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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자삼인

조중환 희곡

조중환 병자삼인(病者三人) 한국 최초의 희곡 「매일일보」에 1912. 11. 17~25. 가지 연재되었다. ---------------------------------------------------------- 여교사 이옥자 본저 무대에는 이옥자의 집 방안이요, 그 부엌에는 밥짓는 제구와 소반 그릇 등들이 널펴있는데, 부엌에서는 이옥자의 남편되는 정필수가 불도 들이지 아니하는 아궁이에서 밥을 짓느라고 부채질을 하고 있다. 정필수 : 아이참, 세상도 괴악하고, 강원도 시골구석에서 국으로 가만히 있어서, 농사나 하고 들어 업드려 있었으면 좋을 것을 이게 무슨 팔자란 말이오. 서울을 올라올제. 우리 내외가 손목을 마주 잡고 와서 무슨 큰 수나 생길 줄 알고, 물을 쥐어 먹어 가면..
조중환
병자삼인(病者三人)
한국 최초의 희곡
「매일일보」에 1912. 11. 17~25. 가지 연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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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 이옥자 본저

무대에는 이옥자의 집 방안이요, 그 부엌에는 밥짓는 제구와 소반 그릇 등들이 널펴있는데, 부엌에서는 이옥자의 남편되는 정필수가 불도 들이지 아니하는 아궁이에서 밥을 짓느라고 부채질을 하고 있다.


정필수 : 아이참, 세상도 괴악하고, 강원도 시골구석에서 국으로 가만히 있어서, 농사나 하고 들어 업드려 있었으면 좋을 것을 이게 무슨 팔자란 말이오. 서울을 올라올제. 우리 내외가 손목을 마주 잡고 와서 무슨 큰 수나 생길 줄 알고, 물을 쥐어 먹어 가면서 내외가 학교에를 다니다가 막 이월에 졸업이라고 하여서 어떤 학교의 교사 시험을 치르었더니, 운수가 불행하느라고 마누라는 급제를 하여서 교사가 되고, 나는 낙제를 하여서 그 학교 하인이 되었으니 이런 몰골이 어데 있나. 학교에만 가면 우리 마누라까지 나더러 하인 하인 부르면서 말 갈 데 소 갈 데 함부루 시부름을 시키고, 하도 고단하여 할 수 없이 집에서 앓고 있을 때는 이렇게 밥이나 짓고 있으니, 이런 망할 놈의 팔자가 어데 있나, 계집을 이렇게 상전같이 섬기는 놈은 나밖에 없을 걸. (하며 중얼거리고 앉아 있는데 쌀집 주인 여편네 업동어머니가 달음질하며 문을 열고 들어오며)

업동모 : 아이고 무얼 하시오. 서방님이 부엌에서 밥을 다 지시네. (하며 들어오는데, 정필수는 창피하고 부끄러워 어찌할 줄을 모르다가 시침을 뚝 떼이며)

정필수 : 응, 업동어멈인가. 오늘은 우리 마누라란 사람이 학교에 가서 입때까지 아니 오네그려. 그래서 할 수 없이 지금 내가 밥짓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일세. 그러나 자네 집 쌀은 왜 그렇게 문내가 나나, 응.

업동모 : 그럴 리가 있나요. 언제든지 댁에 가져오는 쌀은 상상미로 가져 오는 데요.
조중환
(趙重桓)
1884∼1947
소설가, 번안 극작가.

서울출생. 호 일재(一齋).
경성학당’ 중학부를 졸업. 니혼대학 졸업.

《쌍옥루(雙玉淚)》 《장한몽(長恨夢)》 등 일본작품을 번안(飜案)·개작(改作)하였다.
1913년부터 《국(菊)의 향(香)》 《단장록(斷腸錄)》 《비봉담(飛鳳潭)》 등의 작품을 《매일신보(每日申報)》에 연재하였다.
연극에도 조예가 깊어 윤백남(尹白南)과 함께 '문수성(文秀星)'이라는 극단을 창립했다.
1912년 최초의 희곡인 《병자삼인(病者三人)》을 《매일신보》에 연재하였다.
1925년 계림영화협회 창립하고 첫 작품으로 「장한몽」을 기획하였다.
해방 후에는 『독립신문』에서 주필로 활동하다, 1947년 10월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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