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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

이익상 단편소설

T어촌 앞 해변에는 십여 척 되는 어선이 닻을 언덕 위에 높이 던져두고 수풀처럼 늘어졌다. 이 어선들은 고기 잡으러 앞바다 먼 곳을 향하여 나아가려고 만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마을 바로 앞에 끝없이 보이는 황해는 봄날 아지랑이 속에서 깊이 잠든 것같이 고요해 보였다. 다만 길게 보이는 백사장 위에서 꾸무럭거리는 사람들의 발자취 소리와 수풀처럼 늘어선 어선 안에서 무엇이라 중얼대는 뱃사람의 말소리와 바위에 부딪혀 깨어지는 물결 소리만이 봄날 황해의 곤한 졸음을 흔들어 깨우려는 듯이 시끄러울 뿐이었다. 어선 안에서 북소리가 둥둥 울려 나오더니, "물 들어온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길게 들리었다.
T어촌 앞 해변에는 십여 척 되는 어선이 닻을 언덕 위에 높이 던져두고 수풀처럼 늘어졌다. 이 어선들은 고기 잡으러 앞바다 먼 곳을 향하여 나아가려고 만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 마을 바로 앞에 끝없이 보이는 황해는 봄날 아지랑이 속에서 깊이 잠든 것같이 고요해 보였다. 다만 길게 보이는 백사장 위에서 꾸무럭거리는 사람들의 발자취 소리와 수풀처럼 늘어선 어선 안에서 무엇이라 중얼대는 뱃사람의 말소리와 바위에 부딪혀 깨어지는 물결 소리만이 봄날 황해의 곤한 졸음을 흔들어 깨우려는 듯이 시끄러울 뿐이었다.
어선 안에서 북소리가 둥둥 울려 나오더니, "물 들어온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길게 들리었다.

이익상(李益相)
1895년 5월 12일 ~ 1935년 4월 19일
소설가, 언론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전라북도 전주 출생. 호는 성해(星海).
보성고등보통학교를 졸업, 1922년 니혼대학 사회과를 졸업.
1920년 『호남신문』 사회부장으로 활동하였다.
1921년 5월 『개벽』 으로 문필활동을 시작하였다.
1923년 『백조』의 동인 김기진(金基鎭)·박영희(朴英熙) 등과 파스큘라(PASKYULA)라는 문학단체를 만들었다.
1924년부터 『조선일보』 학예부장을 지냈다.
1926년 1월 KAPF의 기관지 『문예운동』을 창간하는 데 앞장섰다.
「어촌」·「젊은 교사」·「흙의 세례」·「길 잃은 범선(帆船)」·「짓밟힌 진주」·「쫓기어가는 사람들」·「광란」 등의 단편소설이 대표적이다.
1926년에는 단편집 『흙의 세례』(문예운동사)를 간행하였다.
1935년 4월 19일 동맥경화증이 악화되어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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