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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산문

이효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57 7 0 14 2018-11-21
거리는 왜 이리도 어지러운가. 거의 30년동안이나 걸어온 사람의 거리가 그렇게까지 어수선하게 눈에 어린 적은 없었다. 사람의 거리란 일종의 지옥 아닌 수라장이다. 신경을 실다발같이 헝클어 놓자는 작정이지. 문오는 차라리 눈을 감고 싶었다. 눈을 감고 귀를 가리고 코를 막고 모든 감각을 조개같이 닫쳐 버리면 어지러운 거리의 꼴은 오관 밖에 멀어지고 마음속에는 고요한 평화가 올 것 같다. 쓰레기통 속 같은 거리. 개천 속같은 거리. 개신개신하는 게으른 주부가 채 치우지 못한 방 속과도 거리는 흡사하다. 먼지가 쌓이고 책권이 쓰러지고 수지가 흐트러진---그런 어수선한 방 속이 거리다. 사람들은 모여서 거리를 꾸며 놓고도 그것을 깨끗하게 치울 줄을 모르고 그 난잡..

프레류드

이효석 | 토지 | 1,000원 구매
0 0 255 7 0 18 2018-11-21
프레류드 —여기에도 한 序曲이 있다.— (나 — 한 사람의 마르크시스트라고 자칭한들 그다지 실언을 아니겠지. —그리고 마르크시스트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 없으렷다.) 중얼거리며 몸을 트는 바람에 새까맣게 끄스른 낡은 등의 자가 삐걱삐걱 울렸다. 난마같이 어지러운 허벅숭이 밑에서 는 윤택을 잃은 두 눈이 초점 없는 흐릿한 시선을 맞은편 벽 위에 던졌다. 윤택은 없을망정 그의 두 눈이 어둠침침한 방안에서— 실로 어두침침하므로— 부엉이의 눈 같은 괴상한 광채를 띠었다. 「그러지 말라」는 「죽지 말라」의 대명사였다. 가련한 마르크시스트 주화는 밤낮 이틀 동안 어두운 방에 들어 박혀 죽음의 생각에 잠겨 왔다. 그가 자살을 생각한 것은 오래되었으나 며칠 전부..

백팔번뇌

최남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37 61 0 43 2018-11-21
백팔번뇌(百八煩惱) 저자: 최남선 최남선의 우리나라 최초의 개인 시조집으로 평가받는다. 1926년에 간행하였다. 누구에게 있어서든지 하찮은 것이라도 자가 독자(獨自)의 생활(生活)만치 끔찍대단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 속에는 남모르는 설움도 있거니와 한 옆에 남 알리지 아니하는 즐거움도 있어서 사람마다의 절대(絶對)한 일세계(一世界)를 이루는 것입니다. 나에게도 조그마한 이 세계(世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것을 남에게 헤쳐 보이지도 아니하는 동시(同時)에 그렇다고 가슴속 깊이 감추어 두지만도 아니하였습니다. 이 사이의 정관적조(靜觀寂照)와 우흥만회(偶興漫懷)와 내지(乃至) 사사망념(邪思妄念)을 아무쪼록 그대로 시조(時調)라는 한 표상(表象..

예창산고

최남선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27 28 0 35 2018-11-21
藝牕散藁 최남선의 수필집 역사를 통하여 한국인의 民族性[민족성]을 살필진대 그 長處[장처]라 할 것은 낙천적이요, 潔癖性[결벽성]이요, 耐勞[내로], 耐乏[내핍]하고, 堅引 持久[견인지구]하고 武勇善鬪[무용선투]함 등이요, 그 短處[단처]라 할 것 은 형식을 過重[과중]함이요, 조직력, 단합심, 收束性[수속성]이 약함이요, 勇銳[용예]하지 못함, 바락스럽지 못함이요, 退嬰[퇴영] 姑息[고식]함 등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는 根本性[근본성]인 것과 환경에 인한 제 二[이]차성 ‧ 제 三[삼]차성의 것이 있음을 辨別[변별]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현대 생활 을 표준으로 하여 合黨[합당]한 것은 조장하고, 병폐되는 것은 矯正[교정] 하며, 또 潛伏[잠복]..

소야의 노래

오장환 | 토지 | 1,000원 구매
0 0 485 62 0 40 2018-11-16
오장환은 1930년대에 유행하던 모더니즘 경향을 따르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낭만, 시인부락, 자오선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서정적인 시와 동시 등을 발표하였다. 해방 이후 급격한 변화를 보이면서 현실 참여적인 시들을 창작하던 중 월북했다.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1930년대 시단의 3대 천재, 또는 삼재(三才)로 불렸다. 여기에 모은것은 八月 十五日 以後부터 지금까지 나의 쓴 詩의 全部이다. 처음부터 序文같은것은 필요는 없는것이다. 日記처럼 날자를 박어가며 써나온 이 詩篇, 이속에 불려진 노래가 모든것을 解答할것이다. 대체로 전일 내가 쓴 詩들이 어그린 큰 욕심과 자기를 떠난 람을 구한것이라하면, 여기 이 詩篇속에 있는 것은 어떻게하면 自身에 充實하고 어떻게하..

춘조

김소월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96 14 0 39 2018-11-15
멧해만에 先生[선생]님의 手跡[수적]을뵈오니 感慨無量[감개무량]하옵니다 그우에 보내주신冊[책] 忘憂草[망우초]는 再三披閱[재삼피열]하올때에 바로 함께모시든 그옛날이 眼前[안전]에 彷佛[방불]하옴을 깨닷지못하엿습니다題忘憂草[제망우초]는근심을 이저버린 忘憂草[망우초]입니까이저버리는 忘憂草[망우초]입니까 닛자하는 忘憂草[망우초]입니까 저의생각가터서는 이마음둘데업서 닛자하니 이리불너 忘憂草[망우초]라하엿스면 조켓다하옵니다 저가 龜城[귀성]와서 明年[명년]이면 十年[십년]이옵니다. 十年[십년]도 이럭저럭 짤븐歲月[세월]이 아닌모양이옵니다. 山村[산촌]와서 十年[십년]잇는동안에 山川[산천]은 別[별]로 變[변]함이 업서 보여도 人事[인사]는 아주글러진듯 하옵니다 世紀[세기]는저를버..

수구고주

고유섭 | 토지 | 1,000원 구매
0 0 685 33 0 41 2018-11-15
수구고주(售狗沽酒) 나는 몹시도 빈궁(貧窮)하기를 바랐다. 난관(難關)이 많기를 바랐다. 나를 못살게 구는 사람이 많기를 바랐다. 부모도 형제도 붕우(朋友)도, 모두 나에게 고통을 주고 불행을 주는 이들이기를 바랐다. 그러니 이를 얻지 못한 소위 다행아(多幸兒)란 자가 불행(不幸)한 나이다. 아아, 나는 불행하다. 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람의 마음은 일대난관(一大難關)에 처하여야 비로소 그의 마음에 진보를 발견한다. 발현되는 그의 소득은 비록 적을지라도···. 그러다가 마침내 폭발적 계시로 말미암아 그의 승리는 실현된다고 믿는 까닭으로···

슬픈 우상

정지용 | 토지 | 1,000원 구매
0 0 609 12 0 45 2018-11-08
이밤에 安息[안식]하시옵니까. 내가 홀로 속에ㅅ소리로 그대의 起居[기거]를 問議[문의]할삼어도 어찌 홀 한 말로 붙일법도 한 일이오니까. 무슨 말슴으로나 좀더 높일만한 좀더 그대께 마땅한 言辭[언사]가 없사오 리까. 눈감고 자는 비달기보담도,꽃그림자 옮기는 겨를에 여미며 자는 꽃봉오리 보담도,어여삐 자시올 그대여! 그대의 눈을 들어 푸리 하오리까. 속속드리 맑고 푸른 湖水[호수]가 한쌍. 밤은 함폭 그대의 湖水[호수]에 깃드리기 위하야 있는 것이오리까. 내가 감히 金星[금성]노릇하야 그대의 湖水[호수]에 잠길법도 한 일이오리 까. 단정히 여미신 입시울,오오,나의 禮[예]가 혹시 흩으러질가하야 다시 가 다듬고 푸리 하겠나이다.

국경의 밤

김동환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17 13 0 32 2018-11-08
한국의 근대문학 사상 최초의 서사시 김동환이 지은 3부 72절의 장시. 1925년 3월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간행한 그의 시집 《국경의 밤》에 수록되어 있다. 이 작품은 하룻밤과 그 이튿날 낮까지에 걸쳐 '현재-과거회상-현재'의 시제로 작품이 전개되고 있으며, 민중의 생활상과 사랑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제1부는 제1절에서 제27절까지로 시간적 배경은 현재이고, 공간적 배경은 두만강변이다. 내용은 주인공 순이(順伊)가 밀수하러 떠난 남편을 걱정하는 것과, 그 걱정이 이완되면서 옛 사랑의 회상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제2부는 제28절에서 제57절까지로 시간적 배경은 과거이고, 공간적 배경은 산골마을이다. 여기서는 순이의 혈통이 밝혀지고, 또 언문을 아는 선비와의..

치악산

이인직 | 토지 | 1,000원 구매
0 0 374 2 0 4 2018-11-08
원주 치악산 밑에 살고 있는 완고한 홍참의(洪參議) 집에는 서울 개화파 이판서의 딸이 전처소생 아들인 백돌에게 시집와 살면서 후실 시어머니 김씨 부인과 시누이 남순의 구박 때문에 눈물짓는다. 그나마 위로를 주던 남편 백돌이 개화에 대한 의지로써 장인의 도움을 입어 일본으로 유학간 뒤, 시어머니는 혼자 남은 며느리를 간부(姦婦)로 오해하여 치악산으로 내쫓는다. 거기에서 이씨 부인은 최치운·장포수의 겁탈 위기를 벗어나고 마침내 승려가 되지만, 그 또한 미모로 인하여 파문을 당하자 우물에 빠져 자살을 기도한다. 한편 이씨 부인의 몸종 검홍이는 이씨 부인의 친정으로 돌아와서 복수를 계획하고 귀신장난을 벌여 홍참의 집안을 쑥밭으로 만드는 데에서 상편이 끝난다. 하편에..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kr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