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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지하련의 단편소설

책 속으로 서쪽으로 티인 창엔 두꺼운 카 ─ 텐을 내려첫는 데도 어느 틈으론지 쨍쨍한 가을 볕살이 테불 우이로 작다구니를 긋고는 바둘바둘 사물거린다. 분명 가을인 게, 손을 마조 잡고 부벼 봐도, 얼굴을 쓰담아 봐도, 어째 보스송하고 매낀한 것이 제법 상글한 기분이고, 또 남쪽 창가ㅅ으로 가서 밖 앝을 내다 볼나치면, 전후좌우로 높이 고여올린 삘딩 우마다 푸르게 아삼거리는 하눌이 무척 높고 해사하다. 오후 여섯 시다. 사내에서 일 잘하기로 유명한 강군이 참다 못해 손가방을 챙긴다. 「뒤에 나오시겠서요?」 「먼저 갑시다.」 뒤를 이어 김군도 따라 일어셨다. 마지막으로 여사원 은히가 나간후 실내는 한층 더 호젔하다. 석재는 이제 막 강군의「난 먼저 갑니다. ─」해야 할 말을 「뒤에 나오겠오?..
책 속으로

서쪽으로 티인 창엔 두꺼운 카 ─ 텐을 내려첫는 데도 어느 틈으론지 쨍쨍한 가을 볕살이 테불 우이로 작다구니를 긋고는 바둘바둘 사물거린다.
분명 가을인 게, 손을 마조 잡고 부벼 봐도, 얼굴을 쓰담아 봐도, 어째 보스송하고 매낀한 것이 제법 상글한 기분이고, 또 남쪽 창가ㅅ으로 가서 밖 앝을 내다 볼나치면, 전후좌우로 높이 고여올린 삘딩 우마다 푸르게 아삼거리는 하눌이 무척 높고 해사하다.
오후 여섯 시다.
사내에서 일 잘하기로 유명한 강군이 참다 못해 손가방을 챙긴다.
「뒤에 나오시겠서요?」
「먼저 갑시다.」
뒤를 이어 김군도 따라 일어셨다. 마지막으로 여사원 은히가 나간후 실내는 한층 더 호젔하다.
석재는 이제 막 강군의「난 먼저 갑니다. ─」해야 할 말을
「뒤에 나오겠오?」하고 묻든 것이 역시 속으로 우수웠으나, 이 정당하고도 남는 ─「먼저 가겠다」
지하련
(池河連)
1912년 ~ 미상

본명은 이현욱(李現郁). 경상남도 거창 출생.
1935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임화(林和)와 결혼하였다.

1940년 12월 단편소설 「결별(訣別)」이 평론가 백철(白鐵)에 의해 『문장』에 추천됨으로써 등단하였다.
광복 직후 남편 임화와 함께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였고, 역시 임화와 함께 월북하였다. 임화는 1953년 8월 미국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북한 당국에 의해 처형된 바, 그 후 지하련의 행적은 알 수 없다.

지하련이 광복 전에 발표한 작품으로는 「체향초(滯鄕抄)」(『문장』, 1941.3)·「가을」(『조광』, 1941.11)·「산길」(『춘추』, 1942.3) 등이 있고, 광복 후에 발표한 작품으로는 「도정(道程)」(『문학』, 1946.8)·「광나루」(『조선춘추』, 1947.12)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은 예외 없이 섬세한 필치로 젊은 남녀의 심리를 추적한 것들이다.

삶의 조그마한 파편들 하나하나에 깊은 관심을 보내면서 결코 서두르지 않는, 어찌 보면 다소 담담하게까지 느껴지는 유장한 걸음으로 사람들의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짚어 나가는 지하련의 소설들은 이선희(李善熙)·최정희(崔貞熙) 등의 작품과 함께 이 시기 여성문학의 한 자리를 착실하게 담당한 존재로 평가된다.

그런데 일제 말 암흑기의 침묵 기간을 거친 후 광복 이듬해에 발표한 「도정」에서는 주목할 만한 변신을 보여준다. 이 작품을 보면 해방 공간에서도 곳곳에서 권모술수가 횡행하고 그것이 사회주의자들의 핵심부에까지 파고 들어오는 현실과 그런 현실 앞에 맞서고 고민하는 지식인의 초상이 작가의 날카로운 눈길에 의해 생생하게 포착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한 걸음을 더 나아가서 생각하면, 이 작품에 그려진 주인공의 고민은 결코 해방 공간이라는 한정된 시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규율과 개인적 양심 사이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전형의 면모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이 작품은 광복 직후 남한 좌익 조직 내에서 발생한 재건파 대 장안파의 해게모니 다툼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만한 측면을 갖고 있기도 하다. 지하련이 남긴 창작집으로는 1948년 백양당(白楊堂)에서 간행된 『도정』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지하련 [池河連]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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