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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역사상 일천년래 제일대사건

신체호의 역사 강의

민족(民族)의 성쇠는 매양 그 사상(思想)의 추향 여하에 달린 것이며, 사상 추향의 혹좌혹우(或左或右)는 매양 모종 사건의 영향을 입는 것이다. 그러면 조선 근세에 종교(宗敎)나 학술(學術)이나 정치(政治)나 풍속(風俗)이 사대주의의 노예가 됨이 무슨 사건에 원인함인가. 어찌하여 효(孝)하며 어찌하여 충(忠)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공자(孔子)를 높이며 어찌하여 이담을 배척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태극(太極)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팔괘(八卦)를 낳는다 하는가. 어찌하여 신수(身修) 연후에 가제(家齊)요, 가제연후에 국치(國治)인가. 어찌하여 비록 두통이 날지라도 관망(冠網)을 끄르지 않으며 티눈이 있을지라도 버선을 신는 것이 예(禮)이었던가. 선성(先聖)의 말이면 그대로 좇고 선대의 일이면 그대로 행하여..
민족(民族)의 성쇠는 매양 그 사상(思想)의 추향 여하에 달린 것이며, 사상 추향의 혹좌혹우(或左或右)는 매양 모종 사건의 영향을 입는 것이다. 그러면 조선 근세에 종교(宗敎)나 학술(學術)이나 정치(政治)나 풍속(風俗)이 사대주의의 노예가 됨이 무슨 사건에 원인함인가. 어찌하여 효(孝)하며 어찌하여 충(忠)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공자(孔子)를 높이며 어찌하여 이담을 배척하라 하는가. 어찌하여 태극(太極)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가 팔괘(八卦)를 낳는다 하는가. 어찌하여 신수(身修) 연후에 가제(家齊)요, 가제연후에 국치(國治)인가. 어찌하여 비록 두통이 날지라도 관망(冠網)을 끄르지 않으며 티눈이 있을지라도 버선을 신는 것이 예(禮)이었던가. 선성(先聖)의 말이면 그대로 좇고 선대의 일이면 그대로 행하여 일세를 몰아 잔약·쇠퇴·부자유의 길로 들어감이 무엇에 원인함인가. 왕건(王建)의 창업인가, 위화도(威化島)의 회군인가, 임진(壬辰)의 왜란(倭亂)인가, 병자(丙子)의 호란(胡亂)인가, 사색(四色)의 당파인가, 반상(班常)의 계급인가, 문귀무천(文貴武賤)의 폐인가, 정주학설(程朱學說)의 유독(遺毒)인가. 무슨 사건이 전술한 종교·학술·정치·풍속 각 방면에 노예성을 산출하였는가. 나는 일언으로 회답하여 가로되, 고려 인종(仁宗) 13년(1135) 서경전역(西京轉役) 즉 묘청(妙淸)이 김부식(金富軾)에게 패함이 그 원인이라 한다.

신채호(申采浩)

1880.11.7~1936.2.21
일제강점기의 사학자,독립운동가.
한국 근대사학의 기초를 만들었다.

1880년 11월 7일 충남 대덕 출생.
1905년 성균관 박사가 되었으나 그해 을사조약이 체결되어 관직을 포기.
1907년 신민회와 국채보상운동 등에 가입·참가.
1910년 신민회 동지들과 중국 칭다오로 망명.
1911년 권업회를 조직했으며 <권업신문> 주필로 활동.
1915년 상하이 신한청년회 조직에 참가. 박달학원 설립.
1919년 임시정부 수립에 참가했으며 의정원 의원, 전원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
1923년 상하이 국민대표회의에서 임시정부 해체 및 폭력혁명 주장.
1927년 신간회 발기인, 무정부주의 동방동맹에 가입.
1936년 2월 21일 여순감옥에서 옥중 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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