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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승신수(怪僧信修)

윤백남 야담소설

윤백남의 야담소설집 파주(坡州) 낙수(落水) 남편에 있는 승(僧) 신수(信修)의 암자에는 오늘밤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으로 불빛이 절 밖에까지 비치어 흐르며 흥에 겨운 듯한 사람들의 말소리까지 드믄드믄 들려온다. 때는 여말(麗末) 홍건적의 난리입네, 김용(金鏞)의 반란입네 하고 온 나라가 물끓듯하건만 이 파주 한 고을만은 세상사를 등진듯이 지극히 평화하게 지내가는 터이다. 『또 이 화상 한잔 하시나보군.』 하고 마침 그 암자 앞을 지나가던 사람 하나가 발을 멈추고 절 속을 기웃거렸다. 『흥 저자의 한잔이란 남의 백잔꼴은 되거든.』 같이 가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을 받으며 역시 발을 멈춘다. 신수는 이미 육십 가까운 노승으로 몸이 비록 승상(僧相)이나 원체 술을 잘 먹어 얼마든지 있는대로 한자..
윤백남의 야담소설집

파주(坡州) 낙수(落水) 남편에 있는 승(僧) 신수(信修)의 암자에는 오늘밤에 무슨 일이 있는 모양으로 불빛이 절 밖에까지 비치어 흐르며 흥에 겨운 듯한 사람들의 말소리까지 드믄드믄 들려온다.
때는 여말(麗末) 홍건적의 난리입네, 김용(金鏞)의 반란입네 하고 온 나라가 물끓듯하건만 이 파주 한 고을만은 세상사를 등진듯이 지극히 평화하게 지내가는 터이다.
『또 이 화상 한잔 하시나보군.』
하고 마침 그 암자 앞을 지나가던 사람 하나가 발을 멈추고 절 속을 기웃거렸다.
『흥 저자의 한잔이란 남의 백잔꼴은 되거든.』
같이 가던 한 사람이 이렇게 말을 받으며 역시 발을 멈춘다.
신수는 이미 육십 가까운 노승으로 몸이 비록 승상(僧相)이나 원체 술을 잘 먹어 얼마든지 있는대로 한자리에서 마셔 버리고 마는고로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그 모양을 바닷속의 고래가 물먹듯한다고 모두 웃었다.
더욱이 그 음주하는 태도가 유쾌하니 사람들이 실없이 놀리느라고 혹 소(牛) 오줌 같은 것을 가져다주며 먹으라고 졸라도 허허 웃고 단숨에 들이키면서,
『이 술이 심히 쓰다.』
하고 배를 두드렸다.다.
윤백남(尹白南)

1888∼1954
극작가·소설가·영화감독.

1888년 충남 공주 출생. 본명 윤교중(尹敎重).
경성학당 졸업. 와세다대학 정경과 수학
보성전문학교(普成專門學校) 강사.
매일신보 기자.
1912년 조일재(趙一齋)와 신파극단 문수성(文秀星)을 창단, 배우로 연극활동.

1922년 민중극단(民衆劇團)을 조직.
「등대지기」·「기연(奇緣)」·「제야의 종소리」 등과 번안·번역극 등을 상연했다.
1923년 한국 최초의 극영화인 「월하(月下)의 맹서」의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

개화기의 선구적인 인물로서 금융인으로 출발해 언론인·연극인·교육자·문인·영화인·만담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특히 영화계에 선구적 공적을 남겼고 연극인으로서도 초창기에 극단을 주재하고 희곡을 쓰는 등 신파극을 정화하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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