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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

심훈 장편소설

지리하던 장마가 들었다. 한 주일동안이나 퍼붓던 비는 서 울 한복판을 지글지글 끓이던 더위와 후터분한 티끌을 한바 탕 훌부시어 내었다. 얕은 하늘에 칡넝쿨 같이 서리었던 구 름장은 선들바람에 쫓기어 바닷속의 풀잎처럼 흐느적 기다 가는 스러지는 저녁놀에 물이 들어서 산호가지 같이 빨갛게 타는 상싶다. 남대문통 씨멘트를 깔아논 길바닥은 걸레질을 쳐논것처럼 윤이 흘렀다. "에 좀 찬찬이 가자꾸나 아직두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세로 약칠한 흰 구두뿌리를 맵시있게 제기면서 걸어가던 동무의 소매를 끌어다녔다. "벌써 표는 죄다 팔렸다는데 어서 따러와요" 앞서 가던 여자는 팔뚝시계를 들여다 보며 사뭇 달음박질 을 한다. 잠자리 날개같이 다려입은 불란사 깨끼적삼에 땀 이 배어 등어리의 하얀살이..
지리하던 장마가 들었다. 한 주일동안이나 퍼붓던 비는 서 울 한복판을 지글지글 끓이던 더위와 후터분한 티끌을 한바 탕 훌부시어 내었다. 얕은 하늘에 칡넝쿨 같이 서리었던 구 름장은 선들바람에 쫓기어 바닷속의 풀잎처럼 흐느적 기다 가는 스러지는 저녁놀에 물이 들어서 산호가지 같이 빨갛게 타는 상싶다.

남대문통 씨멘트를 깔아논 길바닥은 걸레질을 쳐논것처럼 윤이 흘렀다.

"에 좀 찬찬이 가자꾸나 아직두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세로 약칠한 흰 구두뿌리를 맵시있게 제기면서 걸어가던 동무의 소매를 끌어다녔다.

"벌써 표는 죄다 팔렸다는데 어서 따러와요"

앞서 가던 여자는 팔뚝시계를 들여다 보며 사뭇 달음박질 을 한다. 잠자리 날개같이 다려입은 불란사 깨끼적삼에 땀 이 배어 등어리의 하얀살이 내비쳤다. 그들의 뒤에도 젊은 남녀가 쌍쌍히 따랐다.

전차속도 부펐다. 손잡이에 매달려 가는 사람이 적지않다.

"요셋돈 삼원이면 쌀이 반가마닌데 밑천이나 뽑을까?"

"나역시 큰 오입인걸 그렇지만 독일 본바닥에서 공부를 했 다니깐 상당할테지……."

입장권을 떼어맡기니까 체면상 참석 안할 수가 없어서 나 선 교역자 비슷한 사람들의 주고 받는 말이다.
심훈(沈熏)

1901.9.12. ~ 1936.9.16.
소설가·시인·영화인.
본명 심대섭(沈大燮). 본관 청송(靑松).
호는 해풍(海風). 서울 출생.

1915년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에 입학.
1917년 이해영(李海暎)과 결혼.
1919년 3·1운동에 가담하여 퇴학.
1921년항저우(杭州)치장대학(之江大學)에 입학하였다.
1923년 귀국하여 집필활동하며 1924년 이해영과 이혼, 동아일보사에 입사하였다.
1925년 「장한몽(長恨夢)」에 이수일(李守一)역으로 출연.
1926년 우리 나라 최초의 영화소설 「탈춤」을 『동아일보』에 연재하였다.
1927년 영화 「먼동이 틀 때」를 원작집필·각색·감독으로 제작하였다.
1930년안정옥(安貞玉)과 재혼하였다.
1932년 고향인 충청남도 당진으로 낙향.
1936년 장티푸스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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