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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기록

이상단편소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꿈―꿈이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자는 것이 아니다. 누운 것도 아니다. 앉아서 나는 듣는다. (12월 23일) "언더 더 워치―시계 아래서 말이에요, 파이브 타운스―다섯 개의 동리란 말이지요. 이 청년은 요 세상에서 담배를 제일 좋아합니다 ―― 기다랗게 꾸부러진 파이프에다가 향기가 아주 높은 담배를 피워 빽― 빽― 연기를 풍기고 앉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낙이었답니다." (내야말로 동경 와서 쓸데없이 담배만 늘었지. 울화가 푹― 치밀을 때 저― 폐까지 쭉― 연기나 들이켜지 않고 이 발광할 것 같은 심정을 억제하는 도리가 없다.) "연애를 했어요! 고상한 취미――우아한 성격――이런 것이 좋았다는 여자의 유서예요――죽..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꿈―꿈이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자는 것이 아니다. 누운 것도 아니다.

앉아서 나는 듣는다. (12월 23일)

"언더 더 워치―시계 아래서 말이에요, 파이브 타운스―다섯 개의 동리란 말이지요. 이 청년은 요 세상에서 담배를 제일 좋아합니다 ―― 기다랗게 꾸부러진 파이프에다가 향기가 아주 높은 담배를 피워 빽― 빽― 연기를 풍기고 앉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낙이었답니다."

(내야말로 동경 와서 쓸데없이 담배만 늘었지. 울화가 푹― 치밀을 때 저― 폐까지 쭉― 연기나 들이켜지 않고 이 발광할 것 같은 심정을 억제하는 도리가 없다.)

"연애를 했어요! 고상한 취미――우아한 성격――이런 것이 좋았다는 여자의 유서예요――죽기는 왜 죽어 ―― 선생님――저 같으면 죽지 않겠습니다. 죽도록 사랑할 수 있나요――있다지요. 그렇지만 저는 모르겠어요."

(나는 일찍이 어리석었더니라. 모르고 연(姸)이와 죽기를 약속했더니라. 죽도록 사랑했건만 면회가 끝난 뒤 대략 이십 분이나 삼십 분만 지나면 연이는 내가 '설마' 하고만 여기던 S의 품안에 있었다.)
이상(李箱)

1910.8.20 ~ 1937.4.17
본명 김해경
시인·소설가.

서울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공 건축과 졸업.
총독부의 건축기사로 근무.
1930년 소설 〈12월 12일(十二月 十二日)〉을 《조선(朝鮮)》에 발표.
1931년 시 〈이상한 가역반응(可逆反應)〉, 〈파편의 경치〉를 《조선과 건축》지에 발표했다.
1932년 동지에 시 〈건축무한 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를 발표했다.

종로에서 다방 ‘제비’를 경영하며 이태준(李泰俊)·박태원(朴泰遠)·김기림(金起林)·윤태영(尹泰榮)·조용만(趙容萬) 등과 문단 교우.

1936년 변동림(卞東琳)과 결혼 뒤 곧 일본 동경으로 건너갔으나 1937년 사상불온혐의로 구속되었다.
1936년 4월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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