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 토지 | 2,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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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7
채만식 장편소설
추석을 지나 이윽고, 짙어 가는 가을 해가 저물기 쉬운 어느 날 석양.
저 계동(桂洞)의 이름 난 장자〔富者〕윤직원(尹直員) 영감이 마침 어디 출입을 했다가 방금 인력거를 처억 잡숫고 돌아와, 마악 댁의 대문 앞에서 내리는 참입니다.
간밤에 꿈을 잘못 꾸었던지, 오늘 아침에 마누라하고 다툼질을 하고 나왔던지, 아무튼 엔간히 일수 좋지 못한 인력거꾼입니다.
여느 평탄한 길로 끌고 오기도 무던히 힘이 들었는데 골목쟁이로 들어서서는 빗밋이 경사가 진 이십여 칸을 끌어올리기야, 엄살이 아니라 정말 혀가 나올 뻔했습니다.
이십팔 관, 하고도 육백 몸메……!
윤직원 영감의 이 체중은, 그저께 춘심이년을 데리고 진고개로 산보를 갔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