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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의 달

오일도 | 토지 | 1,000원 구매
0 0 821 42 0 28 2018-11-21
지하실의 달 1977년 간행된 오일도의 유고시집이다. 높이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가슴 한복판을 누른다. 내 무슨 죄로 두 손 가슴에 얹고 반듯이 침대에 누워 집행시간을 기다리느뇨. 그러나 모두 우습다. 그러나 모두 무無다 눈만 살아 벌레 먹은 내 육체를 내려볼 때에 인생은 결국 동물의 한 현상이어니. 백년도 그렇고······ 천년도 그렇고······ 내 한가지 희원希願은 내 간 후 뉘우칠 것도 거리낄 것도 아무것도 없게 하라. ..

계집하인

나도향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25 3 0 12 2018-11-21
박영식은 관청 사무를 끝내고서 집에 돌아왔다. 얼굴빛이 조금 가무스름한데 노란빛이 돌며, 멀리 세워 놓고 보면 두 눈이 쑥 들어 간 것처럼 보이도록 눈 가장자리가 가무스름 한데 푸른빛이 섞이었다. 어디로 보든지 호색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는 삼십 내외의 청년이다. 문에 들어선 주인을 본 아내는 웃었는지 말았는지 눈으로 인사를 하고 모자와 웃옷을 받아서 의걸이에 걸며, “오늘 어째 이렇게 일찍 나오셨소?” 하며 조금 꼬집어 뜯는 듯한 수작을 농담 비슷이 꺼낸다. 영식은 칼라를 떼면서 체경 앞에 서서, “이르긴 무엇이 일러, 시간대로 나왔는데” 하고 피곤한 듯이 약간 상을 찌푸렸다. “누가 퇴사 시간을 몰라서 하는 말요?” ”그..

역사

채만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87 3 0 21 2018-11-21
채만식 - 총기 좋은 할머니 ‘노구할미’가 졸고 앉았다. 상전(桑田)이 벽해(碧海) 되는 것을 보고 입에 물었던 대추씨 하나를 배앝았다. 그러고는 또 졸고 앉았다. 벽해가 상전이 되는 것을 보고, 입에 물었던 대추씨 하나를 배앝았다. 그렇게 졸고 앉았다는 상전이 벽해 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고 할 적마다 대추씨 하나씩을 배앝고 배앝고 하기를 오래도록 하였다. 누가 ‘노구할미’더러 나이 몇 살이냐고 물었다. ‘노구할미’는 말없이 손을 들어 대추씨로 이루어진 큰 산을 가리키더라……는 옛이야기가 있다.

인간산문

이효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60 7 0 15 2018-11-21
거리는 왜 이리도 어지러운가. 거의 30년동안이나 걸어온 사람의 거리가 그렇게까지 어수선하게 눈에 어린 적은 없었다. 사람의 거리란 일종의 지옥 아닌 수라장이다. 신경을 실다발같이 헝클어 놓자는 작정이지. 문오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눈을 감고 귀를 가리고 코를 막고 모든 감각을 조개같이 닫쳐 버리면 어지러운 거리의 꼴은 오관 밖에 멀어지고 마음속에는 고요한 평화가 올 것 같다. 쓰레기통 속 같은 거리. 개천 속같은 거리. 개신개신하는 게으른 주부가 채 치우지 못한 방 속과도 거리는 흡사하다. 먼지가 쌓이고 책권이 쓰러지고 수지가 흐트러진---그런 어수선한 방 속이 거리다. 사람들은 모여서 거리를 꾸며 놓고도 그것을 깨끗하게 치울 줄을 모르고 그 난잡..

프레류드

이효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60 7 0 18 2018-11-21
프레류드 —여기에도 한 序曲이 있다.— (나 — 한 사람의 마르크시스트라고 자칭한들 그다지 실언을 아니겠지. —그리고 마르크시스트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으렷다.) 중얼거리며 몸을 트는 바람에 새까맣게 끄스른 낡은 등의 자가 삐걱삐걱 울렸다. 난마같이 어지러운 허벅숭이 밑에서 는 윤택을 잃은 두 눈이 초점 없는 흐릿한 시선을 맞은편 벽 위에 던졌다. 윤택은 없을망정 그의 두 눈이 어둠침침한 방안에서— 실로 어두침침하므로— 부엉이의 눈 같은 괴상한 광채를 띠었다. 「그러지 말라」는 「죽지 말라」의 대명사였다. 가련한 마르크시스트 주화는 밤낮 이틀 동안 어두운 방에 들어 박혀 죽음의 생각에 잠겨 왔다. 그가 자살을 생각한 것은 오래되었으나 며칠 전부..

백팔번뇌

최남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46 61 0 45 2018-11-21
백팔번뇌(百八煩惱) 저자: 최남선 최남선의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시조집으로 평가받는다. 1926년에 간행하였다. 누구에게 있어서든지 하찮은 것이라도 자가 독자(獨自)의 생활(生活)만치 끔찍대단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 속에는 남모르는 설움도 있거니와 한 옆에 남 알리지 아니하는 즐거움도 있어서 사람마다의 절대(絶對)한 일세계(一世界)를 이루는 것입니다. 나에게도 조그마한 이 세계(世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남에게 헤쳐 보이지도 아니하는 동시(同時)에 그렇다고 가슴속 깊이 감추어 두지만도 아니하였습니다. 이 사이의 정관적조(靜觀寂照)와 우흥만회(偶興漫懷)와 내지(乃至) 사사망념(邪思妄念)을 아무쪼록 그대로 시조(時調)라는 한 표상(表象..

예창산고

최남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33 28 0 35 2018-11-21
藝牕散藁 최남선의 수필집 역사를 통하여 한국인의 民族性[민족성]을 살필진대 그 長處[장처]라 할 것은 낙천적이요, 潔癖性[결벽성]이요, 耐勞[내로], 耐乏[내핍]하고, 堅引 持久[견인지구]하고 武勇善鬪[무용선투]함 등이요, 그 短處[단처]라 할 것 은 형식을 過重[과중]함이요, 조직력, 단합심, 收束性[수속성]이 약함이요, 勇銳[용예]하지 못함, 바락스럽지 못함이요, 退嬰[퇴영] 姑息[고식]함 등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는 根本性[근본성]인 것과 환경에 인한 제 二[이]차성 ‧ 제 三[삼]차성의 것이 있음을 辨別[변별]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현대 생활 을 표준으로 하여 合黨[합당]한 것은 조장하고, 병폐되는 것은 矯正[교정] 하며, 또 潛伏[잠복]..

소야의 노래

오장환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92 62 0 40 2018-11-16
오장환은 1930년대에 유행하던 모더니즘 경향을 따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낭만, 시인부락, 자오선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서정적인 시와 동시 등을 발표하였다. 해방 이후 급격한 변화를 보이면서 현실 참여적인 시들을 창작하던 중 월북했다.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1930년대 시단의 3대 천재, 또는 삼재(三才)로 불렸다. 여기에 모은것은 八月 十五日 以後부터 지금까지 나의 쓴 詩의 全部이다. 처음부터 序文같은것은 필요는 없는것이다. 日記처럼 날자를 박어가며 써나온 이 詩篇, 이속에 불려진 노래가 모든것을 解答할것이다. 대체로 전일 내가 쓴 詩들이 어그린 큰 욕심과 자기를 떠난 람을 구한것이라하면, 여기 이 詩篇속에 있는 것은 어떻게하면 自身에 充實하고 어떻게하..

춘조

김소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03 14 0 39 2018-11-15
멧해만에 先生[선생]님의 手跡[수적]을뵈오니 感慨無量[감개무량]하옵니다 그우에 보내주신冊[책] 忘憂草[망우초]는 再三披閱[재삼피열]하올때에 바로 함께모시든 그옛날이 眼前[안전]에 彷佛[방불]하옴을 깨닷지못하엿습니다題忘憂草[제망우초]는근심을 이저버린 忘憂草[망우초]입니까이저버리는 忘憂草[망우초]입니까 닛자하는 忘憂草[망우초]입니까 저의생각가터서는 이마음둘데업서 닛자하니 이리불너 忘憂草[망우초]라하엿스면 조켓다하옵니다 저가 龜城[귀성]와서 明年[명년]이면 十年[십년]이옵니다. 十年[십년]도 이럭저럭 짤븐歲月[세월]이 아닌모양이옵니다. 山村[산촌]와서 十年[십년]잇는동안에 山川[산천]은 別[별]로 變[변]함이 업서 보여도 人事[인사]는 아주글러진듯 하옵니다 世紀[세기]는저를버..

수구고주

고유섭 | 토지 | 1,000원 구매
0 0 694 33 0 42 2018-11-15
수구고주(售狗沽酒) 나는 몹시도 빈궁(貧窮)하기를 바랐다. 난관(難關)이 많기를 바랐다. 나를 못살게 구는 사람이 많기를 바랐다. 부모도 형제도 붕우(朋友)도, 모두 나에게 고통을 주고 불행을 주는 이들이기를 바랐다. 그러니 이를 얻지 못한 소위 다행아(多幸兒)란 자가 불행(不幸)한 나이다. 아아, 나는 불행하다. 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람의 마음은 일대난관(一大難關)에 처하여야 비로소 그의 마음에 진보를 발견한다. 발현되는 그의 소득은 비록 적을지라도···. 그러다가 마침내 폭발적 계시로 말미암아 그의 승리는 실현된다고 믿는 까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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