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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호일단

채만식 단편소설

사호일단(四號一段) 잠깐 이야기가 끊기고. 모본단 보료를 깐 아랫목 문갑 앞으로, 사방침에 비스듬히 팔꿈치를 괴고 앉아서 주인 박(朴)주사는 펼쳐 든 조간신문을 제목을 훑는다. 잠잠한 채 방안은 쌍미닫이의, 납을 먹여 마노빛으로 연한 영창지가 화안 하니 아침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시게 밝고 쇄려하다. 주인 박주사는 방이 밝고 쇄려하듯이 사람도 또한 정갈하고 호사스런 의표와 더불어 신수가 두루 번화하다. 기름을 알맞추, 반듯이 왼편에서 갈라 빗은 짤막한 머리가 우선 단정하다. 마악 아침 소쇄를 하고 난 얼굴이 부윳이 희고 좋은 화색이다. 마흔여섯이라지만 갓마흔에서 한두 살이 넘었다고 해도 곧이가 들리겠다. 코 밑으로 곱게 다듬어 세운 가뭇한 코밑수염이 한결 그러해 보인다. 아래턱은 면도 자죽만 푸르고..
사호일단(四號一段)

잠깐 이야기가 끊기고.
모본단 보료를 깐 아랫목 문갑 앞으로, 사방침에 비스듬히 팔꿈치를 괴고 앉아서 주인 박(朴)주사는 펼쳐 든 조간신문을 제목을 훑는다.
잠잠한 채 방안은 쌍미닫이의, 납을 먹여 마노빛으로 연한 영창지가 화안 하니 아침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시게 밝고 쇄려하다.
주인 박주사는 방이 밝고 쇄려하듯이 사람도 또한 정갈하고 호사스런 의표와 더불어 신수가 두루 번화하다. 기름을 알맞추, 반듯이 왼편에서 갈라 빗은 짤막한 머리가 우선 단정하다. 마악 아침 소쇄를 하고 난 얼굴이 부윳이 희고 좋은 화색이다. 마흔여섯이라지만 갓마흔에서 한두 살이 넘었다고 해도 곧이가 들리겠다. 코 밑으로 곱게 다듬어 세운 가뭇한 코밑수염이 한결 그러해 보인다. 아래턱은 면도 자죽만 푸르고.
마고자도 조끼도 민으로 은회색 공단이다. 저고리와 바지는 삼팔. 두둑한 솜버선에 대님은 그것도 은회색이다.
채만식(蔡萬植)

1902년 7월 21일 ~ 1950년 6월 11일
소설가, 극작가, 친일반민족행위자
호는 백릉(白菱), 채옹(采翁).
1902년 6월 17일 전북 옥구 출생.
1918년 중앙고보, 1922년 일본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수학했다.
1929년 개벽사에 입사하여 『별건곤』, 『혜성』, 『제일선』 등의 편집을 맡았다.
조선일보사,동아일보사 잠시 근무.
1924년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 「세 길로」로 문단에 등단하였다.
단편 「불효자식」(1925)과 중편 「과도기」(문학사상, 1973)가 초기작이다.
1933년 『조선일보』에 편 「인형의 집을 찾아서」를 연재.
1934년 단편 「레디메이드 인생」(1934)으로 독특한 풍자 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대표작으로 「치숙」(1938), 「탁류」(1937~1938), 「태평천하」(1938) 등이 있다.
1950년 그곳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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