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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

김사량 장편소설

원래가 퍽 사람을 그리워하여, 사람 없이는 하루 한시라도 못 견디는 고독한 인간이다. 무턱대고 사람을 그리워한다. 두 번만 만나면 나는 어깨를 치고 허허 웃고 또 심지어 그이가 뚱뚱보라면 꾹꾹 그 배를 찌르고야 만다. 그래 한번은 뚱뚱보인 고등관(高等官)을 성내우고 말았다. 실로 말이지 내가 알기는 대신급(大臣級)에서부터 토역군(土役軍)에 이르기까지이다. 더욱이 그 부인네들과는 안면이 깊다. 그건 내가 '걸레장사'라는, 바로 이 고장 말로 하면 구주야이기 때문이다. 아니 구주야는 내 생활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어엿한 화가이다. 그림공부하는 사나이다. 그러나 고등관의 욕을 얻어먹은 뒤부터는 일체 관리들과는 교제를 끊었다. 아니 거래를 끊었다는 말이다. 나는 나를 멸시하는 인간을 멸시하기 때문이다. 하..

원래가 퍽 사람을 그리워하여, 사람 없이는 하루 한시라도 못 견디는 고독한 인간이다. 무턱대고 사람을 그리워한다. 두 번만 만나면 나는 어깨를 치고 허허 웃고 또 심지어 그이가 뚱뚱보라면 꾹꾹 그 배를 찌르고야 만다. 그래 한번은 뚱뚱보인 고등관(高等官)을 성내우고 말았다. 실로 말이지 내가 알기는 대신급(大臣級)에서부터 토역군(土役軍)에 이르기까지이다. 더욱이 그 부인네들과는 안면이 깊다. 그건 내가 '걸레장사'라는, 바로 이 고장 말로 하면 구주야이기 때문이다. 아니 구주야는 내 생활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어엿한 화가이다. 그림공부하는 사나이다. 그러나 고등관의 욕을 얻어먹은 뒤부터는 일체 관리들과는 교제를 끊었다. 아니 거래를 끊었다는 말이다. 나는 나를 멸시하는 인간을 멸시하기 때문이다. 하기는 이 고장에는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어깨를 툭툭 칠 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외롭다. 고독하기 그지없다. 이 고독감은 기주적(期週的)으로 가분작이 침노를 한다. 그러면 아편쟁이가 아편 생각이 난 때처럼 못 견디게 사람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하나도 얼싸안을 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나는 다룽치를 메고서 시바우라(芝浦)로 간다.
김사량 (金史良)

본명 김시창(金時昌)
1914년 3월 3일 - 1950년 9월 17일
1914년 3월 3일 평남 평양 출생.
1931년 평양고보 5학년 때 광주학생운동으로 퇴교당했다.
일본에 건너가 사가고교(佐賀高校)를 거쳐 동경제국대학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36. 동인지 《제방(堤防)》에 일어로 된 처녀작 「토성랑」을 발표
1943년 팔로군 조선의용군 기자로 활동하다가 광복과 함께 귀국했다.
평안남도 예술연맹 위원장
북조선예술가총연맹 국제문화국 국장
북한 김일성대학 강사
1944 평양 대동공업전문학교 독일어 교사
1950년 원주에서 사망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단편소설 「유치장에서 만난 사나이」, 「지기미」, 「칠현금」, 「기자림」, 「산의 신들」, 「천마」, 「무궁일가」 등과 장편소설 「낙조」, 「태백산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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