶), 암초에 둘러싸인 서해안 어느 섬. 우뚝한 검은 바위, 낙뢰(落磊)한 조개껍질 떼미, 풍우에 깎인 섬기슭. 중앙에 잡초가 덮힌 손바닥만한 평지가 있다. 그 뒤로 반석과 모래사장. 바른편 섬 일각(一角)에 화강암 석벽으로 외곽을 둘러싼 백악(白堊)의 등대가 용립(聳立)해 있다. 석벽엔 첨궁형(尖弓形)의 쇠문. 평지에서 쇠문으로 올라가는 돌층대. 기슭엔 3월이 되면 진홍으로 해당화와 동백이 피지만 지금은 황량한 관목(灌木)이 있을 뿐이라. 그 사이로 석벽을 끼고 가느단 주름길. 이 길이 꾸부러지는 곳에 퇴락한 수직(守直)..

선도자

이광수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43 4 0 22 2019-05-07
선도자(先導者) 1923년 3월 27일 부터 7월 17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한 이광수의 장편소설이다. 도산 안창호를 모델로 한 장편 소설로 시작했으나 중 조선총독부의 간섭으로 중편 부분에서 연재가 중단되었다. -책 속으로- 이 전보가 과연일까. 아아, 과연일까. 그렇다 하면 진실로 조선 백성은 그의 차 지도자를 잃어 버렸구나! 이 항목! 그 는 타고 난 애국자요 지도자였었다. 그에게는 집도 없었고, 재산도 없었고, 몸도 이름도 없었고, 오직 조선의 땅과 사람 이 있었을 뿐이라. 사십 평생에 그의 모든 생각..

젊은 날의 한 구절

채만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14 11 0 39 2019-05-08
젊은 날의 한 구절(句節) 채만식이 1940년 〈女性[여성] 제 5권 5호∼12호, 7회∼10회에 발표한 소설. 마무리하지 못하고 미완의 작품으로 남겼다. 책 속으로- 꽃은 좋았어도, 그러나 비바람 많고 노 운하 자욱하여 한갓 개운한 맛이 덜하던 4월의 봄 한철은 어느덧 창경원의 그 번화하고도 어수선스러운 야앵 분배와 함께 마지막 다 지나고 시방은 5월…… 씻은 듯 닦은 듯 터분하던 것이 말끔하니 죄다 가시고 나서, 저 커다랗게 머리 위에서 너그러이 홍예(虹霓)를 기울인 정갈한 창공이, 아낌없이 내리는 살진 햇..

산협

이효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99 3 0 28 2019-05-08
산협 공재도가 소금을 받아오던 날 마을 사람들은 그의 자랑스럽고 호기로운 모양을 볼 양으로 마을 위 샛길까지들 줄레줄레 올라갔다. 세참 때는 되었을까, 전 놀이가 지난 후의 개나른한 육신을 잠시 쉬고 싶은 생각들도 있었다. 마을이라고는 해도 듬성한 인가가 산허리 군데군데에 헤일 정도로밖에는 들어서지 않은 펑퍼짐한 산골이라 이쪽저쪽의 보리밭과 강낭밭에서 흰 그림자들이 희끗희끗 일어서서는 마을 위로 합의나 한 것 같이 모여들 갔다. "소가 두 필에 콩 넉 섬을 실구 갔었겠다. 소금인들 흐북히 받아오지 않으리." "반반으로 바꿔두 두 섬일 테니 소금 두 섬은 바위보다두 무겁거든. 참말 장에서 언젠가 한번 소금섬을 져본 일이 있으니까 말이지만." "바닷물루 만든다든가...

두 순정

채만식 | 토지 | 900원 구매
0 0 380 3 0 22 2019-05-10
두 순정(純情) 산중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절간의 밤은 초저녁이 벌써 삼경인 듯 깊다. 웃목 한편 구석으로 꼬부리고 누워 자는 상좌의 조용하고 사이 고른 숨소리가 마침 더 밤의 조촐함을 돕는다. 바깥은 산비탈의 참나무숲, 솨아 때때로 이는 바람이 한참 제철 진 낙엽을 우수수 날려 흐트린다.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이어 어디선지 모르게 싸늘한 찬기운이 방안으로 스며들어 등잔의 들기름불을 위태로이 흔들어놓는다. 가느다란 등잔불이 흔들릴 때마다 아랫목 벽에는 노장의 검은 그림자가 커다랗게 얼씬거린다.

어둠

강경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37 3 0 12 2019-05-10
어둠 툭 솟은 광대뼈 위에 검은빛이 돌도록 움쑥 패인 눈이 슬그머니 외과실을 살피다가 환자가 없음을 알았던지 얼굴을 푹 숙이고 지팡이에 힘을 주어 붕대한 다리를 철철 끌고 문안으로 들어선다. 오래 깎지 못한 머리카락은 남바위나 쓴 듯이 이마를 덮어 꺼칠꺼칠하게 귀밑까지 흘러내렸으며 땀에 어룽진 옷은 유지같이 싯누래서 몸에 착 달라붙어 뼈마디를 환히 드러내이고 있다. 소매로 나타난 수숫대 같은 팔에 갑자기 뭉퉁하게 달린 손이 지팡이를 힘껏 다궈쥐었다. 금방 뼈마디가 허옇게 나올 것 같다. 의사는 회전의자에 앉아 의서를 보다가 흘끔 돌아보았으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얼른 머리를 돌리고 검실검실한 긴 눈썹에 싫은 빛을 푸르르 깃들이고서 여전히 책에 열중한 체한다. 저편 ..

도시와 유령

이효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82 3 0 11 2019-05-03
도시와 유령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르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충한 늪가! 거기에는 흔히 도깨비나 귀신이 나타난다 한다. 그럴 것이다. 고요하고, 축축하고, 우중충하고. 그리고 그것이 정칙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런 곳에서 그런 것을 본 적은 없다. 따라서 그런 것에 관하여서는 아무 지식도 가지지 못하였다. 하나 나는―자랑이 아니라―더 놀라운 유령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이니 놀랍단 말이다. 나는 그래도 문명을 자랑하는 서울에..

복덕방

이태준 | 토지 | 1,000원 구매
0 0 553 3 0 105 2019-04-24
철썩, 앞집 판장(板牆) (널판장, 널빤지로 막은 울타리)밑에서 물 내버리는 소리가 났다. 주먹구구에 골똘했던 안 초시(初試, 과거의 첫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는 놀랄 만한 폭음이었던지, 다리 부러진 돋보기 너머로, 똑 먹이를 쪼으려는 닭의 눈을 해 가지고 수채 구멍을 내다본다. 뿌연 뜨물에 휩쓸려 나오는 것이 여러 가지다. 호박 꼭지, 계란 껍질, 거피(껍질을 제거)해 버린 녹두 껍질. “녹두 빈자떡(빈대떡)을 부치는 게로군 흥…….” 한 오륙 년째 안 초시는 말끝마다 ‘젠-장…’이 아니면 ‘흥!’ 하는 코웃음을 잘 붙였다.“추석이 벌써 낼 모래지! 젠-장…….”

해후

채만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88 7 0 11 2019-04-24
해후(邂逅) 마지막으로 라디오의 지하선을 비끄러매놓고 나니, 그럭저럭 대강 다 정돈은 된 것 같았다. 책장과 책상과 이불 봇짐에, 트렁크니 행담 등속을 말고도, 양복장이야 사진틀이야 족자야 라디오 세트야, 하숙 홀아비의 세간 치고는 꽤 부푼 세간이었다. 그것을 주섬주섬 뒤범벅으로 떠싣고 와서는, 전대로 다시 챙긴다, 적당히 벌여놓는다 하느라니, 언제나 이사를 할 적이면 그러하듯이, 한동안 매달려서 골몰해야 했다. 잠착하여 시간과 더불어 오래도록 잊었던 담배를 비로소 푸욱신 붙여 물고 맛있이 내뿜으면서, 방 한가운데에 가 우뚝 선 채, 휘휘 한 바퀴 돌아보았다. 칸반이라지만 집 칸살이 커서 웬만한 이칸보다도 나았다. 웃목으로 책장과 양복장을 들여세우고, 머리맡으로 책..

젊은 사람들

이무영 | 토지 | 3,000원 구매
0 0 303 22 0 14 2019-04-21
젊은 사람들 대엿새 잡고서 간 사람이 달포나 되어서야 돌아왔다는 것이니, 응당 그렇게나 늦게 된 까닭부터 물었어야 할 것인데 진숙은 불쑥, "오빠 혼자?" 하고 묻고 나서야 아뿔싸 했다. 저도 모르게 얼굴이 확 단다. "그럼 혼자지, 제 오라비가 동부인하고 서울 갔더냐?" 오라비의 신상에보다도 종호 소식에 더 마음이 팔린 딸을 편잔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으리라. 그러나 진숙이는 어머니가 그러한 딸의 심정을 얄밉게까지는 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어머니의 핀잔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랑하는 딸이 대견히 여기는 사위를 두둔한다고 핀잔을 주는 친정어머니의 모지지 않은 핀잔처럼 부드럽게 들리는 것이었다. "미안!" 진숙이는 군인처럼 경례를 하고서, 냉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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