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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김남천 단편소설

어데서 술을 한잔 걸쳤는지 두리두리한 눈알이 벌갰습너니다. 소를 말뚝에다 매어놓군 무얼 생각하는지, 넋 잃은 녀석 모양으로 멍하니 앉었길래, 이 소 팔라우 하니께, 대답두 안 하고 고개만 주억주억 하겠습지요. 얼마 받겠느냐구 물었더니 마음 내키지 않는 놈처럼 그대로 시세에 알맞게 팔아달라구요. 그 소로 말씀하면, 참 다부지게 생긴 세 살째 먹은 암컷이었습너니다. 곱지를 쥐고 옹두라지루다 궁뎅이를 딱 치니께 건성건성 네 굽을 놀리는데, 그 걸어가는 품하고, 또 아기작아기작 궁둥이뼈 놀리는 모양하고 참말 한창 밭갈이에 신이 날 짐승이었습너니다. 기새미[刻草[각초]]같은 털이 기름이 돌고 윤이 나도록 짝 깔린 것으로나, 허벅다리나 가리짝이나 또 심태에나, 골고루 붙은 살고기가 제법 콩말이나 솔찬히 먹은 것이 완..
어데서 술을 한잔 걸쳤는지 두리두리한 눈알이 벌갰습너니다. 소를 말뚝에다 매어놓군 무얼 생각하는지, 넋 잃은 녀석 모양으로 멍하니 앉었길래, 이 소 팔라우 하니께, 대답두 안 하고 고개만 주억주억 하겠습지요. 얼마 받겠느냐구 물었더니 마음 내키지 않는 놈처럼 그대로 시세에 알맞게 팔아달라구요.
그 소로 말씀하면, 참 다부지게 생긴 세 살째 먹은 암컷이었습너니다. 곱지를 쥐고 옹두라지루다 궁뎅이를 딱 치니께 건성건성 네 굽을 놀리는데, 그 걸어가는 품하고, 또 아기작아기작 궁둥이뼈 놀리는 모양하고 참말 한창 밭갈이에 신이 날 짐승이었습너니다. 기새미[刻草[각초]]같은 털이 기름이 돌고 윤이 나도록 짝 깔린 것으로나, 허벅다리나 가리짝이나 또 심태에나, 골고루 붙은 살고기가 제법 콩말이나 솔찬히 먹은 것이 완연한 것으로나, 지금 금새 타작 바리를 부리고 나선 놈하곤 어데 등골이나 그러한데 등창 자죽 하나 없는 품으로나, 그 녀석 생긴 품하곤 짐승은 퍽 손 익히 다루었다는 생각을 먹었습너니다.
김남천

1911∼1953. 소설가·문학비평가.
평안남도 성천(成川) 출생, 본명은 김효식(金孝植).
1929년 3월평양고등보통학교(平壤高等普通學校) 졸업. 동경의 호세이대학[法政大學] 예과에 입학.
1926년 평양고등보통학교 재학시 잡지 『월역(月域)』의 발간.
1929년 호세이대학 재학 중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에 가입.
1931년 10월 카프 제1차 검거 때 기소되어 2년의 실형을 살았다.
1930년 평양고무공장 노동자 총파업에 참여하여 희곡 「파업조정안(罷業調整案)」(1931)과 소설 「공장신문(工場新聞)」(1931)·「공우회(工友會)」(1932)를 발표했다.
「물」(1933)·「생의 고민(苦憫)」(1933)·「문예구락부(文藝俱樂部)」(1934) 등의 단편을 발표하였다.
고발문학론(告發文學論)으로 「남매」(1937)·「처를 때리고」(1937)·「소년행(少年行)」(1938)·「춤추는 남편」(1937)·「제퇴선(祭退膳)」(1937)·「요지경(瑤池鏡)」(1928)·「가애자(加愛者)」(1938)·「누나의 사건」(1938)·「미담(美談)」(1938)·「경영 (經營)」(1940)·「맥(脈)」(1941) 등이 이 계열의 작품에 속한다.
이후 월북하여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서기장까지 올랐으나 1953년 휴전 직후 숙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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