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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

지하련 단편소설

어제 밤 좀 틔각거린 일도 있고 해서 그랬든지 아무튼 일부러 달게 자는 새벽잠을 깨울 멋도 없어 남편은 그냥 새벽 차로 일직암치 관평을 나가기로 했던 것이다. 형예(亨禮)가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어젯밤 다툰 일이다. 하긴 어제밤만 해도 칠원관평은 몸소 가 봐야 하겠다는 둥 무슨 이 사회가 어떠니 협의회가 어떠니 하고 길게 늘어놓은 남편의 이얘기가 그저 좀 지리했을 뿐 별것 없었다면 그도 모르겠는데 어쩐지 그게 꼭 「이러니 내가 얼마나 훌륭하냐」는 것처럼 댓듬 비위에 와서 걸리고 보니 형예로서도 가만이 있을 수 없어 자연 주고받는 말이란 것이 기껏 「남의 일에 분주헌 건 모욕이래요.」 「남의 일이라니 웨 결국 내 일이지.」 이렇게 나오지 않을 수 없었고 이렇게 되..
어제 밤 좀 틔각거린 일도 있고 해서 그랬든지 아무튼 일부러 달게 자는 새벽잠을 깨울 멋도 없어 남편은 그냥 새벽 차로 일직암치 관평을 나가기로 했던 것이다.

형예(亨禮)가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어젯밤 다툰 일이다. 하긴 어제밤만 해도 칠원관평은 몸소 가 봐야 하겠다는 둥 무슨 이 사회가 어떠니 협의회가 어떠니 하고 길게 늘어놓은 남편의 이얘기가 그저 좀 지리했을 뿐 별것 없었다면 그도 모르겠는데 어쩐지 그게 꼭 「이러니 내가 얼마나 훌륭하냐」는 것처럼 댓듬 비위에 와서 걸리고 보니 형예로서도 가만이 있을 수 없어 자연 주고받는 말이란 것이 기껏

「남의 일에 분주헌 건 모욕이래요.」

「남의 일이라니 웨 결국 내 일이지.」

이렇게 나오지 않을 수 없었고 이렇게 되고 보니 딴 집으로만 났을 뿐 아직 한집안일뿐 아니라 큰댁에서 둘째 아들을 더 힘 믿는 판이고 보니 하긴 남편의 말대로 짜장 그렇기도 한 것이 형예로선 더 노꼴스럽게 된 판에다가,

「여자가 아무리 영니해도 밖앝 일을 이해 못험 그건 좀 골난해.」

하고 짐짓 딴대리에서 거드름을 부리는 것은 더 견디어 낼 수가 없어서 이래서 결국 형예 편이

「관둡시다 관둬요 ─」

하고 덮어버리게 된 이것이 어제ㅅ밤 사껀의 전부고 그 내용이지만 사실은 이런 따위의 하잘 것 없는 말을 주고받은 것 뿐으로 그저 그만이어도 좋고 또 남편이 이따금 이런데서 그 소위 거드름을 부려봐도 그리 죄 될 것 없는 이럴테면 안해의 단순한 트집이어서도 좋을 경우에 형예는 곧잘 정말 화를 내는 것이 병이라면 병이다. 더구나 형예로선 암만 생각해 봐야 조금도 다정한 소치에서가 아닌데도 노상 정부더리는 제가 도맡어 놓고 하게 되는 결과가 노여울 뿐 아니라 항상 사태를 그렇게만 이끄는 남편의 소행이 더할 수 없이 능청맞고 괫심할 정도다.

지하련

1912년 경남 거창 출생.
본명은 이현욱(李現郁).
마산에서 성장. 일본 동경 소화여고, 동경경제전문학교 수학.
1935년 폐결핵 치료차 마산에 내려와 림화와 결혼하였다.
1940년 단편 「결별」이 백철의 추천으로 『문장』(1940.12)지에 발표됨으로써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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