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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목가

이효석 장편소설

이효석 장편소설 책 속으로---------------------------------------- 「몇 점이요?」 「스물 다섯.」 「요번에야」 힘맺힌 장대 끝에서 튀어난 골프알은 쏜살같이 둔덕을 넘 어서 오목한 솥 안에 뛰어들기는 하였으나 지나친 탄력으로 하여 볼 동안에 다시 솥을 튀어나와 언덕 아래로 굴러떨이 지고 말았다. 「두 점하니스물 일곱.」 골프알이 코오스의 테두리를 벗어났으므로 말미암아 두 점 을 더한 것이다. 명호는 거듭되는 실수에 혀를 차고 알을 다시 집어다가 제 자리에 놓고 손수건을 내서 이마의 땀을 씻는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떠오르는 지친 빛을 볼 때 영옥은 너무도 오래 끌어가는 그의 실수에 민망한 생각조차 들었다. 베이비 골프는 역시 마지막 코오스가 제일 지리..
이효석 장편소설

책 속으로----------------------------------------


「몇 점이요?」
「스물 다섯.」
「요번에야」
힘맺힌 장대 끝에서 튀어난 골프알은 쏜살같이 둔덕을 넘 어서 오목한 솥 안에 뛰어들기는 하였으나 지나친 탄력으로 하여 볼 동안에 다시 솥을 튀어나와 언덕 아래로 굴러떨이 지고 말았다.
「두 점하니스물 일곱.」
골프알이 코오스의 테두리를 벗어났으므로 말미암아 두 점 을 더한 것이다.
명호는 거듭되는 실수에 혀를 차고 알을 다시 집어다가 제 자리에 놓고 손수건을 내서 이마의 땀을 씻는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떠오르는 지친 빛을 볼 때 영옥은 너무도 오래 끌어가는 그의 실수에 민망한 생각조차 들었다.
베이비 골프는 역시 마지막 코오스가 제일 지리해서 단 두 사람만의 결전이면서도 벌써 한 시간을 훨씬 넘었다. 코오 스는 쉬운 데서부터 점차 까다로와져서 열째 코오스가 가장 난관이었다. 당초부터 명호에게 유리하던 승산이 별안간 뒤 집혀진 것은 참으로 이 열째 코오스에서였다. 그렇다고 영 옥의 재주가 더 익숙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는 명호에게 끌 려오자 오늘이 처음이었다. 온전히 그 순간순간의 손의 수 요, 재치여서 처음인 영옥이면서도 익숙한 명호와 거의 같 은 점수로 진행되어 온 것이 마지막 코오스에 들어와서는 도리어 그보다 한 수 앞서 의외의 승패의 결단을 짓게 된 것이었다.
이효석
1907.2.23 ~ 1942.5.25
호는 가산(可山). 강원도 평창(平昌) 출생.

《메밀꽃 필 무렵》을 쓴 대표적인 단편소설작가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1930년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영문학과를 졸업.
1928년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며 문단활동 시작.
1931년 이경원과 혼인하였으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총독부에 취직.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로도 부임하며 1933년 구인회(九人會)에 가입.
숭실전문학교에 근무하며 10여 편의 단편과 많은 산문을 발표.
「화분(花粉)」(1939)·「벽공무한(碧空無限)」(1940) 등 장편도 이때 집필하였다.
1942년 뇌막염으로 병석에 눕게 되어 36세로 요절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도시와 유령》, 《노령근해》, 《상륙》, 《돈》, 《오리온과 능금》, 《화분》, 《산》, 《메밀꽃 필 무렵》, 《장미 병들다》, 《들》, 《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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