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
나는 어제 하루를 논 후에 오늘은 야근을 하게 되었다. 오늘은 동대문서 청량리를 향하여 떠나게 되었다. 오후 여덟 시나 되어 날이 몹시 추워졌다.
바람도 몹시 불기를 시작하여 먼지가 안개처럼 저쪽 먼 곳으로부터 몰아온다. 여름이나 봄 가을에는 장안의 풍류남아 쳐놓고 내 손에 전차표를 찍어
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이 없을 것이요, 내 손 빌지 않고 차 타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일요일은 일요일이지마는 나뭇잎은 어
느덧 환란이 들어서 시름없이 떨어지고 수척한 나무들이 하늘을 뚫을 듯이 우뚝우뚝 솟았는데, 갈가마귀떼들이 보금자리로 돌아간 지도 얼마 되지 않
고 다만 시골의 나무장수와 소몰잇군들의,『어디어 ! 이놈의 소』하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탑골 승방, 영도사 또는 청량사 들어가는 어귀는 웬일인지
전보다 더욱 쓸쓸해 보인다.
나도향
羅稻香
1902. 3. 30. ~ 1926. 8. 26.
서울 출생. 본명은 나경손(羅慶孫), 필명은 빈(彬)이며, 도향은 호다.
1917년 공옥학교(攻玉學校)를 거쳐, 1919년배재고등보통학교(培材高等普通學校)를 졸업.
해경성의학전문학교(京城醫學專門學校)에 입학하였으나 중퇴하였다.
192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보통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1921. 배재학보에 「출향」을 발표하면서 문필활동 시작
『신민공론』에 단편 「추억」을 발표하고 1922년에는 박종화(朴鍾和)‧홍사용(洪思容)‧이상화(李相和) 그리고 현진건(玄鎭健) 등과 『백조』 동인으로 참가하였다.
「녯날의 꿈은 창백하더이다」, 「17원 50전」, 「은화」, 「춘성(春星)」「여이발사」, 「행랑자식」 ,「자기를 찾기 전에」, 「전차 차장의 일기 몇 절」을 발표하였다.
1925년에 「물레방아」, 「뽕」, 「벙어리 삼룡」 등의 작품을 발표하여 각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