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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화촌

허민 시집

산(山)과 어둠이 가로막는 골에 도까비불인 듯 반딧불만 나서느냐 이 길은 북(北)으로 큰 재를 넘어야 경부선(京釜線) 김천(金泉)까지 사뭇 백여 리(百餘里) 우중충한 하늘이라 북극성(北極星)도 안 보이고 그 가시내 생각마저 영영 따라오질 않어 이럴 땐 제발 듣기 싫던 육자백(六字白)인들 알었더라면 소장수 내 팔자(八字)로 행이 좋았으리라만 호젓한 품으로 스며드는 밤바람에 엊그제 그 주막(酒幕) 돗자리방(房)이 어른거린다 너도 못난 주인(主人)을 따라 울고 싶지 않더냐 방울 소리 죽이며 걸아가는 이 짐승아 산턱엔 청승궂인 소쩍새 울고 초롱불 쥔 손등에 비가 듣는다.
산(山)과 어둠이 가로막는 골에
도까비불인 듯 반딧불만 나서느냐

이 길은 북(北)으로 큰 재를 넘어야
경부선(京釜線) 김천(金泉)까지 사뭇 백여 리(百餘里)

우중충한 하늘이라 북극성(北極星)도 안 보이고
그 가시내 생각마저 영영 따라오질 않어

이럴 땐 제발 듣기 싫던 육자백(六字白)인들 알었더라면
소장수 내 팔자(八字)로 행이 좋았으리라만

호젓한 품으로 스며드는 밤바람에
엊그제 그 주막(酒幕) 돗자리방(房)이 어른거린다

너도 못난 주인(主人)을 따라 울고 싶지 않더냐
방울 소리 죽이며 걸아가는 이 짐승아

산턱엔 청승궂인 소쩍새 울고
초롱불 쥔 손등에 비가 듣는다.
허민
(許民)
1914년 ~ 1943년
시인, 소설가

경남 사천 출신. 본명은 허종(許宗)이고, 민(民)은 필명, 법명은 야천(野泉)이다.
1929년곤양공립보통학교를 졸업. 1933년 합천 해인사 강원 수료하고, 해인사 사설강습소인 해명학원(海明學院)의 교원이 되었다.
1937년 진주에서 동아일보 진주지국 기자, 진주기예학교에서 국사와 동양사를 가르쳤다.
1943년 29세 폐결핵으로 별세하였다.

1936년 12월『매일신보』 현상 공모에 단편 「구룡산(九龍山)」이 당선되어 등단.
1940년 시 「야산로(夜山路)」를 『문장(文章)』에 시인 유엽 추천으로 발표하였다.
1941년 단편 「어산금(魚山琴)」을 『문장』에 이태준 추천으로 발표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봄과 님이」, 「아이고 요것이」, 「아침밥」, 「아픈 다리」, 「어머니에게-조선(朝鮮)」, 「문에 비친 두 그림자」, 「삼월의 눈바람」, 「병상기(病床記)」가 있고, 소설 작품으로 「사장(射場)」, 「석이(石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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