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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

이무영 단편소설

"통 못 채셨어요. 그런 눈칠?" 밑도끝도없이 불쑥 말을 하는 것이 아내의 버릇이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싶어 돌아다보려니까, 아내는 마구리도 빠진 헌 맥고모자에 모기장을 어깨까지 뒤집어쓰고는 몸이 달아서 왕봉을 찾고 있다. 언제 누가 얘기를 걸었더냐 싶게 소광(巢框) 양 귀퉁이를 엄지와 둘째손가락으로 가벼이 들고 뒤적인다. 인제 아주 손에 익은 솜씨다. 벌〔蜂[봉]〕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뒤집어놓았다고 끄무레한 날씨 탓도 있기는 하지만 적의 본거지를 발견한 전투기처럼 아내의 머리를 에워싸고 법석이다. 그도 아내의 그런 물음에는 언제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버릇이 되어 있는 터라, 그저 "응?" 코대답을 하고는 날로 파래 가기는 하면서도 어딘지 아직 여름다운 하늘의 뜬구름을 지칠 줄 모르고 ..
"통 못 채셨어요. 그런 눈칠?"
밑도끝도없이 불쑥 말을 하는 것이 아내의 버릇이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싶어 돌아다보려니까, 아내는 마구리도 빠진 헌 맥고모자에 모기장을 어깨까지 뒤집어쓰고는 몸이 달아서 왕봉을 찾고 있다. 언제 누가 얘기를 걸었더냐 싶게 소광(巢框) 양 귀퉁이를 엄지와 둘째손가락으로 가벼이 들고 뒤적인다. 인제 아주 손에 익은 솜씨다. 벌〔蜂[봉]〕들은 자기들만의 세계를 뒤집어놓았다고 끄무레한 날씨 탓도 있기는 하지만 적의 본거지를 발견한 전투기처럼 아내의 머리를 에워싸고 법석이다.
그도 아내의 그런 물음에는 언제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버릇이 되어 있는 터라, 그저 "응?" 코대답을 하고는 날로 파래 가기는 하면서도 어딘지 아직 여름다운 하늘의 뜬구름을 지칠 줄 모르고 바라다보고 있었다. 우수(雨水) 때부터 물이 못나게 일을 한 농부들도 밭걷이도 대충 끝내고 논물도 빼고서 한숨 돌릴 무렵의 어느 날 오후였다. 하늘도 가을다워 여름의 그 초조해하는 기색이 없다. 그것은 마치 한가로운 소떼들이 끝없는 대초원을 유유히 거닐며 풀을 뜯고 있는 그림에 흰구름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았다.

이무영(李無影)
1908년 1월 14일 ~ 1960년 4월 21일
본명은 이갑룡(李甲龍), 아명은 이용구(李龍九), 필명은 이무영(李無影)·탄금대인(彈琴臺人)·이산(李山)
1908년 1월 14일 충청북도 음성군 출생.
1916년 4월 충청북도 중원군 사립 용명학교 입학. 1920년 휘문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였으나 중퇴.
1926년 6월 잡지 『조선문단』에 단편소설 「달순의 출가」로 등단하였다.
1927년 5월 『의지할 곳 없는 청춘』, 1928년 『폐허의 울음』을 발간.
경성부 삼선소학교 교원과 출판사와 잡지사에 근무.
1931년 『동아일보』 희곡 현상공모집에 「한낮에 꿈꾸는 사람들」로 당선되었다.
1935년 5월 동아일보사 학예부 기자가 되어 재직하다가 1939년 7월 퇴사.
경기도 시흥에서 농업에 종사하며 농민문학 창작에 열중하였다.
이무영의 대표작이자 농민소설의 명작으로 평가되는 「제1과 제1장」(1939), 「흙의 노예」(1940)를 발표하였다.
1960년 4월 21일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작품으로 「삼년」, 「세기의 딸」, 『무영농민문학선』, 『소설작법』, 「이순신」, 「B녀의 소묘」, 「노농」, 「팔각정이 있는 집」, 「농부전초」, 『해전소설집』, 「벽화」
「달순의 출가」, 「의지할 곳 없는 청춘」, 「폐허의 울음」, 「제1과 제1장」, 「흙의 노예」, 「향가」, 「용답(龍沓)」, 「역전(驛前)」, 「정열의 책」, 「세기의 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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