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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물줄기가 중동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 가지고는―---한강(漢江)이나 영산강(榮山江)도 그렇기는 하지만―---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직할 것이다..

탁류

금강(錦江)…….

이 강은 지도를 펴놓고 앉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물줄기가 중동께서 남북으로 납작하니 째져 가지고는―---한강(漢江)이나 영산강(榮山江)도 그렇기는 하지만―---그것이 아주 재미있게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번 비행기라도 타고 강줄기를 따라가면서 내려다보면 또한 그럼직할 것이다.

저 준험한 소백산맥(小白山脈)이 제주도(濟州島)를 건너보고 뜀을 뛸듯이, 전라도의 뒷덜미를 급하게 달리다가 우뚝…… 또 한번 우뚝…… 높이 솟구친 갈재〔蘆嶺〕와 지리산(智異山) 두 산의 산협 물을 받아 가지고 장수(長水)로 진안(鎭安)으로 무주(茂朱)로 이렇게 역류하는 게 금강의 남쪽 줄기다. 그놈이 영동(永同) 근처에서는 다시 추풍령(秋風嶺)과 속리산(俗離山)의 물까지 받으면서 서북(西北)으로 좌향을 돌려 충청좌우도(忠淸左右道)의 접경을 흘러간다.

그리고 북쪽 줄기는, 좀 단순해서, 차령산맥(車嶺山脈)이 꼬리를 감추려고 하는 경기(京畿) 충청(忠淸)의 접경 진천(鎭川) 근처에서 청주(淸州)를 바라보고 가느다랗게 흘러내려오다가 조치원(鳥致院)을 지나면 거기서 비로소 오래 두고 서로 찾던 남쪽 줄기와 마주 만난다.

이렇게 어렵사리 서로 만나 한데 합수진 한 줄기 물은 게서부터 고개를 서남으로 돌려 공주(公州)를 끼고 계룡산(鷄龍山)을 바라보면서 우줄거리고 부여(扶餘)로…… 부여를 한 바퀴 휘돌려다가는 급히 남으로 꺾여 단숨에 논메〔論山〕, 강경이〔江景〕까지 들이닫는다.

여기까지가 백마강(白馬江)이라고, 이를테면 금강의 색동이다. 여자로 치면 흐린 세태에 찌들지 않은 처녀 적이라고 하겠다.

백마강은 공주 곰나루〔熊津〕에서부터 시작하여 백제(百濟) 흥망의 꿈자취를 더듬어 흐른다. 풍월도 좋거니와 물도 맑다.

그러나 그것도 부여 전후가 한창이지, 강경에 다다르면 장꾼들의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 고요하던 수면의 꿈은 깨어진다. 물은 탁하다.

예서부터가 옳게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西西南)으로, 빗밋이 충청*전라 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이로부터서 물은 조수(潮水)까지 섭쓸려 더욱 흐리나 그득하니 벅차고, 강 넓이가 훨씬 퍼진 게 제법 양양하다.
채만식(蔡萬植)

1902년 7월 21일 ~ 1950년 6월 11일
소설가, 극작가, 친일반민족행위자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
1902년 6월 17일 전북 옥구 출생.
1918년 중앙고보, 1922년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수학했다.
1929년 개벽사에 입사하여 『별건곤』, 『혜성』, 『제일선』 등의 편집을 맡았다.
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 잠시 근무.
1924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 「세 길로」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단편 「불효자식」(1925)과 중편 「과도기」(문학사상, 1973)가 초기작이다.
1933년 『조선일보』에 편 「인형의 집을 찾아서」를 연재.
1934년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1934)으로 독특한 풍자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대표작으로 「치숙」(1938), 「탁류」(1937~1938), 「태평천하」(1938) 등이 있다.
1950년 그곳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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