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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이광수 단편소설

굿터 나루를 건널 때에는 벌써 훤하게 동이 텄다. 종적을 감추기 위하여 여기서부터 일행은 큰길을 버리고 소로로 들어서, 해 뜨기 전에 인적 없는 수풀 속에 몸을 피 하려 하였다. 아직 나뭇잎이 떨어지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숨을 자리를 찾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곳에 는 높은 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축축한 벌판이요, 산이래야 민틋하고 얼마 높지 아니한 것들이었다. 거기 많 은 것은 버드나무와 느릅나무 그리고는 간혹 들배나무가 있을 뿐이었다. 주몽은 사냥 다닐 때에 보아 두었던 아늑하고도 으슥한 곳 을 찾아서 하루를 쉬기로 하였다. 그러나 해가 지고 달이 뜨기를 기다려서 다시 달릴 작정이었다. 새벽의 평원의 공기는 물보다도 무거운 것 같았다. 우무거 리마다 은빛 나는 안개..

굿터 나루를 건널 때에는 벌써 훤하게 동이 텄다.

종적을 감추기 위하여 여기서부터 일행은 큰길을 버리고 소로로 들어서, 해 뜨기 전에 인적 없는 수풀 속에 몸을 피 하려 하였다. 아직 나뭇잎이 떨어지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숨을 자리를 찾기는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곳에 는 높은 산이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축축한 벌판이요, 산이래야 민틋하고 얼마 높지 아니한 것들이었다. 거기 많 은 것은 버드나무와 느릅나무 그리고는 간혹 들배나무가 있을 뿐이었다.

주몽은 사냥 다닐 때에 보아 두었던 아늑하고도 으슥한 곳 을 찾아서 하루를 쉬기로 하였다. 그러나 해가 지고 달이 뜨기를 기다려서 다시 달릴 작정이었다.

새벽의 평원의 공기는 물보다도 무거운 것 같았다. 우무거 리마다 은빛 나는 안개가 폭 깔려서 마치 호수와 같았다.

안개 위로 쑥쑥 솟은 키 큰 나무의 머리들은 허깨비와 같았다. 말 발굽이 헤치는 이슬에 젖은 풀잎사귀 소리에 놀란 새·짐승들이 허겁지겁으로 날고 달렸다. 주몽의 나는 살이 어느덧 사슴 한 마리와 뜸부기 한 마리를 맞혔다.

일행은 이것으로 썩 좋은 아침을 먹고 말을 먹음직한 풀판 에 놓은 뒤에 곤한 잠을 잤다.





이광수(李光洙)
1892년 2월 1일 ~ 1950년 10월 25일
문학가·언론인·친일반민족행위자.
본관은 전주(全州), 호는 춘원(春園).
1892년 평안북도 정주(定州) 출생.
1899년 향리의 서당에서 한학을 수학하였다. 1903년 동학(東學)에 입도하였다.
1905년 8월 일진회(一進會)의 유학생으로 1906년 3월 다이세중학[大城中學]에 입학.
1907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지학원[明治學院] 중학부 3학년에 편입하였다.
『백금학보(白金學報)』 에 일본어로 쓴 「사랑인가」를 발표하며 문학 활동을 시작.
1910년 『소년』에 신체시 「우리 영웅」을 발표하였고, 『대한흥학보(大韓興學報)』에 평론 「문학의 가치」와 단편소설 「무정」을 발표하였다.
정주 오산학교(五山學校)의 교원 생활, 백혜순(白惠順)과 혼인하였다
1915년 9월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고등예과에 편입하였다.
1917년 『매일신보』에 장편소설 「무정」을 연재,「소년의 비애」·「윤광호」·「방황」 등의 단편 소설을 『청춘』에 발표하였다.
1917년 「개척자」를 『매일신보』에 연재하였으나 1918년 폐병이 재발하였다.
1921년 허영숙과 정식으로 혼인하였다.
1922년 5월 『개벽』에「민족개조론」을 발표하였다.
1926년 『동아일보』에 1924년 「재생」, 1927년 「마의태자」, 1928년 「단종애사」, 1930년 「혁명가의 아내」, 1931년 「이순신」, 1932년 「흙」 등을 연재하였다.
1937년 6월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안창호(安昌浩 )와 함께 투옥, 1938년 11월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전향을 선언하였다.
1947년 5월 『도산 안창호』, 6월 『꿈』을 출간하였다.
1949년 12월에는 일제강점기 자신의 행적을 밝힌 『나의 고백』을 출간.
1949년 반민특위에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 8월 불기소 처분되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7월 납북되었다가 10월 25일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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