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한 번씩은 꼭 어김없이 오고야마는 수업료 납부기.
벌써 완납 기일을 사흘이나 넘은 교실 안은 처처에 빈 자리가 생겨서 횡뎅그레한데 아무 표정도 없이 눈알만 말똥거리는 중대가리들의 멍하니 벌린 괴지지한 입들, 훌쩍거리는 코들.
찌는 듯이 무더운 속에서 파리들이 앵앵거리며 햇볕을 좇아 날아다니고 가담가담 물쿤하고 콧구멍을 쿡쿡 찌르는 땀 냄새 방귀 냄새.
6월의 교실 안 공기는 웅덩이 속에 갇혀 있는 무겁고도 어지러운 흙탕물과도 같아 당장에 질식이라도 할 것 같다.
그러한 속에서 명우는 땀을 발발 흘려가며 거의 싸우다시피 악을 쓰는 것이었다.
"이놈들아. 정신을 좀 차려서 선생님 설명을 들어라."
그래도 아이들은 얼빠진 것처럼 멍하니 입만 벌리고 쳐다본다.
"너희들은 대체 뭘하러 학교루 왔느냐?"
그는 화를 버럭내며 교편으로 책상을 연달아 서너 번 후려갈긴다.
잠에서 깜짝 놀라 깬 듯이 아이들은 움칫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다가 다시금 이전대로 무표정하게 돌아진다.
현경준
(玄卿駿)
1909년 2월 29일 ~ ?
함경북도 명천(明川) 출생. 아호는 금남(錦南). 필명은 김향운(金鄕雲).
간도의 공립백봉국민우급학교(公立白鳳國民優給學校)를 졸업했다.
주로 만주지방에 거주했는데 1920년 말에는 시베리아 유랑과 일본 유학을 하였다.
1934년≪조선일보≫에 장편소설 <마음의 태양>을 발표,, 1935년≪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격랑 激浪>이 당선되었다.
초기의 작품들은 김정한(金廷漢)과 더불어 경향적 소설을 주로 창작하였다.
<젊은 꿈의 한 토막>(신인문학, 1935.3.)·<명일의 태양>(신인문학, 1935.4.∼6.)·<귀향 歸鄕>(조선중앙일보, 1935.7.18.∼30.)·<탁류 濁流>(조선중앙일보, 1935.9.17.)·<그늘진 봄>(조선중앙일보, 1936.5.15.∼22.) 등이 초기 작품이다.
단편 <별>(1937)은 일제 하에 올바른 교육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교사 ‘최명우’의 삶을 형상화하여 다가올 미래가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생첩」(1938), 「퇴조」(1939), 「유맹」(1940) 등에서는 계급적인 대립이 점차 약화되면서 현실을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그려내고 있다. 「사생첩」은 만주로 이민해 간 농민가족이 수탈당하고 죽음을 맞는 것을 묘사하고 있으며, 「유맹」은 아편중독자의 수용소 마을을 배경으로 명우와 규선 두 조선 청년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1943년 소설집 『마음의 금선(琴線)』을 간행하였다.
광복 직후에 북한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