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용묵 | 토지 | 1,100원 구매
0
0
383
3
0
65
2019-04-20
유앵기(流鶯記)
앞문보다는 뒷문이 한결 마음에 든다.
-끝이 없이 마안하니 내다만 보이는 바다, 그렇게 창망한 바다위에 떠도는 어선, 돛대 끝에 풍긴 바람이 속력을 주었다 당기었다…… 결코 마음에 드는 풍경이 아니다. 어딘지 거기에는 세속적인 정취가 더할 수 없이 담뿍 담기운 듯한 것이 싫다. 무엇이 숨었는지 뒤에는 꿰뚫어볼 수도 없이 빽빽히 둘러선 송림, 오직 그것밖에 바라보이지 않는 뒷문 쪽의 풍경이 턱없이 좋다.
성눌은 마침내 뒷문 곁에 책상을 놓았다.
놓고 나서 마지막 정리인 책상 위까지 정리를 하여 놓은 다음, 뒷산을 대해 마주앉으니 병풍을 두른 듯이 앞을 탁 막아 주는 데 마음이 푹 가라앉는다. 가라앉으니 앞은 막혔건만 앞이 터진 바다보다 눈앞은 더 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