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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

나정월 단편소설

현숙(玄淑) 반 년 만에 두 사람은 만났다. 남자가 여자에게 초대를 받았으나 원래부터 이러한 기회 오기를 남자는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동무들의 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대면하고 보니 향기 있는 농후한 뺨, 진달래꽃 같은 입술, 마호가니 맛 같은 따뜻한 숨소리,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에게 더없는 흥분을 주었다. 확실히 반 년 전 여자는 아니었다. 어떠한 이성에게든지 기욕(嗜慾)을 소화할 수 있는 여자의 자태는 한껏 뻗치는 식지(食指)가 거리낌없이 신출(伸出)함을 기다리고 있는 양이었다. "……어떻든지 그대의 태도는 재미가 없었어. A상회를 3일 만에 고만둔 것이라든지 카페에 여급이 된 것이라든지……." "……하루라도 더 있을 수가 없으니까 그렇지, 내게 여급이 적당할 듯하니까 그렇지..
현숙(玄淑)
반 년 만에 두 사람은 만났다.
남자가 여자에게 초대를 받았으나 원래부터 이러한 기회 오기를 남자는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동무들의 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다.
지금 대면하고 보니 향기 있는 농후한 뺨, 진달래꽃 같은 입술, 마호가니 맛 같은 따뜻한 숨소리,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에게 더없는 흥분을 주었다.
확실히 반 년 전 여자는 아니었다. 어떠한 이성에게든지 기욕(嗜慾)을 소화할 수 있는 여자의 자태는 한껏 뻗치는 식지(食指)가 거리낌없이 신출(伸出)함을 기다리고 있는 양이었다.
"……어떻든지 그대의 태도는 재미가 없었어. A상회를 3일 만에 고만둔 것이라든지 카페에 여급이 된 것이라든지……."
"……하루라도 더 있을 수가 없으니까 그렇지, 내게 여급이 적당할 듯하니까 그렇지. 그리고 나는 양화가 K선생 집 모델로 매일 통행하였어. K선생은 참 자모여. 선생의 일을 언제나 귀공에게 말하지. 선생은 늘 나를 불쾌하게 하면서 내가 아니면 아니될 일이 많아……."
"응, 그래, 자 마십시다."
그는 저기 갖다놓은 홍차를 여자에게 주의(注意)주었다.
나정월
1896.4.18 ~ 1948.12.10

1896 군수를 지낸 아버지의 2남 3녀 중 둘째딸로 태어남.
1913 진명여고보 졸업, 일본 도쿄 사립여자미술학교 서양화부 입학.
1914 신여성운동 여권론 "이상적 부인" 발표.
1915 휴학, 1년간 보통학교 교사로 돈을 모아 다음 해 복학.
1916 첫 사랑의 애인이었던 시인 소월 최승구 병사.
1918 단편소설 "경희" 발표. 사립여자미술학교 졸업.
1919 3.1운동과 관련하여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5개월간 옥고.
1920 변호사 자격을 딴 김우영과 결혼.
1921 개인전람회 개최. 남편과 함께 안동으로 이주.
1926 제5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천후궁"으로 특선.
1927 파리에서 그림 공부
1929 미국을 거쳐 귀국. 수원에서 구미사생화 전람회 개최.
1930 이혼함.
1931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정원"이 입선.
1934 "이혼고백장"을 발표. 정조유린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
1938 "해인사의 풍광" 발표. 수덕사 견성암과 수덕여관에서 1943년까지 그림을 그림.
1948 원효로 시립 자제원에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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