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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별기

이상 단편소설

태석(太昔)에 좌우(左右)를 난변(難辨)하는 천치(天痴) 있더니 그 불길(不吉)한 자손(子孫)이 백대(百代)를 겪으매 이에 가지가지 천형병자(天刑病者)를 낳았더라 암만 봐두 여편네 얼굴이 왼쪽으로 좀 삐뚜러징 거 같단 말야 싯? 결혼한 지 한 달쯤 해서. 처녀가 아닌 대신에 고리끼 전집을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독(讀)파했다는 처녀 이상의 보배가 송(宋)군을 권(勸)하게 하였고 지금 송(宋)군의 은근한 자랑거리리라. 결혼하였으니 자연 송(宋)군의 서가(書架)와 부인 순영 씨(이 순영이라는 이름짜 밑에다 씨(氏)짜를 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지금 내 가엾은 처지가 말하자면 이 소설을 쓰는 동기지)의 서가가 합병할밖에―합병을 하고 보니 송(宋)군의 최근에 받은 고리끼 전집과 순영 씨의 고색창연한 고리..
태석(太昔)에 좌우(左右)를 난변(難辨)하는 천치(天痴) 있더니
그 불길(不吉)한 자손(子孫)이 백대(百代)를 겪으매
이에 가지가지 천형병자(天刑病者)를 낳았더라

암만 봐두 여편네 얼굴이 왼쪽으로 좀 삐뚜러징 거 같단 말야 싯?
결혼한 지 한 달쯤 해서.
처녀가 아닌 대신에 고리끼 전집을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독(讀)파했다는 처녀 이상의 보배가 송(宋)군을 권(勸)하게 하였고 지금 송(宋)군의 은근한 자랑거리리라.
결혼하였으니 자연 송(宋)군의 서가(書架)와 부인 순영 씨(이 순영이라는 이름짜 밑에다 씨(氏)짜를 붙이지 않으면 안 되는 지금 내 가엾은 처지가 말하자면 이 소설을 쓰는 동기지)의 서가가 합병할밖에―합병을 하고 보니 송(宋)군의 최근에 받은 고리끼 전집과 순영 씨의 고색창연한 고리끼 전집이 얼렸다.
결혼한 지 한 달쯤 해서 송(宋)군은 드디어 자기가 받은 신(新)판 고리끼 전집 한 질을 내다 팔았다.

환시기(1938년) 中

이상(李箱)

1910.8.20 ~ 1937.4.17
본명 김해경
시인·소설가.

서울 출생. 보성고보를 거쳐 경성고공 건축과 졸업.
총독부의 건축기사로 근무.
1930년 소설 〈12월 12일(十二月 十二日)〉을 《조선(朝鮮)》에 발표.
1931년 시 〈이상한 가역반응(可逆反應)〉, 〈파편의 경치〉를 《조선과 건축》지에 발표했다.
1932년 동지에 시 〈건축무한 육면각체(建築無限六面角體)〉를 발표했다.

종로에서 다방 ‘제비’를 경영하며 이태준(李泰俊)·박태원(朴泰遠)·김기림(金起林)·윤태영(尹泰榮)·조용만(趙容萬) 등과 문단 교우.

1936년 변동림(卞東琳)과 결혼 뒤 곧 일본 동경으로 건너갔으나 1937년 사상불온혐의로 구속되었다.
1936년 4월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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