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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에 그리는 마음

이육사 수필집

창공에 그리는 마음 벌서 데파-트의 쇼윈드는 홍엽(紅葉)으로 장식(裝飾)되엿다. 철도안내계(鐵道案內係)가 금강산(金剛山) 소요산(逍遙山)등등 탐승객(探勝客)들에게 특별할인(特別割引)으로 가을의 써비쓰를 한다고들 떠드니 돌미력갓치 둔감(鈍感)인 나에게도 엇지면 가을인가? 십흔생각도 난다. 외국(外國)의 지배(支配)를 주사(注射)침 끝처럼 날카롭게 감수(感受)하는 선량(善良)한 행운아(幸運兒)들이 감벽(紺碧)의 창공(蒼空)을 치여다볼때 그들은 매연(煤煙)에 잠긴 도시(都市)가 실타기보다 갑싼 향락(享樂)에 지친 권태(倦怠)의 위치(位置)를 밧구기위하야는 제비색기갓치 경쾌(輕快)한 장속(裝束)에 제각기 시골의 순박한 처녀(處女)들을 머리속에 그리며 항구(港口)를 떠나는 갑판(甲板)우의 젊은 마도로스..
창공에 그리는 마음


벌서 데파-트의 쇼윈드는 홍엽(紅葉)으로 장식(裝飾)되엿다. 철도안내계(鐵道案內係)가 금강산(金剛山) 소요산(逍遙山)등등 탐승객(探勝客)들에게 특별할인(特別割引)으로 가을의 써비쓰를 한다고들 떠드니 돌미력갓치 둔감(鈍感)인 나에게도 엇지면 가을인가? 십흔생각도 난다.

외국(外國)의 지배(支配)를 주사(注射)침 끝처럼 날카롭게 감수(感受)하는 선량(善良)한 행운아(幸運兒)들이 감벽(紺碧)의 창공(蒼空)을 치여다볼때 그들은 매연(煤煙)에 잠긴 도시(都市)가 실타기보다 갑싼 향락(享樂)에 지친 권태(倦怠)의 위치(位置)를 밧구기위하야는 제비색기갓치 경쾌(輕快)한 장속(裝束)에 제각기 시골의 순박한 처녀(處女)들을 머리속에 그리며 항구(港口)를 떠나는 갑판(甲板)우의 젊은 마도로스들과도 갓치 분주히들 시골로, 시골로 떠나고 만다 그래서 도시(都市)의 창공(蒼空)은 나와갓치 올데갈데업시 밤낫으로 인크칠이나 하고잇는 사람들에게 맷겨진 사유재산(私有財産)인것도 갓다.

그래서 나는 이 천재일시(千載一時)로 엇은 기회(機會)를 놋치지안켓다고 나의 기나긴 생활(生活)의 고뇌(苦惱)속에서 실(實)로 쩔븐 일순간(一瞬間)을 비수(匕首)의 섬광(閃光)처럼 맑고 깨긋이 개인 창공(蒼空)에 나의 마음을 그리나니 일망무제(一望無際)! 오즉 공(空)이며 허(虛)! 이것은 우주(宇宙)의 첫날인듯도하며 나의 생(生)의 요람(搖籃)인것도 갓허라.

신(神)은 아무것도 업는 공(空)과 허(虛)에서 우주만물(宇宙萬物)을 창조(創造)하엿다고 그리고 자기의 뜻대로 만들엇다고 사람들은 말하거니 나도 이 공(空)과 허(虛)에서 나의 세계(世界)를 나의 의사(意思)대로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것처럼 손쉽게 창조(創造)한들 엇덜랴 그래서 이 지상(地上)의 모든 용납(容納)될수 업는 존재(存在)를 그곳에 그려본다해도 그것은 나의 자유(自由)이여라.
이육사
(李陸史)

1904.4.4 ~ 1944.1.16
본명은 원록(源祿),활(活)
경북 안동(安東) 출생. 조부에게서 한학을 배우고 대구 교남(嶠南)학교에서 수학하였다
1925년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義烈團)에 가입하였다. 1926년 베이징[北京]으로 가서 베이징 사관학교에 입학.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 때의 수인번호 264를 따서 호를 ‘육사’라고 지었다.
《절정》,《광야》,《청포도》,《교목》 등의 작품을 통해 목가적이면서도 웅혼한 필치로 민족의 의지를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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