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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사

최서해단편소설

전아사(餞迓辭) 형님, 일부러 먼먼 길에 찾아오셨던 것도 황송하온데 또 이처럼 정다운 글까지 주시니 어떻게 감격하온지 무어라 여쭐 수 없읍니다. 형님은 그저 내가 형님의 말씀을 귀밖으로 듣는 것이 섭섭하게 여기시지만 나는 참말이지 귀밖으로 듣지는 않았읍니다. 지금도 내 눈앞에는 초연히 앉으셔서 수연한 빛을 띠시던 형님의 모양이 아른아른 보이고, 순순히 타이르고 민민히 책망하시던 것이 그저 귓속에 쟁쟁거립니다. "형님, 왜 올라오셨어요?" 지난 여름, 형님께서 서울 오셨을 제 나는 형님을 모시고 성균관 앞 잔솔밭에 나가서 이렇게 여쭈었읍니다. "그건 왜 새삼스럽게 묻니? 너 데리러……." 형님의 말씀은 떨리었읍니다. "저를 데려다가는 뭘 하셔요?" 나는 이렇게 대답하면서 흐리어 가는 형님의 낯을..
전아사(餞迓辭)
형님,
일부러 먼먼 길에 찾아오셨던 것도 황송하온데 또 이처럼 정다운 글까지 주시니 어떻게 감격하온지 무어라 여쭐 수 없읍니다. 형님은 그저 내가 형님의 말씀을 귀밖으로 듣는 것이 섭섭하게 여기시지만 나는 참말이지 귀밖으로 듣지는 않았읍니다. 지금도 내 눈앞에는 초연히 앉으셔서 수연한 빛을 띠시던 형님의 모양이 아른아른 보이고, 순순히 타이르고 민민히 책망하시던 것이 그저 귓속에 쟁쟁거립니다.
"형님, 왜 올라오셨어요?"
지난 여름, 형님께서 서울 오셨을 제 나는 형님을 모시고 성균관 앞 잔솔밭에 나가서 이렇게 여쭈었읍니다.
"그건 왜 새삼스럽게 묻니? 너 데리러……."
형님의 말씀은 떨리었읍니다.
"저를 데려다가는 뭘 하셔요?"
나는 이렇게 대답하면서 흐리어 가는 형님의 낯을 뵈옵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습니다.
"뭘 하다니? 얘, 네가 실신을 했나 보다? 그래 내가 온 것이 글렀단 말이냐?"
형님은 너무도 안타까운 듯이 가슴을 치셨읍니다.
"형님, 왜 그렇게 상심하셔요? 버려 두셔요. 제 하는 일을 버려 두셔요."
무어라 여쭈면 좋을는지 서두를 못 차린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읍니다.
"글쎄 그게 무슨 일이냐? 응…… 내가 네 하는 일을 간섭할 권리가 무어냐마는 네가 이런 일을 하는데 내가 어떻게 눈을 뜨고 보겠니? 집 떠난 일을 생각해야지. 집 떠난 일을……. 왜 내 말은 안 듣니? 네 친형이 아니라구 그러니?"
"아이구 형님두."
나는 형님의 말씀이 그치기 전에 형님 앞에 쓰러져 울었읍니다.
최서해(崔曙海)
1901년 1월 21일 ~ 1932년 7월 9일
함경북도 성진 출생.
본명은 학송(鶴松)이고 호는 서해(曙海).
보통학교를 중퇴하고 《청춘》, 《학지광》 등을 읽으며 홀로 문학 수업을 하였고, 1924년에 단편 「고국」이 추천되면서 문단에 데뷔하였다.
1920년대 경향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조선문단》에 극도로 빈궁했던 간도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 「탈출기」를 발표함으로써 문단에 충격을 줌과 동시에 작가적 명성을 얻었다.
「박돌의 죽음」, 「기아와 살육」과 같은 문제작을 발표하였다.
1925년 카프(KAPF)가 결성된 뒤에는 박영희의 권유로 가입하여 중심 작가로 활동하였고, 1931년 《매일신보》에서 학예부장을 역임하였다.
최서해의 문학은 빈궁을 소재로 하여 가난 속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지만 당시 경향문학이 일반적으로 빠져들었던 이데올로기 과잉의 관념적 성향과는 달리, 작가의 생활 체험이 풍부하게 반영된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근대 리얼리즘 소설의 한 전기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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