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애 | 토지 | 1,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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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0
〈아름다운 노을〉
높은 산줄기 한 가닥이 미끄러지듯 쓰다듬어 내린 듯, 소롯하게 내려와 앉은 고요하고 얌전스런 하나의 언덕!
언덕이 오른편으로 모시고 있는 높은 산에 자욱한 솔 잎사귀빛은 젖혀졌고 때때로 바람이 불어오면 파도 소리같이 쏴 - 아 - 운다.
언덕 뒤 동편 기슭에는 저녁 짓는 가난한 연기가 소릇소릇이 반 공중으로 사라져가며 몇 개 안 되는 초가지붕들은 모조리 박 넝쿨이 기어올라 새하얀 박꽃이 되었다. 언덕 왼편 남쪽 벌판은 아물아물한 저 - 산 밑까지 열려 있어 이제 벼모는 한껏 자라 검푸른 비단보를 펴 놓은 듯하다.
언덕 앞 서쪽에는 바로 기슭에 넓은 못이 푸른 물결을 가득 담아 말없는 거울같이 맑다. 이 언덕, 푸른 잔디 덮히고, 이름 없는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