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정환 | 토지 | 1,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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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4
풍자기(諷刺記)
제법 봄철이다.
저녁 후에 산보격으로 천천히 날아 났으니, 어두워 가는 경성 장안의 길거리에는 사람놈들의 왕래가 자못 복잡스럽다.
속이기 잘 해야 잘 살고, 거짓말 잘 해야 출세하는 놈들의 세상에서 어디서 얼마나 마음에 없는 거짓말을 잘 발라맞혔던지, 돈푼 감추어 둔 덕에 저녁밥 한 그릇 일찍이 먹고 나선 놈들은,
"내가 거짓말 선수다."
하고 점잖을 뽐내면서 걸어가는 곳이 물어볼 것 없이 감추어 둔 계집의 집이 아니면 술집일 것이요, 허술한 허리를 꼬부리고 부지런히 북촌으로 북촌으로 고비 끼어 올라가는 놈들은 어쩌다가 거짓말 솜씨를 남만큼 못해서, 착하게 낳아 논 부모만 원망하면서, 점심을 끼고 밥 얻으러 다니는 패들이니, 묻지 않아도 저녁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