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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사의 고백

나도향 단편소설

J의사의 고백 이 글을 쓰려는 나는 몇 번이나 주저하였는지 알 수가 없읍니다. 이 글은 나의 인격을 당신에게 대하여 스스로 낮추는 동시에 또는 나의 죄악의 기록 을 스스로 짓는 것이 되는 것을 앎으로 몇 번이나 들었던 붓을 내던졌는지 알 수가 없읍니다. 이 글을 쓰려고 결심하였을 때, 또 이 손에 들은 철필 촉이 나의 신경(神經)을 바늘끝으로 새기는 듯이 싸각싸각하는 소리를 내며 나의 쓰지 않으면 아니 될 글을 쓸 때, 비로소 나의 내면 생활(內面生活)에 무슨 큰 변환이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읍니다. 당신과 내가 숙명적(宿命的)으로 이 글을 서로 받고 주는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을 것도 나는 현대인(現代人)이라는 관념 아래에서 명백히 압니다. 또는 내가 이 글을 써서 당신에게 바치지 아니하여도 나에게..
J의사의 고백

이 글을 쓰려는 나는 몇 번이나 주저하였는지 알 수가 없읍니다. 이 글은 나의 인격을 당신에게 대하여 스스로 낮추는 동시에 또는 나의 죄악의 기록
을 스스로 짓는 것이 되는 것을 앎으로 몇 번이나 들었던 붓을 내던졌는지 알 수가 없읍니다. 이 글을 쓰려고 결심하였을 때, 또 이 손에 들은 철필
촉이 나의 신경(神經)을 바늘끝으로 새기는 듯이 싸각싸각하는 소리를 내며 나의 쓰지 않으면 아니 될 글을 쓸 때, 비로소 나의 내면 생활(內面生活)에 무슨 큰 변환이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읍니다. 당신과 내가 숙명적(宿命的)으로 이 글을 서로 받고 주는 운명을 타고나지 않았을 것도 나는 현대인(現代人)이라는 관념 아래에서 명백히 압니다. 또는 내가 이 글을 써서 당신에게 바치지 아니하여도 나에게 아무 의무나 책임이 없을 것도 법률의 관념으로 나는 모르는 것이 아니며, 도리어 그것을 회피하지 아니하면 안 될 것도 압니다.
나도향
羅稻香

1902. 3. 30. ~ 1926. 8. 26.

서울 출생. 본명은 나경손(羅慶孫), 필명은 빈(彬)이며, 도향은 호다.
1917년 공옥학교(攻玉學校)를 거쳐, 1919년배재고등보통학교(培材高等普通學校)를 졸업.
해경성의학전문학교(京城醫學專門學校)에 입학하였으나 중퇴하였다.
192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1921. 배재학보에 「출향」을 발표하면서 문필활동 시작
『신민공론』에 단편 「추억」을 발표하고 1922년에는 박종화(朴鍾和)‧홍사용(洪思容)‧이상화(李相和) 그리고 현진건(玄鎭健) 등과 『백조』 동인으로 참가하였다.

「녯날의 꿈은 창백하더이다」, 「17원 50전」, 「은화」, 「춘성(春星)」「여이발사」, 「행랑자식」 ,「자기를 찾기 전에」,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을 발표하였다.
1925년에 「물레방아」, 「뽕」, 「벙어리 삼룡」 등의 작품을 발표하여 각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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