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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의 노래

노천명시집

하늘에 불이 났다. 하늘에 불이 났다. 도무지 나는 울 수 없고 사자같이 사나울 수도 없고 고운 생각으로 전여 씨불 것은 더 못 되고 희랍적인 내 별을 거느리고 오직 죽음처럼 처참하다. 가슴에 꽂았던 장미를 뜯어 버리는 슬픔이 커 상장(喪章)같이 처량한 나를 차라리 아는 이들을 떠나 사슴처럼 뛰어다녀 보다 고독이 성처럼 나를 두르고 캄캄한 어둠이 어서 밀려오고 달도 없어주 눈이 내려라 비도 퍼부어라 가슴의 장미를 뜯어 버리는 날은 슬퍼 좋다. 하늘에 불이 났다. 하늘에 불이 났다.
하늘에 불이 났다.
하늘에 불이 났다.

도무지 나는 울 수 없고
사자같이 사나울 수도 없고
고운 생각으로 전여 씨불 것은 더 못 되고

희랍적인 내 별을 거느리고
오직 죽음처럼 처참하다.
가슴에 꽂았던 장미를 뜯어 버리는
슬픔이 커 상장(喪章)같이 처량한 나를
차라리 아는 이들을 떠나
사슴처럼 뛰어다녀 보다

고독이 성처럼 나를 두르고
캄캄한 어둠이 어서 밀려오고
달도 없어주

눈이 내려라 비도 퍼부어라
가슴의 장미를 뜯어 버리는 날은
슬퍼 좋다.
하늘에 불이 났다.
하늘에 불이 났다.
노천명
1911~1957

1911년 황해도 장연에서 출생,
진명보통학교를 거쳐 진명여학교 졸업.
1930년 이화여자전문학교 영문과에 입학.
「밤의 찬미」를 『신동아(新東亞)』 에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1933년 조선아동예술연구협회에 발기인으로 참여.
1934년 졸업 이후 『조선중앙일보(朝鮮中央日報)』에 입사했다.
1938년까지 극예술연구회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1935년 『시원(詩苑)』 동인으로 활동했다.
1937년 조선중앙일보사를 사직하고 잡지 『여성(女性)』(조선일보사 발생)의 편집을 담당했다.
1938년 대표작인 「사슴」을 비롯한 「자화상」 등이 실린 시집 『산호림(珊瑚林)』을 출간했고, 잡지 『신세기(新世紀)』 창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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