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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란다

채만식 중편소설

소년(少年)은 자란다 서울차가 들어왔다. 조금 있다, 나오는 목이 미어지도록 찻손님이 풀리어 나왔다. 땀 밴 얼굴과 휘감기는 옷이, 짐이랑 모두들 시꺼멓게 기차 연기에 그을리었다. 뚜껑 없는 곳간차와, 찻간 지붕에 올라앉아 오기 때문이었다. 영호는 저도 연기와 석탄재가 쏟아지는 뚜껑 없는 곳간차를 타고, 대전까지는 아무 탈없이 아버지와 함께 오던 일이 생각이 나면서, 누가 감추어 두고 안 주기나 하는 것처럼 잃어버린 아버지가 안타깝게 보고 싶었다. 곧 울음이 터지려고 입이 비죽비죽하여지는 것을 억지로 참고, 영호는 나오는 찻손님들을 열심히 여새겨 보았다. 찻손님들은 오늘도 역시 한 모양들이었다. 큰 바랑(룩작)을 지고도 손에 짐을 들고 한 사람과, 큰 보따리를 서너개씩 이고 안고 한 여인네가..
소년(少年)은 자란다

서울차가 들어왔다.
조금 있다, 나오는 목이 미어지도록 찻손님이 풀리어 나왔다.
땀 밴 얼굴과 휘감기는 옷이, 짐이랑 모두들 시꺼멓게 기차 연기에 그을리었다. 뚜껑 없는 곳간차와, 찻간 지붕에 올라앉아 오기 때문이었다.
영호는 저도 연기와 석탄재가 쏟아지는 뚜껑 없는 곳간차를 타고, 대전까지는 아무 탈없이 아버지와 함께 오던 일이 생각이 나면서, 누가 감추어 두고 안 주기나 하는 것처럼 잃어버린 아버지가 안타깝게 보고 싶었다.
곧 울음이 터지려고 입이 비죽비죽하여지는 것을 억지로 참고, 영호는 나오는 찻손님들을 열심히 여새겨 보았다.
찻손님들은 오늘도 역시 한 모양들이었다.
큰 바랑(룩작)을 지고도 손에 짐을 들고 한 사람과, 큰 보따리를 서너개씩 이고 안고 한 여인네가 태반이었다. 더러 섞인 아이들도 저보다 큰 봇짐을 지거나 메거나 하였다. 이런 손님은 열이면 열이 다 쌀을 가지고 가, 혹은 빈몸으로 가서 물건을 쳐오는 서울장사들이었다.

채만식(蔡萬植)

1902년 7월 21일 ~ 1950년 6월 11일
소설가, 극작가, 친일반민족행위자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
1902년 6월 17일 전북 옥구 출생.
1918년 중앙고보, 1922년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수학했다.
1929년 개벽사에 입사하여 『별건곤』, 『혜성』, 『제일선』 등의 편집을 맡았다.
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 잠시 근무.
1924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 「세 길로」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단편 「불효자식」(1925)과 중편 「과도기」(문학사상, 1973)가 초기작이다.
1933년 『조선일보』에 편 「인형의 집을 찾아서」를 연재.
1934년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1934)으로 독특한 풍자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대표작으로 「치숙」(1938), 「탁류」(1937~1938), 「태평천하」(1938) 등이 있다.
1950년 그곳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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